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취업을 청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1심에서 무죄를 받았습니다. 법원은 검찰이 외면한 무죄 증거들을 하나하나 지목하며 수사가 무리하게 진행됐다고 지적했습니다.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청탁·외압 혐의' 선고기일에 출석한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왼쪽)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임혜원 부장판사는 13일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는 노 전 실장과 김 전 장관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무원 2명도 무죄를 받았습니다.
노 전 실장과 김 전 장관 등은 2020년 8월 이 전 부총장을 CJ대한통운 자회사 한국복합물류의 상근고문으로 취업시키기 위해 회사 인사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김 전 장관 등은 2018년 7월 다른 정치인 김모씨를 취업시키려고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도 있습니다.
노 전 실장 등은 한국복합물류가 국토부의 지시·감독을 받는 회사라는 점을 이용, 물류 전문성이 없는 정치인들을 임원으로 앉혔다는 게 검찰 주장입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노 전 실장 등이 공모해 한국복합물류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국토부의 오랜 추천 관행을 짚었습니다. 재판부는 "국토부는 2009년부터 한국복합물류 상근고문 등을 추천했고, 이에 따라 고문 계약이 체결된 관행이 있었다"며 "그 배경엔 한국복합물류가 국가 지원 등을 받아 국토부로부터 지시·감독을 받는 대상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관행대로 국토부에서 상근고문을 추천했을 뿐인데,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상근고문들만 수사 대상으로 선별했다는 노 전 실장과 김 전 장관 측 주장이 받아들여진 겁니다.
재판부는 상근고문 업무 특성상 정치인 추천이 잘못됐다고 볼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상근고문 업무는 국토부 대관 업무 수행"이라며 "이에 한국복합물류는 국토부 추천 인사를 반대하지 않았고, 그동안 상근고문들 역시 물류 사업과 관련성이 없없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정부와 연결 고리가 있는 상근고문이 필요하다'는 CJ대한통운 내부 자료가 있었던 점을 들어 "CJ대한통운 인사팀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상근고문 자격은 대정부 협의와 지원을 위한 것"이라며 "(회사는 정치인 출신이) 정권 네트워크를 보유해 관련 사업 지원이 가능하다고 봤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CJ대한통운 및 한국복합물류가 국토부 등에 정치인 출신 상근고문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일도 없다는 점도 무죄의 근거가 됐습니다. 앞서 재판 과정에선 한국복합물류 임원 등이 증인으로 출석해 "(국토부 인사 추천으로 회사가) 피해를 본 사실이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노 전 실장과 김 전 장관이 1심에서 무죄를 받음에 따라 검찰은 문재인정부를 겨냥해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는 비판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애초 이 사건은 검찰의 인지 수사로 시작됐습니다. 2022년 이 전 부총장의 알선수재 혐의를 수사하던 검찰은 취업 정황을 빌미로 문재인정부 고위직을 향해 수사를 전면 확대한 겁니다.
선고 직후 노 전 실장은 "실체가 없는 사건을 검찰이 기소한 것"이라고 했고, 김 전 장관은 "다수 공무원들이 정치 보복 수사의 희생양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장관 측 이재화 변호사(법무법인 진성)도 "사건이 발생해서 검찰이 수사한 게 아니라, 검찰이 수사를 통해 사건을 만든 것"이라며 "검찰 수사 기록에 CJ대한통운 필요에 의해 이 전 부총장 등을 채용했다는 점이 드러나는데, 검찰은 이를 은폐하고 형식상 논리로 기소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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