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애셋]코인판에 부는 '자사주 매입' 열풍
2년새 급증…바이백 8900억원
수익으로 토큰 가치 환원 방식
언락·매도 압력은 변수로 작용
2026-09-04 10:26:23 2026-09-04 10:26:23
이 기사는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디지털애셋>에서 작성했습니다.
 
[디지털애셋 박재연 기자] 가상자산(디지털자산) 프로젝트들이 주식시장의 자사주 매입과 유사하게 자체 발행 토큰을 시장에서 사들이는 '바이백(Buyback)'에 역대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프로젝트가 벌어들인 수익을 토큰 매입에 활용해 사업 성과를 토큰 가치와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이 프로토콜 수익을 활용해 자체 발행 토큰을 시장에서 사들이는 ‘바이백(Buyback)’을 확대하고 있다. 이미지는 HYPE(하이퍼리퀴드), OP(옵티미즘), PUMP(펌프펀), ENA(에테나), AAVE(에이브), USDe(에테나 스테이블코인) 토큰 모형들. (출처=디지털애셋)
 
<파이낸셜타임스>(FT)가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알리움랩스(Allium Labs)를 인용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디지털자산 프로젝트들이 올해 들어 자체 토큰 바이백에 투입한 금액은 약 6억3800만달러(약 8900억원)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바이백 규모는 5억4500만달러(약 7600억원)였습니다. 2024년에는 연간 전체 바이백 규모가 36만6000달러(약 5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올해 바이백 규모를 2024년 연간 전체와 비교하면 약 1740배로 불어난 셈입니다.
 
디지털자산 프로젝트들이 바이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로는 ‘프로토콜에서 발생한 수익을 토큰 보유자에게 돌려주는 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점이 꼽히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프로토콜이 수익을 내더라도 자체 토큰 가치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수수료 등으로 벌어들인 돈을 토큰 매입에 사용하는 프로젝트가 늘고 있습니다.
 
비트와이즈의 매트 호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8월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을 제외한 디지털자산의 가치는 앞으로 주식이나 채권과 마찬가지로 점차 수익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과거 디지털자산 프로젝트가 수백만명의 이용자와 수십억달러의 수익을 확보해도 그 돈이 토큰이나 토큰 보유자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이런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이퍼리퀴드·펌프펀 주도
 
올해 바이백 시장을 이끄는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무기한선물 탈중앙화거래소(DEX)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입니다. 하이퍼리퀴드는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대부분을 '어시스턴스 펀드(Assistance Fund)'에 배정하고 이를 이용해 시장에서 자체 토큰 HYPE(하이퍼리퀴드)를 지속적으로 매입하고 있습니다. 현재 프로토콜에서 발생하는 수수료의 99%가 이 기금에 배정되는 구조입니다. 지난달 23일 기준 어시스턴스 펀드가 매입해 영구적으로 유통에서 제외한 HYPE는 약 4670만개로 초기 전체 발행량의 4.7%에 해당합니다.
 
구조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하이퍼리퀴드의 거래가 늘어나면 수수료 수익이 증가하고, 수익이 늘어날수록 시장에서 매입하는 HYPE도 늘어납니다. 프로젝트의 사업 성과와 자체 토큰 수요를 직접 연결한 것입니다.
 
토큰 발행 플랫폼 펌프펀(Pump.fun)도 바이백에 적극적인 프로젝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펌프펀은 현재 수익의 50%를 자체 토큰 PUMP(펌프펀)의 시장 매입과 소각에 투입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습니다.
 
두 프로젝트가 올해 바이백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면서, 해당 토큰 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프로젝트가 실제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토큰 매입에 사용한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가치 평가 요소로 자리 잡는 모습입니다.
 
옵티미즘·에테나도 매입
 
이 같은 구조는 다른 주요 프로젝트로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더리움 레이어2 프로젝트 옵티미즘(Optimism)은 향후 1년 동안 슈퍼체인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50%를 자체 토큰 OP(옵티미즘) 매입에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슈퍼체인은 옵티미즘의 기술인 OP스택을 이용하는 블록체인 생태계로, 매입한 OP는 소각하지 않고 옵티미즘 재무고에 보관하는 구조입니다.
 
스테이블코인 USDe(에테나 스테이블코인)를 운영하는 에테나(Ethena)도 지난달 27일 비슷한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에테나는 USDe 유통량 등이 일정 기준에 도달할 때마다 바이백 비율을 높이고 첫 번째 기준을 충족하면 핵심 사업에서 재단으로 돌아오는 순수익의 95%를 ENA(에테나) 매입에 사용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물론 아직 거버넌스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제안 단계여서 실행 여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바이백을 이미 운영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탈중앙화 대출 프로토콜 에이브(Aave)는 Aave DAO의 자금을 활용한 AAVE(에이브) 매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첫 10개월 동안 20만5000개 이상의 AAVE(에이브)를 매입했는데, 이는 전체 공급량의 약 1.28% 수준입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의 디지털자산 사업부 피델리티 디지털애셋(Fidelity Digital Assets)은 올해 전망 보고서에서 이 같은 흐름을 '토큰 보유자 권리 변화’의 하나로 평가했습니다. 과거에는 프로토콜이 수익을 올려도 토큰 보유자와 연결되는 구조가 부족했지만 수익을 재원으로 한 토큰 바이백이 이 간극을 좁히기 시작했다는 분석입니다.
 
바이백, 만능은 아니다
 
다만 바이백에 자금을 투입했다고 해서 토큰 가격이 반드시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솔라나 기반 DEX 애그리게이터 주피터(Jupiter)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바이백을 실시했지만 자체 토큰 JUP(주피터)의 가격 하락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시장의 매도 압력이나 신규 토큰 공급이 바이백에 따른 매수 수요보다 크다면 가격을 떠받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디지털자산 투자회사 제너레이티브벤처스의 렉스 소콜린 공동창업자는 <더블록> 인터뷰에서 "바이백 규모뿐 아니라 시장의 거래량과 매도 압력을 함께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예를 들어 연간 1억달러 규모의 바이백을 실시하더라도 하루 거래량이 2000만달러에 달하고 언락 등에 따른 매도 압력이 크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디지털자산 유동성 공급업체 키록(Keyrock)의 아미르 하지안 연구원도 언락과 신규 발행에 따른 매도 압력을 변수로 꼽았습니다. 그는 바이백 구조가 잘 설계됐더라도 불리한 토크노믹스에서 발생하는 매도 압력이 바이백의 매수 압력을 크게 웃돌면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매입한 토큰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살펴봐야 할 포인트입니다. 바이백 이후 토큰을 소각하면 물량이 공급에서 영구적으로 제외되지만 프로젝트가 별도 지갑이나 재무고에 보관하면 향후 다시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남기 때문입니다.
 
재원·지속가능성 등 따져야
 
이런 이유로 바이백 규모만 보고 토큰의 가치를 판단하기보다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합니다. 가장 먼저 따져볼 부분은 바이백 재원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보는 겁니다. 프로젝트가 이용자에게 받은 수수료 등 실제 사업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꾸준히 바이백에 투입한다면 거래와 이용자 증가가 바이백 확대의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키록의 아미르 하지안 연구원도 바이백이 효과를 내려면 프로젝트 가치에 비해 매입 규모가 충분히 커야 할 뿐 아니라, 재원이 일회성 자금이 아닌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프로토콜 수익이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그 가운데 어느 정도가 바이백에 투입되는지, 매입한 토큰을 실제로 소각하는지, 앞으로 시장에 풀릴 신규 발행·언락 물량보다 바이백 규모가 충분히 큰지 등이 실질적인 효과를 가르는 요소로 볼 수 있습니다. 코인판의 '자사주 매입' 열풍이 단순한 가격 부양책을 넘어 지속가능한 토큰 가치 환원 구조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여부도 결국 이런 조건들을 충족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박재연 기자 damgomi@digitalasset.works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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