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서울 아파트 매물이 8만건에 육박하며 올해 두 번째로 많은 수준까지 쌓였습니다. 매물은 서울 전역에서 늘었지만 가격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강남권은 급매가 시세를 끌어내리며 조정을 받고 있고, 강북권은 매물 증가에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8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7만9919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올해 가장 매물이 많았던 3월21일(8만80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물량입니다. 하반기 저점이던 8월3일(6만409건)보다 1만9510건(32.3%) 늘었고, 이달 들어서만 7715건이 쌓였습니다.
같은 기간 25개 자치구 모두 매물이 늘었습니다. 증가율 상위 10곳에는 성북구(57.1%)·성동구(42.0%)·마포구(39.0%) 등 강북권과 강동구(43.9%)·동작구(42.3%)·영등포구(38.4%) 등 강남권이 고루 이름을 올렸고, 강남3구에서도 송파구(39.0%)와 서초구(37.1%)가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가격 흐름은 반대로 나타났습니다. 우선 강남 3구 서초구(2834건)·강남구(2689건)·송파구(1993건)에서만 7516건이 늘어 서울 전체 증가분의 38.5%를 차지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동향(19일 기준)에서 서초구(-0.32%)와 강남구(-0.31%)는 11주째 하락했습니다. 서초구 반포리체 전용 59㎡가 7월보다 3억8000만원 낮은 31억5000만원에 팔리는 등 소형 평형도 꺾였습니다.
반면 강북권은 매물이 늘어도 값이 올랐습니다. 매물 증가율 1위인 성북구는 0.36%, 성동구는 0.21% 상승했습니다. 매물이 거의 늘지 않은 도봉구(6.1%)와 중랑구(18.0%)는 각각 0.33%, 0.31% 오르며 서울 아파트값 89주 연속 상승을 떠받쳤습니다.
매물 증가에도 가격 향방이 갈린 건 지역별 매수 여력의 차이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고가 아파트가 몰린 강남은 세제 부담과 대출 한도 축소로 살 수 있는 사람이 줄어 급매 위주로 거래가 이뤄진 반면, 대출이 가능한 중저가 단지가 많은 강북은 전세난에 밀린 실수요가 매물을 흡수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다만 최근 강북 상승 동력도 약해지고 있습니다. 강북 14개구 상승률은 10월 둘째 주 0.31%에서 셋째 주 0.26%로 낮아졌습니다. 성북구는 0.41%에서 0.36%로, 중랑구는 0.42%에서 0.31%로 오름폭이 줄었습니다. 한국은행 10월 주택가격전망지수도 124로 7월(127) 이후 내림세입니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매물은 더 쌓이고, 강남·강북의 엇갈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최근 매물 증가는 상생임대사업자와 주택임대사업자 제도 축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 등 세제개편안에 금리 인상과 가격 상승 피로감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것"이라며 "강남 급매가 일부 거래되고는 있지만 거래량이 많지 않고 연말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쳐 강남이든 강북이든 매물은 좀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금리가 올랐고 가액대별 대출 규제와 실거주를 전제로 한 구매 환경 탓에 강남과 강북 집값이 다른 양상이 지속되고, 연내 강남은 조정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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