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동지훈 기자] 가상자산 소득 과세 제도 시행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또다시 유예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정부는 가상자산 과세 유예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다만 과세 인프라 미비와 청년층의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면서 과세 유예 쪽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입니다. 과세가 다시 연기될 경우, 2020년 제도 도입 이후 네 번째 유예가 됩니다. 정책을 보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여론의 반발이 있을 때마다 수정과 유예가 반복되면 국정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030 절반 "과세 유예"…청년층 우려에 또다시 연기 기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여당 간사인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28일 국회에서 열린 가상자산 과세 당·정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과세하자는 의견도 있고 몇 가지 보완하자는 의견도 있어서 당 차원에서 점검하기로 했다"며 "여러 가지를 열어놓고 점검해 최종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당·정이 이날 가상자산 과세 유예 여부에 대한 최종 방침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의견 수렴과 검토를 좀 더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정부와 여당은 과세 인프라 미비와 청년층 여론을 고려해 '과세 유예'로 기조를 잡아가는 기류입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당·정 협의에서 "과세 인프라 미비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자산 형성의 기회를 모색해 온 청년들의 우려를 경청하고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김 대표는 당·정 협의 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당·정 협의에서 가상자산 과세 관련 제도 정비와 보완, 그 후에 일정 기간 유예하는 방향이 바람직하지 않은가 하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당초 이날 결론 날 것으로 예상됐던 가상자산 과세 유예 결정이 미뤄진 것을 두고 결국 정부 ·여당 지지율이 하락세 또는 횡보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과세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청년층 여론을 염두에 둔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이날 공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 결과(10월26~27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무선 ARS 방식)에 따르면, 20·30대에서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유예해 달라"는 응답은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20대에선 49.2%가, 30대에선 52.0%가 과세 시행 유예에 찬성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민석 민주당 대표(왼쪽)와 권칠승 정책위의장이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자산과세 당정협의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0년부터 6년째 '오락가락'…정책 예측가능성·신뢰성↓
가상자산 과제는 2022년 1월 시행 예정이었지만 과세 체계, 투자자 보호 장치 미비 등을 이유로 지금까지 세 차례 유예됐습니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0년 12월에 통과된 소득세법 개정안엔 가상자산 매매·대여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보고 250만원을 기본공제한 뒤 20%(지방소득세 포함 22%) 세율로 과세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2022년)부터 당장 가상자산 과세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과세 시행에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가상자산 관련 제도 정비와 과세 체계 확립의 필요성, 청년층의 반발 등을 이유로 1년간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요구해 2023년 1월 시행으로 연기했습니다. 이어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후인 2022년 12월엔 또다시 금융투자소득세 과세를 2년간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이어 가상자산 과세 유예도 요구했습니다. 결국 2025년 1월 시행으로 2년 유예했습니다. 두 번째 유예 결정을 내린 겁니다. 2024년 7월엔 또다시 정부의 가상자산 과세 유예 방침이 관철되면서 2027년 1월 시행으로 세 번째 유예를 맞았습니다.
2025년 6월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이후 2027년 1월 가상자산 과세를 앞둔 시점에 최근 청와대는 과세 유예를 검토하고 여당인 민주당은 윤석열정부에서 제시한 이유를 그대로 내밀면서 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이번에 추가 유예가 최종 결정되면 네 번째 연기가 됩니다.
가상자산 과세 시행 시점을 두고 수정과 유예를 반복하는 것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측면에서 문제로 꼽힙니다. 특히 과세 원칙에 중점을 두지 않고 청년층의 반발 등 여론에 의해 정무적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과세 유예가 벌써 6년째인데 정책적으로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만약 유예하기로 결정한다고 해도 1~2년 뒤 또다시 과세 여부를 결정할 시기가 오면 그때도 유예할 것이라는 식의 막연한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직 과세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설득력은 크지 않다"며 "결국 정부가 정무적·정치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습니다.
가상자산 과세 문제뿐만 아니라 이재명정부 출범 초기부터 주요 정책에 대한 후퇴 논란은 반복됐습니다. 지난해 9월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유지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최근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검토했지만, 농어민 반발 등을 고려한 이 대통령의 지시로 연내 가입 신청을 보류했습니다. 주 52시간제 역시 초광역특구 등에 예외를 적용하는 방안을 두고 정부 내 이견과 노동계 반발이 뒤따르면서 당초 구상에서 후퇴하거나 조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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