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삼성전자가 또 다시 경쟁사의 기술 개발에 허를 찔렸다.
인텔은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본사에서‘트라이게이트’(Tri-Gate) 기술을 바탕으로 한 3차원입체(3D) 트랜지스터 설계가 22나노급 공정에서 적용이 가능한 마이크프로세서 시연에 성공하고 올해 말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인텔의 3D 채널 기술은 그 동안 반도체를 이루는 트랜지스터 구조가 평형이었던 것을 입체적으로 배열해 정보 전달의 핵심인 전류의 이동통로를 단 방향에서 3방향으로 바꾸며 속도나 효율을 높였다.
이 때문에 인텔이 내년부터 시장에 내놓는 PC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의 전압은 기존보다 절반으로 줄이고 집적도는 높여 더 빠른 처리 등이 가능하다.
인텔의 3D 기술 발표로 때 아닌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005930)는 인텔의 주무대를 피해 신시장으로 각광받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pplication Processor)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실적에 따르면 모바일 AP 등을 양산하는 시스템LSI 부문에서 매출 2조3200억원을 기록, 전체 반도체사업부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인텔은 이번에 발표한 3D 기술을 장기적으로 모바일 AP에도 적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원혁 인텔코리아 이사는 “올 연말 기술 상용화를 시작해 내년 핵심 제품에 3D 기술을 우선 적용하고, 장기적으로 무선 AP 제품에도 관련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와이브로로 잘 알려진 4세대 이동통신 와이맥스 시장 참여 등으로 모바일AP 시장 석권을 계획했던 인텔이 3D 기술에 기대어 본격적인 야심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기술이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에게 큰 타격을 입히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서원석 NH증권 연구원은 “3D 채널 기술만으로는 인텔의 모바일AP 시장 진입이라는 숙원이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며, "기존 진영의 순간적인 붕괴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서 연구원은 그러나 “강력한 플레이어인 인텔이 3D 채널 기술 등을 이용해 모바일AP 시장에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기존의 모바일 AP 제조 기술인 ARM 기반의 삼성전자는 일단 인텔의 발표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텔이 발표한 3D 채널 기술에 상당한 기술과 특허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생산 비용 등을 고려해 적정 시점에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식입장과 달리 일본의 엘피다에게 20나노 DRAM 세계 최초 개발이라는 수식어를 뺏긴지 며칠 지나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또 다른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쟁사의 연이은 선발 기술 발표에 내부가 술렁거리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이폰 국내 도입 때 고위 임원진들까지 나서서 아이폰에 대한 교육을 받고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던 전철을 반도체사업부가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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