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은혜기자]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00원선 이하로 떨어지면서 어디까지 하락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정부의 고환율 정책으로 인해 고물가가 초래됐다는 비판이 일면서 지난 2008년 이후 줄곧 환율상승을 유도하거나 하락을 저지했던 정부 당국이 물가방어를 위해 어느 수준까지 환율 하락을 용인할 것인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수출호조와 외국인 자금 유입에 물가 급등까지 더해져 큰 그림의 하락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문제는 속도 조절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 1100원 레벨 사수는 포기..급락은 저지
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대비 4.5원 하락한 1086.60원을 기록하며 닷새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 31일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 이후 지지되던 심리적 지지선인 1100원이 무너진 후 추가적인 하락이 나타난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국이 급등하는 물가를 잡기위해 어느정도 환율 하락을 용인하는 모습을 보이자 숏(달러매도)심리가 강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은 환율이 유지된 까닭에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4차례나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고공행진을 지속했다"며 "결국 물가 때문에 외환당국도 이제는 환율을 경기상승의 도구에서 물가안정의 도구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결국 환율 하락은 물가로부터 시작한 것이 맞다"며 "당국이 더이상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인식이 커지며서 외환에 대해서도 투기성자금이 몰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외환당국은 이날 어느정도 매수개입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한 외환딜러는 "장 후반 역외 매도세에 1084원까지 밀고 내려갔던 환율은 1089원대로 5원 수직 상승했다며 당국이 추가적인 하락은 저지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다음 지지선이 1080원선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국내 예측기관 전망 하향 수정 나설 듯
환율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예측기관들의 연간 환율 전망치도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과 연초 제시된 각 기관의 환율 예상밴드는 1060~1090원 정도다. 외국계인 골드만삭스와 씨티은행이 각각 1030원과 1040원을 전망했던 것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이 중 일부 기관들은 전망을 수정하거나 이번달 말 수정치에서 하향 조정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투자증권은 이날 연평균 원·달러 환율을 1090원에서 1080원으로 연말은 1050원에서 1040원으로 내려잡았다.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도 원·달러 환율은 하락 압력이 우세해 연말까지 1040원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2분기는 물가안정을 위한 원화강세 용인 필요성이 높고, 위험통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가 될 것이어서 현재와 비슷한 환율하락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은 "단기적인 환율 반등 요인은 유럽과 리비아사태 정도가 있는데 이들 사태가 확률적으로 점차 안정화추세에 접어들고 있다"며. "신중하게 봐야겠지만 추세상의 변화를 고려해 조정을 할 생각" 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말 올해 연간전망치로 1095원을 제시했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상승폭 둔화,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 등으로 환율 하락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형중 연구원은 "3분기에는 물가가 고점을 확인한 이후가 될 것이기 때문에 물가안정 필요성이 다소 약화되므로 환율 하락은 상당히 더디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이은혜 기자 eh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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