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노조탄압 공판 100회)⑬노조 지회장, 허영인 면전서 "회장이나 돼서 노조탄압"
허영인 99차 재판, 임종린 지회장 '증인신문' 계속돼
허영인 측, 조합원 1명씩 언급하며 "자발적 탈퇴" 주장
임종린 "사측 '탈퇴 강요' 실재…탈퇴 분위기 조성했다"
2026-08-13 16:38:28 2026-08-13 17:09:36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임종린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장이 '노조 파괴' 혐의를 받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을 면전에 두고 "회장씩이나 돼서 그런 짜치는(수준 낮은) 지시(노조 탄압)까지 했나"라고 했습니다. 노조 탄압 의혹이 불거진 지 5년여 만에 법정에 선 피해자가 허 회장을 직접 마주하고 책임을 따져 물은 겁니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류경진 부장판사)는 허영인 회장 등 SPC 전·현직 임직원 19명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에 관해 99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습니다. 앞선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던 임 지회장은 이날도 법정에 나와 '회사의 노조 탈퇴 종용엔 허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임 지회장은 "관리자들이 허 회장 지시로 (민주노총) 탈퇴 종용 작업을 벌인다는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허 회장 지시로 황재복 SPC그룹 대표가 관리자들에게 탈퇴 종용을 했다는 증언들도 재판 과정에서 나왔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자 허 회장 측 변호인단은 임 지회장 진술의 신빙성을 허물고자 임 지회장과 조합원 A씨가 나눈 메시지를 문제로 삼았습니다. A씨가 임 지회장에게 '관리자들이 허 회장 지시로 탈퇴 작업을 벌인다고 했다'는 취지로 메시지를 보내면서 "허 회장이 설마 파리바게뜨 기사를 노조(한국노총) 가입시키라고 했겠어요?"라고 한 대목을 들춰낸 겁니다.
 
이를 두고 허 회장 측은 "관리자들은 허 회장의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며 "A씨가 거짓말한 게 마음에 걸려서 이렇게 말한 것 아니냐"라고 압박했습니다.
 
반면 임 지회장은 "A씨로선 '회장씩이나 되는 위치에 앉아서 그런 짜치는 지시까지 했나' 하는 우려와 '그 정도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이지 않았을까"라고 받아쳤습니다. 임 지회장이 앉은 증인석은 허 회장의 피고인석과 불과 1m도 채 되지 않았는데, 임 지회장은 허 회장을 향해 의혹을 직접 지적한 셈입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 4월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노조 탈퇴 종용' 사건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했다. (사진=연합뉴스)
 
허 회장 측과 검찰은 100회에 가까운 재판 과정에서 허 회장의 노조 탄압 지시 여부를 두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앞서 그룹 2인자였던 황재복 대표가 허 회장 지시를 인정한 것은 물론, 황 대표가 임직원들에게 '허 회장 지시가 있었다'고 말하는 통화 녹취록과 메시지도 다수 나온 상태입니다. 
 
노조 탈퇴 종용에 허 회장 지시가 있었다는 정황을 뒤집기 어려워진 허 회장 측은 이번엔 노조에서 탈퇴한 조합원 개개인의 사례를 문제로 삼으며 방어에 나섰습니다.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노조를 탈퇴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겁니다.
 
관리자로부터 '원하는 직무로 가려면 민주노총은 좀 그렇다'는 말을 들었다는 조합원 B씨에 대해선 "B씨는 근무여건 등에 관해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탈퇴했다고 한다. 회사로부터 강요나 협박을 받았다고 이야기한 바 없다"고 했습니다. 한 달간 매장 배치를 받지 못한 조합원 C씨가 관리자에게 '노조를 탈퇴할 테니 매장 배치해 달라'고 한 사례를 가지고는 "억지로 탈퇴한 게 아니지 않느냐"라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심지어 임 지회장에겐 탈퇴한 조합원 570여명의 명단을 제시하면서 "사용자 강요로 탈퇴한 조합원이 누군지 특정해 달라"며 "고소인이라면 그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느냐"라고 몰아세웠습니다.
 
이에 임 지회장은 "(노조를 탈퇴하는 데는) 회사의 강요와 협박이 실재했다"면서 "제빵기사가 노조 탈퇴서를 쓸 때까지 관리자가 주방에 서 있는 등 다양한 방식의 강요와 협박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노동위원회에서 인정된 승진 차별은 물론, 관리자들이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현장에선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위협을 느꼈다"면서 "그 이후 관리자들이 노조를 탈퇴하라고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조합원들이 탈퇴를 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분위기 자체를 회사가 조성했다"고 했습니다.
 
허 회장 측은 임 지회장에게 "조합원들이 억지로 탈퇴했다면, 이런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선 왜 다시 노조로 돌아오지 않는 것이냐"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임 지회장은 "현장에선 노조를 차별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폭력을 저지른 쪽에서 도리어 노조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것이냐"고 따졌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