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경준기자] “우리가 이렇게까지(욕을 먹을 정도로) 잘못한 것이냐?”
금융당국 한 간부의 말이다. 일단 대답 먼저 하자면 ‘그렇다’다.
백번을 양보해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로 촉발된 부실 감독과 비리 연루 등은 논외로 치자. 검사 대상인 저축은행에 ‘그랜저 풀옵션’, ‘이사비용’, ‘보험 가입 강권’ 등을 요구한 정황 등이 거론될 정도니 그야말로 ‘가관’이다.
더 이상 할말이 없다. 눈을 돌려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제로 넘어가보자.
금융당국은 또 판단을 보류했다. 벌써 세번째다.
현재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심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사법적 절차의 진행 경과를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이유다. 뒤집어 보면, 사법적 판단이 나오지 않으면 나올때까지 몇 년이라도 기다리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와 맞물려 있는 이해당사자들은 법원 판결을 기다릴 만큼 형편이 녹록치 않다. 이달 24일까지 배타적 인수 협상권을 갖고 있는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는 당장 무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 여느 때보다 금융당국의 ‘소신’있는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유죄로 판단된다면 매각 명령을, 무죄 판단이 들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면 되는데도 금융당국은 왜 결정을 주저하는 것일까?
또다시 5년전의 ‘변양호 신드롬’을 얘기해야 하다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중대한 정책 사안에 외부 눈치나 보고 몸 사리기에 나서면 나설수록 스스로 제 발목을 잡는 처신이라는 것을 왜 모르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위신이라는 것은 결코 남이 세워줄 수 없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한낱 구호에 그치는 조직쇄신 운운하지 말고 금융당국의 존재이유가 뭔지, 정체성을 명확히 알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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