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진규기자] 최근 5%에 육박하는 물가 급등세로 인해 정부와 물가당국이 올해 최우선 정책목표로 물가잡기에 나서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물가관리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물가당국인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뒤늦게 금리를 올린 데 이어 올들어 이른바 '베이비스텝' 방식으로 다소 느긋한 금리인상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도 치솟는 물가의 원인을 기상이변과 국제유가 상승 등 외부 탓으로 돌리며 이렇다 할 물가안정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물가상승을 수반할 성장률 5%목표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 11일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4.5%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 등 물가급등이 심각한 상황인데도, 정부와 물가당국이 이에 대해 긴장감을 갖고 대처하지 않아 사실상 물가관리에 적극적인 의지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 금통위 금리 동결..베이비스텝 물가관리
한국은행은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3%로 동결했다.
지난달 금리인상으로 올해 들어 이미 두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데다 김중수 총재가 강조하고 있는 징검다리식 '베이비스텝'으로 금리정상화에 나서겠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에서 "앞으로 경기상승으로 인한 수요압력 증대, 국제원자재가격 불안,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증대 등으로 높은 물가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국내외 금융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우리 경제가 견조한 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안정기조가 확고히 유지되도록 하는 데 보다 중점을 두고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 관리 기관인 한은이 물가관리목표 상단(3±1%)보다 0.7%포인트나 높은 현 상황에서도 물가와 5% 성장을 함께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김 총재가 물가를 뒷전에 두고 정부와 보조 맞추기를 지속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즉각 논평을 내고 "금통위가 현재의 물가폭등 국면을 방치해 서민경제에 계속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를 지울 수 없다"며 소극적 대처에서 벗어나 시장에 확고한 물가안정 의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물가 상승압력 여전
전날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가 4.5% 오를 것이라며 작년 10월 전망했던 3.4%보다 0.1%포인트를 올렸다.
또 도매물가인 3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동기대비 7.3%로 나타났고, 1~2개월뒤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수입물가는 지난 2월에 전년동월대비 16.9%나 급등해 지난 2009년 2월 18% 이후 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상태다.
향후 물가 상승압력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IMF는 전날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국제유가가 지난 1월 예상했던 배럴당 90달러에서 107달러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정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85달러를 예상하고 올해 경제를 전망했다. 11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118.32달러를 기록중이다.
유가가 10% 오를 경우 물가는 0.2% 상승압력을 받는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현재 유가 수준이라면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0.8%포인트 가량 물가 상승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 물가당국, 대안없는 대안..경제전망 수정 임박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4월 이후 물가가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란 전망속에 물가관리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어 답답함을 자아내고 있다.
석유가격TF는 '재탕삼탕 무대책'이라는 오명속에 정유사들의 한시적인 가격인하 방침에 구렁이 담넘 듯 하고 있고, 통신요금TF는 이달안에 방안을 내놓기로 했지만 석유가격TF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체념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13일 올해 경제전망 수정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물가 상승압력으로 인해 한은이 올해 물가전망치를 수정하고, 정부도 이에 맞춰 물가와 성장률 등 경제전망을 수정할 것이란 전망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고유가 등 국내외 요인들이 쉽게 해소되기 힘들 전망이어서 물가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 동결 유지,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 가격 인하 유도 등 각종 정책을 동원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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