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지하 케이블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지중 관로'가 지하에 설치돼 있는지 충분한 현장조사를 하지 않은채 굴착공사를 진행하던 H건설이
SK브로드밴드(033630)의 통신케이블을 파손해 거액의 손해배상액을 물어주게 됐다.
법원은 지중관로 위치에 대해 H건설 측에게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 등 사고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SK브로드밴드 측의 과실도 30%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4부(김성곤 부장판사)는 SK브로드밴드 주식회사가 H건설 주식회사, D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각자 3억6000여만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토목건축공사를 업으로 하는 피고들로서는 사고 당시 굴착공사를 실시하기 전에 충분한 사전조사 및 현장조사를 통해 지중관로의 존재를 확인하거나, 원고들로부터 지중관로의 설치여부 및 그 위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한 뒤 원고 직원의 입회 하에 굴착작업을 시행했어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만연히 굴착공사를 진행하다가 이 사건 지중관로를 파손한 피고들에게는 굴착공사의 시행을 위해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가 피고들에게 지중관로에 대해 명확하게 서면을 통해 고지하지 않은 점, 표시판과 현수막을 이용해 지중관로의 존재 및 위치를 표시하는 외에 피고들과 이 지중관로의 이설공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하는 등 사고를 막기 위한 적극조치를 소홀히 한 점 또한 사고의 원인이 됐다"며 SK브로드밴드 측의 책임을 30% 인정했다.
H건설은 경기도시공사로부터 광교지구 택지개발사업 부지조성공사 제3공구 공사를 도급받았으며, D주식회사는 H건설로부터 위 공사 중 수원시 소재 법원사거리에 지하차도를 설치하는 공사를 도급받아 굴착공사를 진행했다.
H건설 등은 지난해 6월22일 오후 1시10분경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굴착공사를 진행하던 중 현장에 매설돼 있던 SK브로드밴드 소유의 지중관로를 발견하지 못한 채 공사를 진행하다 지중관로 및 내부에 설치된 통신테이블 6개를 파손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이때문에 같은날 오후 1시10분부터 7시50분까지 SK브로드밴드가 운영하는 정보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했고, SK브로드밴드가 제공하던 기업고객용 회선 22개 및 개인고객용 회선 1만3000여개의 통신서비스가 중단됐다.
이에 H건설은 SK건설주식회사를 통해 이 사건 지중관로의 복구공사를 시행했고 공사비로 5억600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SK브로드밴드는 "H건설 등은 굴착공사를 시행하기 전에 지중관로의 설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현장조사를 철저히 해 만약에 있을지도 모르는 지중관로 파손으로 인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했어야 할 주의의무를 간과했다"며 H건설 등을 상대로 5억6000여만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H건설 측은 "굴착공사를 시행하기 이전 SK브로드밴드 측에 이 사건 공사 현장에 설치된 통신선로 현황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SK브로드밴드가 이에 응하지 않았고, 이 사건 지중관로에 관해 전혀 고지받은 바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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