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을 유럽 재정위기와 원자재 가격 상승, 양대 선거 등에 따라 경제가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위기관리에 방점을 찍고 정책을 펴나가기로 했다. 지난해 고물가로 어려워진 서민들의 경제생활과 생계비 지원을 위한 서민 우선 정책도 쏟아냈다.
기획재정부는 3일 이같은 내용의 '2012년 업무추진계획'을 마련,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위기를 이겨내는 경제, 서민과 함께 하는 정책'을 기치로 내걸었다.
재정부의 업무보고에 따르면 정부의 2012년도 경제정책은 우선 복합위험 극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올해 경기가 '상저하고(上低下高)'흐름을 보일 것으로 보고, 전체 세출 예산의 70%(197조9000억원)를 상반기에 배정한다. 특히 1분기에 예산의 44.1%(124조7000억원)를 배정한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과 같은 수준으로 지난 10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성장률이 1~2%대로 하락할 경우 추경예산을 편성해 일자리 창출, 저소득층 복지,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복합위기'를 극복하겠다면서도 '빚을 권하는 정책'으로 경제체질을 허약하게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위기 극복의 열쇠로 내세운 예산 조기집행과 추경예산 역시 '선거'를 의식한 정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예산의 70%를 선거 전인 4월 이전에 쓰고, 미소금융 등을 통해 돈을 마구 풀어 낼 것"이라며 "양대선거를 위기원인으로 보기 보다는 위기 극대화로 쓰고 있는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전 교수는 "긴축하고 구조조정해야 해야하는 상황에서 선거를 의식해 반대로 돈을 많이 풀게 되면 우선 해외투자자들이 빠르게 돈을 유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승경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위기를 인식하는 것은 맞다"고 해석했다. 유 연구위원은 "지난해 10월까지도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모른다고 판단했다"며 "정부가 위기가 더 심해지면 추경예산까지 고려한다는 것은 이제야 사태의 본질을 정확하게 알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유 연구위원은 "위기를 막는다고 하더라도 위기가 없는 것처럼 할 수는 없다"며 "가계부채 같은 경우는 은행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본확충 등을 통해 금융기관을 더 튼튼하게 강화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즉, 정부가 대외 위기에 대해선 정확하게 파악하면서도 금융기관의 부실을 야기할 수 있는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위기대응이 약하다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실제 정부는 무주택 서민에 대한 장기·저리 고정금리 주택구입자금 공급을 위해 금리우대형 보금자리론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대상은 부부합산 연소득이 2500~4500만원인 무주택 서민층이 85㎡ 이하 주택을 구입할 경우이며, 가구당 1억원까지 대출해 주고 금리는 30년 만기시 4.85%, 20년 만기시 4.8% 수준으로 잠정 결정했다.
결국 소득은 줄고, 저축액은 적은데 집값은 여전히 비싸고 생활비는 나날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서민을 위한 정부 정책이 위기 대응력을 떨어트릴 수 있는 복병으로 커가는 상황이다.
정부의 생활물가 안정정책에도 문제점이 지적됐다. 재정부는 여권발급 수수료 등 150건의 행정수수료를 인하하고, 공공요금 등 서비스요금의 안정을 유도한다고 했지만 서비스요금은 안정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 대학의 한 교수는 "수년간 물가 안정을 이유로 공공서비스 등의 가격 인상을 억제하다 보니 오히려 가격 안정이 절실히 필요한 지금은 폭발하듯 줄줄이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이들 제품의 가격 상승은 관련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연쇄반응으로 나타나고, 사실상 올해 물가 역시 불안정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해 "품목별 담당자를 정해 금년 한해 동안 '물가관리 실명제'를 실시할 것"을 지시한 것과 관련해 "현 정부 임기내에서만 물가가 오르지 않으면 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비판했다.
전성인 교수도 "위기대책이란게 이번 정권에서만 위기가 터지지 말아라는 수준"이라며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 무리가 가지 않게 부담을 줄여나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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