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지기자] 국제신용평가사들이 휘두르는 칼날이 예사롭지가 않다. 최근 국제신용평가 3사는 미국과 유럽에 잇따라 경고장을 보내고 있다.
14일(현지시간)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무디스에 이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존 챔버 S&P 상무이사는 "미국의 부채한도 증액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미국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움직임은 유럽 전역에서 더욱 거세다. 무디스는 포르투칼 신용등급을 네 단계 아래로 끌어 내렸고 아일랜드 국가 신용평가 등급을 정크수준으로 강등했다. 또 이탈리아는 신용등급 조정 경고를 받은 상태다.
유럽 재정 위기의 시발점인 그리스의 신용등급도 위험 수준이다. 피치는 그리스 신용등급을 가장 낮은 등급(CCC)로 조정했고 무디스는 5년 내 50% 부도 확률을 의미하는 'Caa1'로 떨어뜨렸다.
◇ 美 신용등급 강등 경고, 정치적 배후 존재
일각에서는 이번 신용등급 경고가 실제 하향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으며 오히려 미국 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박승영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평가사의 경고가 공화당의 양보를 끌어내는 효과로 이어져 정부는 주어진 시간안에 부채 한도 연장에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제프리 골드스타인 미 재무부 차관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피하기 위해서는 의회가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의회의 조속한 결정을 촉구했다.
신용평가사들의 잇다른 신용 등급 강등 경고가 채무한도 증액 시한인 다음달 2일까지 합의를 마무리 짓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가드너 재무장관은 "정치 지도자들이 의견차이를 좁히고 재정 적자와 정부 부채 감축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해 나갈 것이기 때문에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을 "미국은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전 세계의 기준일 뿐 아니라 상당한 영향력까지 가지고 있어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며 "미국 정부가 디폴트 상황까지 몰리거나 무디스를 포함한 신용평가기관들이 실제로 등급 조정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말 대통령 선거와 의회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정책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정권 교체를 노리는 공화당이 오바마 정부와 뜻을 함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 미운털 박힌 유럽, 신평사와 자존심 전쟁
김재홍 신영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신용평가사들이 유럽의 은행 대출 규모를 방만 하는 등 리스크를 막는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 유럽에 상당히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자신들의 무너진 자존심을 매꿔가고 있다"며 신용평가사들의 연이은 강등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유럽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신용평가기관은 그리스에게 선택적 부도라는 낙인을 찍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 유럽연합이 그들만의 신용평가사를 만들겠다는 움직임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아일랜드 신용 등급 강등 결정 이후 유럽연합(EU)은 "신용평가사들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유럽국가들의 신용 강등에 나서고 있다"며 미국 중심의 시각에서 바라본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강등 결정에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신용평가사들은 유럽연합의 반발에 동요하지 않고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에 대한 투자 전망도 '부정적'으로 유지하며 신용 등급을 한단계 더 내릴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윌버 로스 WL 로스 최고책임자는 "아일랜드의 경우와 같이 무디스가 막무가내식으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다면 앞으로 투자 가능한 수준에 있는 국가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스토마토 김민지 기자 mj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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