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선영 기자] 불법사금융에 대한 처벌 수위가 대폭 높아졌지만 피해 신고·상담은 오히려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처벌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저신용자의 불법사금융 유입을 막고 신고 이후 수사·채무조정 등 실질적인 구제로 연결하는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4일 금융감독원의 '2020년 이후 불법사금융 피해 관련 신고·상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상담 건수는 1만7538건입니다. 지난 2020년 8043건이던 신고는 2021년 9918건, 2022년 1만913건, 2023년 1만3751건, 2024년 1만5397건으로 매년 늘었습니다. 올해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5월까지 이미 7884건이 접수됐습니다.
신고·상담 증가세는 불법사금융 처벌을 강화한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4년 12월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개정 대부업법에 따르면 연 60%를 초과하는 반사회적 대부계약 원금과 이자는 모두 무효화됩니다. 또 무등록대부업 처벌은 징역 5년에서 10년으로, 벌금은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올랐습니다. 최고금리 위반 역시 징역 3년에서 5년, 벌금 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강화됐습니다. 불법대부나 채권추심에 이용된 전화번호를 차단할 법적 근거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대표적인 불법사금융 피해 유형은 오히려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해 미등록대부 신고는 9293건으로 전체 피해 유형 가운데 가장 많았습니다. 2020년 3369건과 비교하면 약 2.8배로 늘은 것입니다. 채권추심 신고도 같은 기간 580건에서 4280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올해 5월까지 신고된 미등록대부는 3627건, 채권추심은 1702건입니다.
신고·상담 건수 증가만으로 처벌 강화의 효과가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신고제도 정비와 불법사금융 사회적 관심 확대가 과거 드러나지 않던 피해를 끌어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신고가 접수된 후 실제 수사기관으로 연결되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은 과제로 꼽힙니다. 지난해 불법사금융 신고·상담 1만7538건 가운데 금감원이 수사의뢰한 건수는 582건(3.3%)에 불과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올해 국정감사 이슈 보고서에서 전년보다 수사의뢰 건수는 84건 늘었지만, 신고가 실제 단속과 처벌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다는 평가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처벌을 강화해도 불법사금융을 찾을 수밖에 없는 저신용층의 수요가 계속되는 점도 문제입니다. 서민금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24년 대부업체 대출 신청자의 72.3%는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제도권에서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저신용자는 약 2만9000~6만1000명, 이용금액은 3800억~7900억원으로 추정됩니다.
취약차주가 불법시장으로 넘어가기 전에 제도권 안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채무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예방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정책서민금융이나 채무조정 제도를 몰라 이용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국내 신용회복을 위한 채무조정 제도는 잘 갖춰 있지만, 소비자들이 관련 정보를 알지 못해 불법사금융 시장에 노출되고 있다"며 "정부의 채무조정 제도나 정책금융 상품에 대한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도 처벌 강화와 함께 불법사금융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금융지원 문턱을 낮추고 있습니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이날 '불법사금융예방대출' 지원 요건을 완화했습니다. 이 상품은 제도권금융 이용이 어려운 저소득·저신용 취약계층에게 최대 100만원을 신속 지원하는 정책서민금융상품입니다. 금융지원에서 배제된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 확대를 위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및 근로장려금 수급자는 신용평점과 관계없이 대출 신청이 가능하게 했습니다. 기존 기준은 연소득 3500만원 이하, 신용평점 하위 20%가 대상이었습니다.
피해 발생 이후 구제 절차를 한 번에 연결하는 장치도 마련했습니다. 2025년 12월 금융당국은 '원스톱 종합·전담 지원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이는 한 번의 신고로 불법추심 피해와 불법추심 수단을 즉시 차단하고 채무자대리인 선임을 동시에 진행하는 서비스입니다.
지난 2024년 6월 서울시내 한 거리에 사금융 광고 전단 스티커가 붙어있다. (사진=뉴시스)
장선영 기자 line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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