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회장 "지멘스코리아, 5년내 매출 배로 늘릴 것"
(박동석의 이슈&피플)"강력한 현지화로 '지멘스=한국기업' 인식 심을 것"
"하이닉스 피인수는 잘된 일"
2011-12-05 13:00:00 2011-12-05 14:57:31
[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지멘스코리아는 한국 기업입니다. 강력한 현지화를 통해 5년 내에 매출을 배로 늘리는 회사가 되겠습니다."
 
김종갑 지멘스코리아 회장은 '박동석의 이슈&피플'에서 외국 기업이라 해도 한국에 투자한 기업은 한국 기업이라는 인식이 심어져야 한다"며 "지멘스코리아는 한국에서 연구·개발(R&D)과 제조사업을 보다 활발히 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현재 한국 시장에서 약 3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늘리고 R&D를 보다 적극적으로 실시해 한국 지멘스는 한국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각인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특히 한국 업체들과의 관계에 대해 "경쟁보다는 협업하는 부분이 더 많다"며 "지멘스 특유의 넓은 네트워크망을 통해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앞장서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꾸준히 도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과거 지휘를 맡았던 하이닉스(000660)가 최근 SK텔레콤(017670)에 피인수된 것과 관련, "새주인을 찾은 것은 매우 잘된 일"이라며 "이번 인수로 하이닉스가 머지않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할 날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 대담 = 박동석 뉴스토마토 대표
 
- 지멘스코리아의 회장을 맡은지 반년이 됐는데 한국인으로서는 최초 아닌가.
 
▲ (지멘스가) 한국에 6.25 전쟁 직후 진출했지만, 60여년간 본사에서 주로 대표를 파견해왔다. 한국인으로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 한국인 최초 최고경영책임자(CEO)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 아무래도 첫 한국인이니까 그렇다. 지멘스는 독일 기업으로서 여러 전통과 문화를 갖고 있어 아무래도 한국 기업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그러나 기왕 맡을 바에는 보다 색다른 시도도 괜찮겠다 싶어 CEO에 응모했고 이번에 뽑히게 됐다.
 
막상 와보니 한국 기업 문화와 조금 다른 측면도 있지만,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게 비슷하지 않겠는가.
 
훌륭한 사람들을 얼마나 더 훌륭하게 키워서 조직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느냐가 중요하고, 이런 면에선 근본적인 차이점은 없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직원들이 한국 사람들이기도 하고 해서 한국인 CEO에 대해 갖는 기대도 있는 듯하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 반년 해보니 보람도 있겠지만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어려운 점도 있을 듯한데.
 
▲ 한국 기업과 독일 기업으로서의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하이닉스의 경우 스피드 경영을 대표적으로 잘하는 기업이고, 연구·개발(R&D)과 혁신·협업 면에서도 강점을 갖춘 기업이었다.
 
반면 지멘스는 철저한 점검,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준비의식, 끊임없는 R&D 등 꾸준한 노력들이 오늘의 회사를 있게 한 사례다.
 
이같은 차이는 있지만 역시 핵심은 어떤 새로운 제품이나 솔루션을 통해 고객을 만족시키느냐다. 또 변화를 맞고 있는 상품이나 수요에 대해서도 적절히 대응해야한다고 생각한다.
 
- 고객 지상주의가 핵심이란 뜻인가.
 
▲ 그렇다. 고객 가치 창출에 회사가 얼마나 기여하는지가 중요하다. 고객이 성공하는 데 기여하는 회사만이 살아남는다고 봐야한다. 그런 면에서 '고객이 왕'이라는 것은 어느 나라의 어떤 기업에서도 똑같다.
 
-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 입장에서 지멘스는 낯선 감이 없지 않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 (지멘스는) 사업 대부분이 자본재와 산업재를 생산에 치우쳐 있다.
 
다시 말해 발전소나 공장, 건물 안에 들어가는 각종 안전, 화재, 에너지 절약형 솔루션들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보니 일반 소비재를 취급하는 회사에 비해 알려져 있지 않은 게 사실이다.
 
- 그렇다면 일반 소비자들에게 지멘스를 더 잘 알릴 수 있는 구상이 있는지.
 
▲ 한국 지멘스가 한국의 기업시민으로서 기업사회는 물론 국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본다. 우리를 알리려는 노력을 과거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멘스만의 기업문화가 있을 듯한데.
 
▲ 165년 된 기업이다. 오랜 기간 꾸준히 성장해왔다는 면에서 색다른 점이 있을 것이다. 철저히 준비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 제품을 만드는, 또 R&D를 꾸준히 하는 점 등이 특색이다. 193개국에 진출해 있고 40만5000명의 식구들이 여러 네트워크를 갖고 함께 일하기 때문에 지역 네트워크가 적은 기업 대비 유리한 면이 있다.
 
이처럼 넓은 네트워크가 전세계 어디서 사업을 하든지 다 연결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 우리가 갖고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새로운 메가 트렌드와 부합된다. 지멘스가 보는 앞으로의 큰 추세는 고령화, 도시화, 세계화, 기후변화 등 4가지다. 이같은 메가 트렌드에 따라 어떤 수요가 있을 것인지를 미리 감안해서 준비하고 있다.
 
결국 세상이 변한 후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변할 것을 선제적으로 예측하고 대응하는 구도인 것.
 
- 고령화, 도시화, 세계화 등과 관련해서 현재 주력하고 있는 사업 분야가 있나.
 
▲ 지멘스의 사업이 과거에는 산업, 에너지, 보건의료 등 3개 분야로 돼 있다가 지난 10월1일 하나를 더 만들었다. 인프라스트럭처와 도시사업 부서가 그것인데, 향후 도시화 진전에서 파생될 여러 문제에 어떻게 대응을 할 것인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도시화가 되면 교통 문제와 도시공해 문제 등이 생기고, 건물이 많아지면 이 건물을 어떻게 에너지 절약형으로 만들 것인지와 관련해 새로운 수요가 생길 것이다.
 
이에 대응할 수 있게 인프라스트럭처와 도시사업 부문을 전세계적으로 새로 구축했고 한국 시장에서도 많은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가령 예전에 지은 건물들의 장비나 기기들을 에너지절약형으로 대체할 경우 에너지절약률이 무려 27%에 달한다.
 
다시 말해 금융조달만 원활히 되면 일시에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절약만을 갖고도 웬만한 비용을 부담할 수 있을 정도다. 앞으로 이와 관련된 사업들도 많이 나올 것이다.
 
- 현재 지멘스코리아와 한국 기업이 제휴해서 벌이는 사업도 있나.
 
▲ 물론 한국 업체와 지멘스가 경쟁도 한다. 그러나 70~80%는 협력관계다. 경쟁사와도 협력하는 부분이 훨씬 더 많은 셈이다.
 
특히 현대건설(000720), GS건설(006360), 포스코(005490)건설 등 한국의 EPC(Engineering, Procurement & Construction) 업체들이 대부분 지멘스의 파트너사다.
 
이들 업체는 한국 내에서도 사업을 하지만 해외에 나가서 발전소나 공장을 많이 짓기 때문에 지멘스 특유의 넓은 네트워크망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가령 해외 현지에서 서로 협업해 빌딩 등을 입찰하거나, 반대로 지멘스가 특정 계약을 얻어오면 한국 업체들과 손잡고 해외에 진출하는 등의 제휴가 활발하다.
 
별도로 국내 시장에선 에너지 관련 기업들과 협업을 많이 한다. 역시 일부 경쟁요소도 있으나 큰 그림에서 보면 상생하는 부분이 더 많다.
 
- 지멘스코리아가 1년에 거두는 매출이 얼마나 되나. 아울러 올해 혹은 내년 매출 목표가 있으면 알려달라.
 
▲ 한국에선 대략 2조원 정도 매출을 달성하는데, 앞서 밝혔듯 EPC 업체들과 해외에 나가서 얻는 수익을 합치면 3조원은 될 것으로 본다.
 
지난 2010 회계연도 기준으로 지멘스는 한국 시장에서만 약 6200억원 규모의 사업을 대내외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 초음파 사업영역에서 한국 내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R&D도 활발히 하고 있다. 빌딩 사업부는 주로 화재·경보 진압 관련 장비들을 한국에서 생산하거나 R&D를 실시한다.
 
앞으로 이런 부분을 더 확대해서 고용도 늘리고 부가가치 창출도 많이 해서 한국 지멘스는 한국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소비자들 사이에 각인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사업을 활발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구체적으로 지멘스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 의료장비는 거의 대부분 지멘스가 생산한다고 보면 된다. 현재 한국 시장에도 장비를 많이 공급하고 있고, 특히 초음파 장비는 한국 공장에서 전세계 지멘스 공급 물량의 60% 가량을 조달한다. 앞으로 비중을 더 늘릴 계획이다.
 
또 헬스케어 뿐 아니라 산업이나 에너지 부문도 한국에서 직접 생산하고 R&D를 실시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지 적극적으로 찾아볼 계획이다.
 
- 지멘스 안에서 복지 등 직원 근무환경은 어떠한가.
 
▲ 내가 맡고 있는 이 자리가 회사 실적이 부진하다보면 쉽게 떠날 수 있는 자리이긴 하다.
 
하지만 적어도 부사장까지는 본인이 의지가 있고 회사가 필요로 하는 한 정년 만 58세인 은퇴시기가 거의 적용되지 않을 정도로 회사와 끝까지 함께 가는 분위기다. 유럽형 고용문화가 미국형과는 다른 점이기도 하다.
 
특히 전문직의 경우 은퇴시기는 본인이 정한다고 보면 된다. 오랜 기간 일하면서 쌓은 직원들의 경험을 회사 입장에서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하는 것.
 
일례로 최근 회사 내 부사장 두명의 임기가 3년 연장됐는데, 이들 모두 정년은 넘긴 상태다.
 
- 하이닉스에서 4년 이상 CEO와 이사회 의장으로서 근무했는데 회사가 최근 새주인을 찾았다. 하이닉스의 앞날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 새주인을 찾은 것은 매우 잘된 일이고, 무엇보다 회사를 떠날 때 짊어진 마음의 짐을 크게 덜어낸 느낌이어서 기쁘다. 새주인이 하이닉스를 더 잘 발전시킬 수 있으리라 본다.
 
아무래도 그간 주주인 상업은행들이 많은 지원을 해주기도 했지만, 하이닉스가 보다 전력투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디램(D램) 회사가 지난 1980년엔 41개였는데 지금은 4강 구도로 좁혀졌다.
 
그간 구조조정이 많이 이뤄진 가운데 한국의 삼성전자(005930)와 하이닉스의 전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이 66%로 사상 최고라는 점은 고무적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나라가 절대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본다. 삼성과 하이닉스가 이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늘려갈 것이라 확신한다.
 
다만 최근엔 비메모리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하이닉스가 이쪽 방향으로도 보다 치고 나가면 머지않아 반도체 시장 전체 2위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본다.
 
- 예전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에서 차관까지 역임했다. 당시 통상 관련 업무를 많이 맡았는데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특히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 논란이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별 이슈가 되지 말아야 할 것이 논란이 돼서 무척 걱정스럽다. 이미 무역을 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FTA에 따른 일부 손해 우려에도 불구, 협정이 빨리 시행돼서 무역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지멘스의 경우에도 과거 체결한 한-EU FTA가 회사에 매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비단 미국 뿐 아니라 이미 FTA를 논의 중인 중국을 비롯, 일본 등 여러나라들과 자유무역이 행해지고 세계와 경쟁하는 가운데 한국이 힘을 더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물론 걱정도 될 것이다. 그러나 ISD, 나아가 FTA가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보는 시각은 기우에 불과하다.
 
- 지멘스코리아 회장으로서 앞으로의 포부나 비전이 있다면?
 
▲ 아직 국내에서 지멘스 하면 외국 기업으로만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국내 산업과 경제가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선 내외국을 따져선 안된다. 함께 경쟁하고 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 경제에서 한국 혼자만의 힘으로 성장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외국 업체들도 차츰 받아들이고 서로 배우고 협력하는 가운데서만 클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67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모토로라다. 이 업체가 한국의 반도체를 일으키는 데 선봉장이 된 많은 엔지니어를 배출한 최고의 학교가 된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외국 기업이라 하더라도 한국에 투자한 기업은 한국 기업이라는 인식이 심어져야 할 것이다.
 
한국 지멘스는 한국에서 R&D와 제조를 보다 많이 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 향후 강력한 현지화를 통해 5년 내 매출을 배로 늘리는 회사가 될 것이다.
 
이는 해외에서 자재를 수입해 한국에 파는 형태만으로는 힘들고, 한국 내에서 R&D와 제조, 서비스 등 다양한 형태의 현지화 전략이 수반돼야 가능하다.
 
이것이 지멘스와 한국 고객들, 나아가 우리 경제에도 동시에 기여하는 방안이다.
 
◇ 김종갑 지멘스코리아 회장 주요 약력
 
▲ 1951년 8월10일 출생 ▲ 대구상업고등학교 ▲ 성균관대학교 행정학 졸업(1974년) ▲ 뉴욕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1983년) ▲ 인디애나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1992년) ▲ 인디애나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과정 수료(1993년) ▲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박사(2006년) ▲ 제17회 행정고시 합격 ▲ 공업진흥청 공보담당관 ▲ 상공부 통상협력 담당관(미국과장) ▲ 미국 허드슨연구소 객원연구원 ▲ 통산산업부 통상협력과장 ▲ 산업자원부(현 지경부) 국제사업협력국장 ▲ 산자부 기술국장, 산업정책국장 ▲ 산자부 차관보 ▲ 제18회 특허청 청장 ▲ 제7대 산자부 제1차관 ▲ 하이닉스 대표이사 ▲ 하이닉스 이사회 상임이사 ▲ 하이닉스 이사회 의장 ▲ 효성그룹 사외이사 ▲ 지멘스코리아 대표이사 회장(현재)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