[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금융은 필요할 때 자금을 융통해 경제주체들이 원활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금융제도나 정책적 오류·부실, 금융회사의 횡포, 고객의 무지와 실수 등으로 금융소비자들이 금전적·정신적 피해와 손실, 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가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금융소비자들이 이런 손실과 피해를 입지 않고 소비자로서 정당한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사례를 통해 보는 '금융소비자권리찾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27)
대학을 휴학중인 최 모씨는 지난 2010년 오랜만에 연락이 된 친구 조 모씨를 만났다. 고급 외제차(BMW)를 렌트해 몰고 나온 조씨가 내심 부러웠던 최씨는 조씨에게 차를 빌려줄 수 있는지 물었다.
조씨는 선뜻 자신의 렌트카를 빌려줬다. 대신 렌트기간 연장을 위해 주민등록증이 필요하다며 최씨로부터 주민등록증을 요구했다.
문제는 이 때부터 시작됐다. 최씨의 주민등록증을 받아낸 조씨는 다음날부터 최씨 행세를 하고 다녔다.
조씨는 동사무소에서 최씨의 주민등록 등·초본을 발급받아 A은행에서 최씨 명의로 예금계좌를 개설했다. 공인인증서도 함께 발급받았다.
이와 별도로 조씨는 한 인터넷 불법 대행사이트를 통해 최씨의 휴학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최씨의 주민등록번호를 모두 알고 있던 조씨에게 휴학증명서 발급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리고 조씨는 학자금대출 중개업체를 통해 최씨 이름으로 학자금대출을 신청했다. 최씨의 주민등록등본, 대행사이트를 통해 위조한 휴학증명서, 주민등록증 사본, A은행 통장사본 등 관련 서류도 모두 보냈다.
이후 조씨는 학자금대출 중개업체에서 소개 받은 B저축은행으로부터 410만원을 대출받았다. 이 때도 역시 최씨의 정보와 직접 발급 받은 최씨 명의의 공인인증서를 이용했다.
조씨가 자신의 이름으로 학자금대출을 받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최씨는 B저축은행에 자신은 명의를 도용당한 피해자라며 대출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B저축은행은 대출당시 모든 관련 서류를 제출받고 공인인증서로 본인 여부까지 확인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대출이 진행된 만큼 최씨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저축은행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최씨는 결국 금융감독원에 금융분쟁조정을 신청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조씨가 아무런 권한 없이 임의로 최씨 명의로 대출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최씨와 B저축은행간 대출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또 "저축은행이 대출관련 서류 및 공인인증서를 통해 본인여부를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이 역시 조씨가 최씨인 것처럼 속여 대출을 받은 것이므로 최씨의 책임을 인정할 사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최씨에게 410만원의 대출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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