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본격 확산한 지난 2022년 이후 15~29세 청년 일자리가 28만5000개 감소한 가운데, 줄어든 일자리 10개 중 9개 이상이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AI가 자료 정리와 기초 분석 등 초급 업무를 대신하면서 청년을 채용해 숙련 인력으로 육성하는 기존의 '경력 사다리'를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다만 AI 자체가 청년 고용 부진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 경력직 중심 채용과 기업 교육 약화 등 기존 노동시장 변화를 가속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도 함께 나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AI 노출 업종에서 '연공편향적 기술 변화'
한국은행이 18일 펴낸 'BOK 이슈노트: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변화하는 경력 사다리와 대응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4년간 청년층 일자리는 28만5000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26만8000개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줄어 전체 감소분의 94.0%를 차지했습니다. 사실상 청년 일자리 10개 중 9개 이상이 AI 고노출 업종에 집중되면서 사라진 셈입니다.
업종별로 보면 정보서비스업(-31.4%), 출판업(-27.4%),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16.6%), 전문서비스업(-11.6%) 순으로 나타나면서 AI 활동이 높은 지식서비스업에서의 청년 일자리 감소가 두드러졌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3만개 증가했는데, 이 중 17만3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늘었습니다. AI에 노출된 업종에서 청년 고용은 줄고, 장년층 고용은 증가하는 '연공편향적 기술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오삼일 한은 고용연구팀장은 "AI는 매뉴얼에 있는 업무를 주로 하는데, 이는 청년층을 대체할 수 있다"며 "반면 시니어 업무는 조직의 성격과 맥락을 이해해야 할 수 있는 특화된 업무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AI가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니어가 AI 도입 초기에 타격을 입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
AI로 청년 '첫 경력' 약화…'경쟁' 대신 '활용'해야
특히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고용 영향도 달랐습니다. AI에 과업 수행 자체를 맡기는 '자동화' 비중이 높은 업종일수록 청년 고용 감소 폭이 큰 반면, AI를 초안 작성이나 검증 등 업무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는 '증강'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고용 감소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AI가 자료 검색·정리, 문서 초안 작성, 기초 분석 등 사회 초년생이 주로 맡던 업무를 먼저 자동화하면서 경력 사다리의 첫 단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다만 한은은 최근 청년 고용 부진을 모두 AI의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산업별 고용 조정과 경력직 중심의 채용 관행, 재택근무 확산 등 여러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기업 업무와 조직 구조가 AI 활용에 맞춰 재편되면서 새로운 직무와 노동 수요가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에 청년 일자리를 단순히 보전하기보다 AI 시대에 맞춰 경력 사다리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습니다. 한은은 "청년이 AI와 경쟁하는 대신 AI를 활용하면서 현장 경험과 숙련을 쌓을 수 있도록 직업훈련과 일경험 제도를 개편하고, 기업의 멘토링·교육 비용까지 지원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 동작취업지원센터 내에서 한 청년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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