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자동차 디자인에서 감성은 종종 곡선으로, 이성은 종종 직선으로 표현됩니다. 아우디는 후자를 택한 브랜드입니다. 화려한 장식이나 극적인 볼륨 대신, 절제된 라인과 군더더기 없는 면 처리로 차갑고 이성적인 인상을 완성해 온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정밀한 비례와 완성도로 세련된 감성을 담아내는 것이 아우디 디자인의 핵심 정체성입니다.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한 문장이 브랜드 슬로건이자 디자인 철학인 ‘기술을 통한 진보(Vorsprung durch Technik)’입니다. 아우디는 이 문장을 통해 기술력 자체를 시각적 언어로 구현하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왔습니다.
아우디 네 개의 고리 엠블럼. (사진=아우디)
육각형 그릴과 네 개의 고리
아우디 외관 정체성의 중심에는 두 가지 상징이 자리합니다. 하나는 육각형으로 각진 라디에이터 그릴, 이른바 ‘싱글프레임 그릴’입니다. 차체 전면 한가운데를 큼직하게 차지하며 브랜드를 가장 먼저 각인시키는 요소로, 모델과 세대를 거치며 형태는 조금씩 달라졌지만 육각형이라는 기본 틀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1932년 아우디·호르히·DKW·반더러 4개 자동차 회사의 합병으로 탄생한 ‘네 개의 고리’ 엠블럼입니다. 서로 맞물린 4개의 고리는 자동차 산업의 결합과 단결을 상징하며, 이후 1980년 처음 선보인 사륜구동 시스템 '콰트로'와 함께 아우디 기술 정체성의 시각적 뿌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릴과 엠블럼이라는 두 상징 외에는 불필요한 장식을 최소화하는 것이 아우디 외관 디자인의 공통된 특징입니다.
HMI, 절제된 실내의 상징
실내에서도 이 절제의 감각은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왔습니다. 아우디는 일찌감치 운전자와 차량의 소통 방식, 이른바 HMI(휴먼-머신 인터페이스)를 다듬는 데 공을 들여온 브랜드입니다. 오디오와 내비게이션 등 여러 기능을 하나의 조작 체계로 통합한 ‘MMI(멀티 미디어 인터페이스)’ 시스템이 대표적인데, 개발 당시 아우디는 별도의 설명 없이도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이는 정보와 조작 버튼을 무분별하게 나열하는 대신, 운전자에게 꼭 필요한 요소만 논리적으로 배치한다는 절제의 철학을 실내 설계에 구현한 사례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최신 양산 모델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완전변경을 거친 아우디 A6는 실내에 버추얼 콕핏(디지털 계기판)과 MMI 터치 디스플레이, 조수석 전용 디스플레이를 하나로 연결한 ‘파노라믹 디지털 스테이지’ 구성을 적용했습니다.
특히 조수석 디스플레이는 운전자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조수석에서만 보이도록 설계됐는데, 여러 화면을 늘어놓기보다 각 탑승자에게 필요한 정보만 정확히 전달하겠다는 아우디식 절제의 감각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게르놋 될너 아우디 AG 이사회 의장은 지난달 브랜드 최초의 풀사이즈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우디 Q9’을 공개하며 “앞으로의 기술을 통한 진보는 차량 내 경험을 중심으로 더욱 정의될 것”이라며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고객들에게 이동형 생활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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