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탄소배출권이 ‘잉여’된 이유
2026-10-15 12:00:00 ㅣ 2026-10-15 14:14:54
대한민국 온실가스 배출 1위 기업의 재무제표 한구석에 뜻밖의 수익이 쌓이고 있다. 탄소 감축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뼈를 깎는 체질 개선에 나선 기간산업의 거인이 남는 탄소배출권을 매각해 부수입을 올리는 역설적인 풍경이다. 실질적 친환경 설비 투자로 이뤄낸 값진 성과라면 박수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철강 업황 악화가 낳은 공장 가동률 하락과 이에 따른 잉여 배출권 판매 이익이라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이용우 의원실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확보한 자료를 보면, 포스코는 철강 부문에서 2024년 1248만8101톤, 2025년 1416만9911톤의 막대한 잉여 배출권을 남겼다. 다음 연도 이월량을 뺀 순수 매각 추정량만 2024년 208만1351톤, 2025년 236만1652톤에 달한다. 이를 기후부가 집계한 연평균 거래가격(2024년 톤당 9575원, 2025년 9461원)에 대입해 보면 2024년 약 199억원, 2025년 약 223억원으로, 최근 2년간 약 420억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2026년으로 넘긴 이월량 1180만8259톤은 현재 시세(톤당 약 3만원) 기준으로 3500억원이 넘는 평가액이다. 올해 들어 배출권 가격이 세 배 가까이 뛰면서 쌓아둔 잉여분 몸값도 함께 불어난 셈이다.
 
계열사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2026년 3월 공시된 포스코홀딩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5년 배출 할당량 512만톤 대비 예상 배출량 407만톤을 기록해 약 105만톤의 여유분을 안게 됐다. 2025년 평균 거래가격을 적용하면 약 100억원, 현재 시세로는 300억원이 넘는 규모다.
 
이런 와중에 포스코퓨처엠은 라임화성 사업 부문 설명에서 철강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온실가스 배출권 매각 이익 등을 통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고 적었다. 배출권 매각이 본업 부진을 만회하는 실적 방어의 한 축이 된 것일까.
 
포스코를 나무랄 일만도 아니다. 본업 활황보다 배출권 판매를 반길 기업은 없다. 문제는 지금의 이 구조가 어디서 비롯됐느냐다. 정부는 그동안 산업 경쟁력 유지와 수출기업 보호를 이유로 온실가스 배출권을 다소 넉넉하게 무상 할당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2024년 포스코의 할당량은 실제 배출량보다 500만톤 이상 많았다. 경기침체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 남는 배출권이 자연스레 기업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구조를 만든 것은 정부였다.
 
포스코도 탄소 감축에 나름 진심이다. 수소환원제철(HyREX) 시험 플랜트를 구축하고 해외 전기로 투자에 나서는 등 저탄소 시대로 가기 위한 잰걸음을 하고 있다. 잉여 배출권이 실질적 탄소 감축 기술 적용의 결과인지, 조업량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인지 객관적 검증이 필요하지만, 문제는 세부 감축 내역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철강은 국가 경제 뼈대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진정한 경쟁력은 우연히 얻어걸린 부수입에서 나오지 않는다. 정부의 관대한 할당량이 만들어낸 반사이익을 ‘실적’이라 부르기는 민망한 일이다. 결국 배출권이 잉여되지 않는 지름길은, 실질적 저탄소 공정 전환과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있다. 그게 탄소 감축에 100% 부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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