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활 건 검찰, 저축은행 수사 전방위 확대 조짐
중수부 '존폐논의' 향방따라 범위 달라질수도
2011-06-08 15:22:16 2011-06-16 18:26:16
[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대검 중수부의 존폐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저축은행 비리에 대한 전방위 수사로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임기 두 달여를 남겨둔 김준규 검찰총장 역시 대검 중수부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물론, 이번 기회에 검찰이라는 조직을 국민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대검 중수부 존폐논의의 향방에 따라 수사 범위와 속도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정상영업중인 저축은행도 수사 대상으로
 
지금까지 저축은행 비리 사건은 주로 영업이 정지된 회사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을 비롯해 삼화저축은행, 도민저축은행 등이 모두 퇴출된 저축은행이었다.
 
그러나 대검 중수부 존폐 문제가 쟁점이 되면서 '검찰수사가 성공한 로비쪽으로 옮아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대로 검찰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이성윤)는 8일 금융감독원이 불법 대출과 횡령 혐의로 프라임저축은행의 대주주 등을 고발함에 따라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구체적인 범죄혐의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으며, 현재 사실관계를 검토하면서 범죄혐의를 살피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저축은행의 불법과 비리가 주로 차명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뒤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거액을 불법 대출받았다는 점에서 프라임저축은행 역시 같은 혐의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정상 영업 중인 프라임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1조5000여억원의 자산을 가진 업계 20위권 이내 저축은행이다. 
 
향후 관심은 프라임저축은행처럼 정상적으로 영업중인 다른 저축은행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이냐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미 한 저축은행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검찰 분위기로 볼 때 수사착수는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 부실한 회계검사, 회계법인도 떨고 있다
 
보해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지검 특수부(김호경 부장검사)도 이날 오전 안진회계법인 광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회계 감사 자료 등을 확보했다. 저축은행의 부실을 숨긴 분식회계가 불법대출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저축은행을 제대로 감사하지 않은 회계법인에 대한 처벌은 불가피한 수순으로 보인다.
 
대검 중수부는 이미 지난 2005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분식회계와 불법대출 사건 당시 회계법인을 형사처벌한 전례가 있다. 법원도 대우전자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은 200여명의 소액투자자들이 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00억대에 가까운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7일 삼화저축은행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 역시 회계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의 책임을 묻고 있는 상황이다.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이성우 변호사는 "회계법인이 분식회계에 적극적 혹은 소극적으로라도 가담한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서 "저축은행 후순위 채권 등에 투자한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회계법인의 불법을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검찰이 대검 중수부 폐지와 맞물려 검찰에 우호적인 여론 조성용이 아니라 실제로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수사'를 한다면, 분식회계와 불법대출에 초점을 맞추는 수사로 방향을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정관계 로비 실체 파악했나?
 
검찰 수사와 관련한 주된 관심사는 정관계 로비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이다. 
 
수사의 방향은 크게 두 갈래다. 
 
우선 전 정권에 관한 부분이다. 참여정부 당시 상호신용금고가 상호저축은행으로 변경되면서 규제가 완화돼 PF대출이 가능하게 된 과정에서 불법적인 정관계 로비가 있었는지 여부다. 이는 정책 결정 과정의 불법 여부를 살펴보는 것으로 이와 관련해서는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정책결정 과정에서 당시 재경부와 금감원, 그리고 여야 국회의원 간에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합의로 통과된 사안이고, 특별한 금품로비 등의 불법이 없다면 검찰이 수사에 나서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당시 정책 결정 과정에는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 참여정부와 현 정부를 동시에 거친 관료들이 개입되어 있어서, 일방적으로 어느 한 정권의 문제로 몰아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갈래는 현재 수사중인 부실 저축은행 퇴출 과정에서의 불법 로비 여부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불법이 드러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과 관련해서는 브로커 윤여성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과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구속됐고, 김종창 전 금감원장이 참고인 신분으로 이날 검찰에서 소환조사를 받는다.
 
정치권 연루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회에서 폭로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범죄혐의가 있다고 보기 힘든 경우가 많아 수사가 어느 범위까지 확대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구속기소된 브로커 윤여성씨와 해외로 도피한 소망교회 장로로 알려진 박태규씨의 진술이 중요한 상황이어서 구체적인 범죄혐의를 밝혀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의 수사 강도와 속도는 대검 중수부 존폐문제가 어느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현재까지 드러난 의혹으로는 무리하게 수사를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이고, 중수부가 존속하는 쪽으로 여론이 기울 경우 수사는 유야무야 되고, 정치권의 지루한 공방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뉴스토마토 권순욱 기자 kwonsw8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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