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파노라마)희대의 '대법관 제청' 파문…어디서 시작됐나
법조계 “조희대 논란, 법적 다툼 아닌 정치적 문제”
조 대법원장, 대통령 임명권 존중하는 타협점 낼까
'유신헌법'에서 유래한 ‘대법원장 제청’ 폐지 주장도
2026-08-24 18:14:17 2026-08-24 18:24:00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법률가들이 나설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과 조희대 대법원장의 정면충돌로 번진 대법관 제청 사태를 두고 한 헌법학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사태의 본질은 법리적 다툼이 아닌 정치적 조율의 실종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입니다. 
 
대법관 제청·임명 절차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없는 탓에 ‘일방 제청’이나 ‘제청 반려’를 두고 위헌·위법성을 따지는 건 실익이 적어 보입니다. 법조계에선 조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의 임명 권한을 존중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는 게 자연스럽다는 시각이 우세한 배경입니다. 나아가 이번 일을 계기로 ‘대법원장 1인의 제청권’이 대법원의 다양성을 가로막았다며 제청권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사진=뉴시스)
 
대법관 제청 갈등이 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대통령과 조 대법원장이 의미심장한 말을 주고받았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24일 대한변호사협회가 주최한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에서 “사법제도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국가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통제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법의 지배’라는 가치는 더욱 소중하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지난 19일 대법관후보 추천위원회의 추천 이후 7개월 만에 후임 대법관 후보를 제청했습니다. 청와대와 사전 협의 없는 서면 제청 방식이었습니다. 통상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물밑 조율을 마치고, 둘이 직접 만나 제청하던 관례를 깨버린 셈입니다. 이후 청와대가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논란이 커졌습니다. 조 대법원장의 이날 발언은 우회적으로 청와대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반부패보다 헌정 질서 파괴 행위가 더 심각하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성기홍 홍보소통수석도 유튜브 채널 오마이TV에 출연해 조 대법원장의 서면 제청을 두고 “헌정사 초유의 상황”,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하지 않은 일방 통보”라며 날을 세웠습니다. 
 
대법원장(6년)과 대통령(5년)의 임기가 서로 다른 구조에서 인선 갈등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권한이 충돌할 때 우위에 있는 건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임명권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지배적인 의견입니다.
 
전직 법원장은 “대법원장에게 제청권을 준 이유는 사법부의 전문성을 존중한 것이고,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 건 민주적 정당성을 위한 것”이라며 “대법관 역시 고위공무원이란 점에서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의 임명권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선출직이 아닌 대법원장 1인의 제청에 선출직인 대통령이 기속된다고 볼 순 없다. 대법원장이 제청했으니 대통령도 당연히 임명해야 한다면, 그건 재량이 아니라 의무”라면서도 “단, 국회 동의를 거쳤다면 대통령의 임명권은 어느 정도 제약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11월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열린 환담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오른쪽)과 악수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다만 제청과 임명 절차가 법적으로 명시돼 있는 건 아닙니다. 이에 법리적으로 다툴 문제가 아니란 지적이 나옵니다. 앞선 헌법학자는 “제청·임명에 대한 법의 취지를 설명할 순 있어도,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며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대법관 인선 갈등은 조 대법원장과 이 대통령의 해묵은 갈등의 일부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지난해 5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이후 조 대법원장의 대선 불복 행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며 “대법관을 7개월 가까이 제청하지 않다가 갑자기 제청한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법원장 1인의 제청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대법원장 1인에게 제청권을 몰아준 건 1972년 유신헌법입니다. 이전까진 법관회의나 법관추천회의 등 합의기구가 직접 제청하거나 대법원장이 동의를 얻어 제청했습니다. 선진국 중 대법원장 혼자 대법관 후보 제청권을 행사하는 건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제왕적 대법원장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특히 대법관 증원을 앞두고 대법원 다양성을 위해 대법원장 제청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익명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관들이 법관 위주로 구성된 가장 큰 원인은 대법원장의 1인 제청권이다. 대법원장의 전문성이 오히려 대법원 다양성을 가로막은 것”이라며 “대법관 후보를 비법관을 포함한 법률가 전체로 넓혀야 하는 지금이 대법원장 제청권 폐지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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