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력 소모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주요 전력기기 업체들이 직류(DC) 송·배전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전력 공급망은 교류(AC) 중심인 반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AI 시대 핵심 인프라에서는 직류 전력 사용이 확대되면서, 교류와 직류 간 전력 변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줄이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가 차세대 전력 공급원으로 부상하면서 직류 시장의 성장세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분석됩니다.
LS일렉트릭 DC팩토리. (사진=LS일렉트릭)
국내 주요 전력기기 업체들이 직류 시장으로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S일렉트릭(010120)은 최근 GS건설과 ‘AIDC(AI 데이터센터) 사업 환경 변화에 따른 공동 대응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큰 만큼 전력 송·배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술 개발을 함께하자는 것입니다. 이미 지난달 세계 최초의 100% 직류 배전 공장을 가동하는 등 직류 사업에 집중하는 가운데 추가 기술 확보에도 나선 것입니다.
경쟁사들도 직류 전력기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추세입니다.
HD현대일렉트릭(267260)은 최근 북미 신재생에너지와 ESS 시장을 겨냥한 직류 개폐기를 개발하는 한편, 초고압직류송전(HVDC) 수주를 이어가는 등 직류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효성중공업(298040)도 지난 2024년 독자적으로 200MW(메가와트)급 HVDC 국산화에 성공하는 등 직류 기술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전압형 HVDC 변압기 공장’을 구축하며 직류 시장 공략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기업들이 직류 시장을 겨냥한 것은 AI 시대를 맞아 전력 공급 구조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전기 생산 시설인 발전소는 화력이나 원자력 등으로 터빈을 회전시켜 전력을 생산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전기를 통해 교류 형태의 전기가 만들어집니다. 교류 전기는 변압이 쉽고 장거리 송전에 유리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주류 전력 방식으로 활용돼 왔습니다.
효성중공업의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사진=효성중공업)
그러나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시장에서 직류 전력 사용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흐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은 교류 기반이지만, AI 서버에 탑재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중앙처리장치(CPU) 등 주요 반도체는 직류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발전소에서 데이터센터까지는 교류 전력망을 거친 뒤 데이터센터 내부에서 다시 직류로 변환하는 과정이 필요해졌습니다. AI 데이터센터처럼 전력 소비량이 큰 시설에서는 이 같은 전력 변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도 무시하기 어려워, 변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직류 배전 기술의 중요성이 커진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신재생에너지의 사용 확대도 직류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는 기존 화력·원자력 발전과 달리 직류 전력과의 연계성이 높은 만큼, 직류 기반 전력망 구축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원래 유럽에서 신재생·친환경 에너지를 쓰고 직류 기술이 잘돼 있었는데 최근 그걸 국내에 도입하고 있다”며 “기존 석탄, 원자력 등의 에너지에서 교체 흐름이 이어지는 양상으로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가 대표적 사례”라고 했습니다.
전력 변환의 어려움과 비용 등 고질적인 문제들이 해소되는 점도 시장 확장성을 키우는 요소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직류 방식은 효율이 좋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 문제였다”며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인 데다 비용 문제도 기술 발전으로 상당 부분 극복된 만큼, 직류가 더 각광받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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