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완화로 은행권의 대출 여력은 늘어났지만, 차주들이 체감하는 금리 부담이 낮아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늘어난 한도가 집단대출 등 실수요자 대출에 우선 배정되는 만큼 은행들이 일반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금리를 낮춰 대출 경쟁에 나설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높여온 가산금리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단순 평균 가산금리는 지난해 6월 3.10%에서 올해 6월 3.34%로 올랐습니다. 1년 새 0.24%포인트(p) 뛴 셈입니다.
월별로 보면 지난해 하반기 3.07~3.14% 수준에 머물던 가산금리는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2월 3.13%에서 3월 3.21%로 뛴 뒤 4월 3.23%, 5월 3.27%, 6월 3.34%로 상승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지난 2월 이후 넉 달 만에 0.21%p 치솟으며 최근 1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가감조정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산정됩니다. 은행이 자체적으로 붙이는 가산금리에는 업무 원가와 위험 프리미엄 등이 반영되는데, 그동안 은행들은 연간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맞추기 위해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출 수요를 억제해왔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난 13일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기존 1.5%에서 3%로 상향 조정하면서, 높았던 가산금리도 낮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번 조치로 금융권 전체에는 약 30조원의 추가 대출 여력이 생긴 것으로 추산됩니다. 정부는 늘어난 여력을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등 실수요자 중심의 집단대출에 우선 활용할 방침입니다.
다만 이러한 대출 총량 확대가 곧바로 일반 차주들의 금리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추가 대출 여력이 모든 금융사에 일률적으로 배분되는 것은 아닌 데다, 상반기 대출을 과도하게 늘린 은행은 하반기 관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만큼 은행마다 신규 대출을 늘릴 수 있는 폭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추가로 늘어난 대출 총량 한도의 상당 부분이 주택 공급과 연계된 집단대출 등에 활용되는데요. 은행 입장에서 일반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까지 금리를 낮춰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설 유인이 크지 않은 셈입니다.
시장금리와 자금조달 비용도 변수입니다. 은행 대출금리는 가산금리 외에도 지표가 되는 시장금리와 예·적금 등 조달비용의 영향을 받습니다. 시장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조달비용 부담이 지속될 경우 가산금리를 낮추더라도 차주가 실제 적용받는 최종 대출금리 하락 폭은 제한될 수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이 확대됐더라도 은행별 실제 여력에는 차이가 있고 시장금리와 조달비용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대출 공급이 늘어났다고 해서 가산금리가 바로 큰 폭으로 내려가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그동안 은행들이 총량 관리를 명분으로 가산금리를 높여온 만큼 규제 완화 이후 금리 정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입니다. 대출 억제 필요성이 낮아졌는데도 높은 가산금리가 장기간 유지될 경우 은행들이 금리 인하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커질 수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가산금리를 활용했던 측면이 있다"며 "대출 공급 여력이 확대된 만큼 향후 은행들이 가산금리나 우대금리를 어떻게 조정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l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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