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은혜기자] 엔·달러 환율의 강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경제에 미칠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엔고현상은 상대적인 원화약세를 가져오고 이는 국내 물가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 또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 안으로는 원전, 밖으로는 엔화와 사투하는 日
최근 엔화는 일본의 지진발생 후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88% 하락(엔화가치는 급등)한 달러당 78.90엔에 거래됐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80엔이 힘없이 붕괴된 데 이어, 1995년 4월19일 기록했던 전후 최저기록(79.75엔)마저 밑돌았다.
엔화 강세에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일본 복구를 위해 본국송환이 본격화 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 기업들의 회계년도 말과 겹쳐 기업들의 본국송환도 많을 것이란 전망도 엔·달러 환율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이 "엔화 급등은 투기적 거래 때문"이라고 언급하는 등 일본 정부는 보이지 않는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환율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엔화의 움직임에 따라 원화도 출렁거리고 있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5원 오른 1135.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엔 환율은 전날보다 34.63원 급등해 100엔당 1393.08엔을 기록했다.
◇ 韓 수출업체들, 상대적 반사이익 나타날까
일단 단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의 상승에 따라 상대적인 우리 수출업체들의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17일 하나대투증권은 엔화와 역의 상관관계를 보였던 필수소비재와 자동차, 에너지화학 등이 엔화 강세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효과는 짧게 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세계경제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상대적인 엔화의 강세가 우리 수출기업들에 긍정적이지만 지금과 같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전반적으로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엔화 강세 추세 자체가 오래 가지 않은 것이란 전망도 많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엔화는 피해 복구를 위해 엔화 수요가 확대되는 초기에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일본 정부가 본격적인 피해 복구를 위해 엔화 공급을 확대하고 시장개입에 나설 경우 약세 전환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실제 1995년 국내 수출은 고베 대지진 이후 나타난 엔화 강세의 영향으로 상대적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면서 IT, 자동차 , 반도체 등의 업종에서 수출 증가세를 보였으나 1995년 8월 이후 엔화의 본격적인 약세로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 인플레 압력과 투자자금 회수 우려
전문가들은 투기적인 엔화의 급등세는 단기적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지만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우리경제에 부정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단 원·달러 환율의 상승이 치솟는 국내 물가에 부담을 더하게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오를 때 소비자물가는 0.80%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의 추가 강세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심화 시키는 동시에 미국 시중금리 역시 상승시켜 글로벌 경기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날 국제금융센터는 "이번 대지진으로 인해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채권투자자금을 회수할 경우 각국별로 동일한 비율로 회수한다면 미국과 서유럽으로부터 회수하는 자금 규모가 크겠지만, 최근의 자금회수 경험 상으로는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으로부터의 회수 비율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뉴스토마토 이은혜 기자 eh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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