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게임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 과거 어떤 게임을 출시하고 흥행시켰는지를 보여주는 개발자의 트랙레코드가 몸값을 높이고 있습니다. 신작의 아이디어나 장르만큼 누가 게임을 만들고 실제 출시와 운영까지 경험했는지가 투자 판단의 주요 기준으로 떠오르는 모습입니다. 투자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검증된 개발진을 통해 위험을 낮추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10일 2026 콘텐츠 산업포럼 결과자료집에 따르면 2025년 이후 투자를 유치한 순수 신작 게임 개발 스타트업 17곳 가운데 12곳은 대형 게임사 등에서 흥행작 개발 경험을 갖춘 핵심 인력을 앞세운 팀으로 분석됐습니다. 투자 유치 기업의 약 70%가 이미 시장에서 성과를 낸 개발진을 중심으로 꾸려진 셈입니다.
게임은 개발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지만 출시 전 흥행 가능성을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출시 이후에도 이용자를 유지하기 위한 업데이트와 라이브 서비스 역량이 필요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게임의 초기 완성도뿐 아니라 개발진이 실제 프로젝트를 출시하고, 이후 이용자 반응에 대응하며 서비스를 운영한 경험도 팀의 역량을 판단하는 지표가 됩니다.
실제 게임업계에서도 한 번 성과를 입증한 개발자에 대한 신뢰가 다음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사례가 나타납니다.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자사 핵심 개발자에 대해 "서사와 게임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내부 신뢰가 두텁다"며 "새로운 시도를 한다고 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믿음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흥행작을 만들어낸 경험뿐 아니라 실제 게임을 출시하고 이용자 반응에 대응하며 서비스를 운영해본 경험 자체가 개발자의 일종의 신용으로 작용하는 셈입니다.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도 초기 게임 스타트업을 평가할 때 이 같은 경험을 중요 평가요소로 보고 있습니다. 김지웅 카카오벤처스 이사는 초기 게임사 투자와 관련해 현재의 성과 지표가 부족한 단계에서는 과거의 트랙레코드를 통해 팀의 역량을 판단한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어떤 게임을 출시했고 라이브 서비스를 운영해봤는지, 그 과정에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등을 본다는 것입니다.
김 이사는 개별 게임의 흥행 여부만을 보고 투자하기보다 결국 해당 게임을 만들고 운영할 사람에 투자한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게임 하나의 성공 가능성을 사전에 단정하기 어려운 만큼 프로젝트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더라도 방향을 수정하고 다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팀인지를 본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단순히 대형 게임사에서 오래 근무했다는 이력보다는 실제 상용화 경험의 가치가 더 크게 평가됩니다. 개발 단계에서 프로젝트를 만들어 본 것과 이용자에게 게임을 출시한 뒤 업데이트와 수익모델, 이용자 이탈 등 시장의 문제를 직접 경험한 것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사 입장에서도 외부의 검증된 개발팀에 투자하거나 퍼블리싱 계약을 맺는 방식은 자체적으로 모든 신작을 처음부터 개발하는 데 따른 위험을 분산하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개발 역량이 확인된 팀을 조기에 확보하면 신규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할 가능성도 넓힐 수 있는 이점도 있습니다.
다만 검증된 개발진 중심으로 자금이 집중될 경우 첫 게임을 준비하는 창업자나 경력이 짧은 개발팀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습니다. 이미 게임을 출시한 팀과 달리 투자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상용화·운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 산업의 리스크가 커질수록 투자자들은 아이디어보다 실행력을 검증받은 팀을 찾게 마련"이라며 "신진 개발자들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퍼블리싱·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함께 확대돼야 산업 전체의 저변도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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