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회사가 부담할 의무까지 벤처창업자 개인에게 부담시키는 관행을 제한하는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투자 주체에 따른 규제 공백은 남아 있습니다. 벤처투자 영역에서는 제3자 연대책임 제한이 법제화된 반면, 신기술금융업권에는 아직 같은 법률상 제한이 없습니다. 여기에 프롭테크 스타트업 어반베이스와 크리에이터 콘텐츠 플랫폼 OGQ 사건처럼 대표에게 주식매수나 투자금 상환 의무를 직접 부과한 계약까지 제3자 연대책임 제한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18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신기술금융업권에도 제3자 연대책임 제한을 도입하기 위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3건 발의돼 있습니다. 개정안들은 신기술금융회사와 조합의 투자계약에서도 피투자기업의 의무를 창업자 등 제3자에게 연대해 부담시키는 행위를 제한하는 내용입니다.
어반베이스와 OGQ 사건의 투자 주체 역시 각각 종합여신전문금융회사와 신기술사업투자조합으로, 여신전문금융 영역에 해당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법률상 규제 공백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시에서 법으로…신기사는 다른 규율 체계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종민 의원실)
창업자 등 제3자에 대한 연대책임 제한은 법 개정 전부터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벤처투자 영역에서 적용돼 왔습니다. 중기부는 2023년 4월부터 벤처투자회사와 벤처투자조합에 고의·중과실이 없는 제3자의 연대책임을 제한했습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2025년 2월 중기부 고시로 운영되던 연대책임 제한을 법률에 명시하는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신기술금융업권에도 같은 제한을 도입하는 여신법 개정안을 함께 대표발의했습니다. 연대책임 제한 대상을 개인투자조합과 창업기획자까지 확대한 벤처투자촉진법은 지난해 12월30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반면 여신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돼 있습니다. 김종민 의원안은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고, 이후 김성원·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유사한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관련 법안은 모두 3건으로 늘었습니다.
현행 벤처투자촉진법은 투자받은 업체가 부담해야 할 의무를 제3자가 연대해 부담하도록 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제한합니다. 다만 허위 진술·보장이나 투자금 용도 위반 등 법에서 정한 사유가 발생하고 제3자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연대책임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신기사는 벤처투자촉진법이 아니라 여신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같은 스타트업 투자라도 투자 주체에 따라 창업자 연대책임을 규율하는 법률이 달라지는 구조입니다.
법 개정 전 자율규제…적용 대상 확대
금융위도 이 같은 차이를 인식하고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지난 2월 신기술금융회사와 조합의 벤처투자 과정에서 개인 창업자에게 연대책임을 묻는 관행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여신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법 개정 전까지는 업권 자율규제를 통해 연대책임 부과 관행을 줄이겠다는 방침도 내놨습니다.
여신금융협회는 2월23일 '제3자에 대한 연대책임 부과 관행 개선을 위한 모범규준'을 제정했습니다. 이어 지난 5일에는 적용 대상을 넓히는 내용으로 모범규준을 개정했습니다. 이에 연대책임 제한이 적용되는 피투자기업은 초기 신기술사업자에서 전체 신기술사업자로, 책임 제한 대상은 '개인인 제3자'에서 '제3자'로 확대됐습니다.
다만 모범규준은 업권의 자율규제입니다. 벤처투자촉진법 적용 업권에서는 제3자 연대책임 제한이 법률에 규정돼 있는 반면, 신기술금융업권은 아직 여신법상 금지 조항 없이 자율규제를 적용하는 차이가 남아 있습니다.
자율규제 머문 신기사…여신법 개정안 국회 문턱
국회에 계류된 여신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신기술금융업권에도 제3자 연대책임을 제한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됩니다. 다만 개정안이 제한하는 것은 피투자기업이 부담해야 할 의무를 제3자가 '연대해' 부담하도록 하는 행위입니다. 대표가 계약 당사자로서 별도의 의무를 직접 부담한 경우까지 같은 규정이 적용되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어반베이스에서 법원이 인정한 것은 회사 채무에 대한 대표의 연대책임이 아니었습니다. 항소심은 대표의 주식매수의무를 회사와 별개로 부담하는 '독자적인 의무'로 판단했습니다. OGQ에서도 '이해관계인'으로 계약에 참여한 대표에게 직접 투자금 상환 책임이 인정됐습니다. 다만 항소심은 이를 연대채무로 해석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두 사건처럼 대표에게 별도의 주식매수나 상환 의무를 부과한 계약이 제3자 연대책임 제한 규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지는 향후 남는 쟁점입니다.
김종민 의원도 신기술금융업권의 법률상 규제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여신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 의원은 "벤처투자 영역에서는 이미 제3자 연대책임을 법으로 제한하고 있는 반면 신기술금융업권은 아직 자율규제에 머물러 있다"며 "투자 주체에 따라 창업자 보호에 차이가 생기는 규제 공백을 해소하려면 여신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투자자의 권리는 보호하되 정상적인 사업 실패에 따른 위험까지 창업자 개인에게 전가하는 관행을 개선해야 창업 도전과 성장의 토대가 마련되고 혁신적인 창업 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이 6월30일 서울 마포구 SVC서울에서 열린 '벤처투자 계약문화 발전 선포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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