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 뒤집은 김현태·이진우, 박안수는 "국가에 헌신"…법정서 드러난 군 수뇌부의 민낯
김현태 "책임지겠다"→"계엄은 정당"…이진우도 '의원 퇴거 지시' 진술 번복
곽종근만 국민에 사과, 문상호 "철저히 이용"…군 간부 12명 이달부터 선고
2026-08-06 18:17:55 2026-08-06 18:56:16
[뉴스토마토 정주현 기자]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군 장성과 간부 등 12명의 1심 심리가 지난달 잇따라 마무리됐습니다. 이들이 법정에서 남긴 마지막 말은 사죄와 후회부터 책임 전가, 계엄 정당화까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특히 반성과 참회 대신 부하들에게 책임을 미루거나 기존 진술을 뒤집으며 궤변을 늘어놓는 모습 속에선 군 수뇌부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7-2부(재판장 오창섭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이상현 전 제1공수특전여단장과 김현태 전 707특수임무단장 등 7명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습니다.
 
이 가운데 김 전 단장은 비상계엄 당시 707특임단 병력을 이끌고 국회 본청에 진입해 건물을 봉쇄한 혐의를 받습니다. 그는 결심공판의 최후진술에서 "지시에 따라 움직인 군인들을 절대로 정치적 희생양으로 내몰아선 안 될 것"이라며 "저는 윤석열 대통령님이 (계엄 판단이) 옳았고, 계엄에 동원된 모든 군인들은 무죄라고 확신한다"고 했습니다. 계엄은 대통령에게 보장된 헌법상 권한이어서 불법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폈습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김현태, 눈시울 붉히며 '책임지겠다'더니…최후진술에선 계엄 정당화 
 
이는 계엄 직후 스스로 책임을 떠안겠다던 태도와 정반대입니다. 김 전 단장은 2024년 12월9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어떠한 법적인 책임이 따르더라도 모두 제가 책임지겠다"고 했습니다. 당시 눈시울까지 붉힌 그는 부대원들을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이용당한 피해자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공판에선 기자회견 당시 발언에 대해 "혼선된 기억에서 나왔다"고 핑계를 댔고, 일주일 뒤 최후진술에선 계엄 정당화를 주장하는 궤변을 늘어놓은 겁니다. 
 
함께 재판을 받은 다른 간부들 역시 '위법성을 몰랐다'는 논리로 무죄를 강변했습니다. 김대우 전 방첩수사단장은 "국군통수권자의 명령을 국가의 명령으로 여겼고, 당시 상황을 도저히 불법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며 위법성 인식과 내란 고의를 부인했습니다.
 
이상현 전 여단장 역시 "평생 군인으로 살아온 저에게 내란을 수행했다는 건 너무나 치욕적"이라며 "상관에게 기만당한 채 임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책임을 상부로 돌렸습니다.

'충성·명예' 내걸고 혐의 부인한 박안수 전 총장과 이진우 전 사령관 
 
지난달 24일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이현경 부장판사) 심리로 군 수뇌부 5명의 결심공판이 진행됐습니다.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이 포함됐습니다. 
 
계엄사령관으로서 포고령을 발령하고 비상계엄 실행을 지휘한 혐의를 받는 박안수 전 총장은 반성이나 사죄 대신 '군인의 충성'을 앞세우며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박 전 총장은 "복무 기간 군인으로서 국가와 국민에 충성을 다하는 마음으로 헌신했다"며 "판결과 무관하게 앞으로의 모든 시간 동안 국가와 국민에 충성을 다하겠다"는 말로 본인의 행위를 정당화했습니다.
 
수방사 병력을 국회에 투입해 출입을 통제하고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은 법정에서 기존 진술을 번복하는 민낯을 보였습니다. 그 역시 "군인의 명예를 걸고 국회를 봉쇄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기존 수사 기록과 배치됩니다. 이 전 수방사령관은 검찰 조사와 군사법원 단계까지 윤씨로부터 '의원들을 끌어내거나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 윤씨의 재판에 출석한 뒤엔 "TV와 유튜브를 보고 기억이 왜곡됐다"며 핵심 진술을 뒤집었습니다.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군형법상 반란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받기 위해 5월15일 경기 과천 2차 종합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곽종근 "시민이 양심 깨웠다" 유일한 사죄…1심 선고는 이달 말부터
 
대부분이 변명으로 일관한 가운데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만이 유일하게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는 부하들을 국회와 선관위에 출동시킨 일에 관해 "사무치게 후회스럽고 미안하다"며 "시민들이 온몸으로 저항하며 저의 양심을 일깨웠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정보사 병력을 선관위에 투입하고 선관위 관계자 체포·구금 계획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김 전 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철저히 이용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부하들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된 데 관해선 "사령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습니다.
 
방첩사 병력을 동원해 정치인 체포조 운영과 선관위 서버 확보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도 국회 출동 책임은 인정하면서 부하들의 억울함을 밝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한편, 김 전 단장 등 군 간부 7명의 1심 선고는 오는 27일, 여 전 사령관 등 군 수뇌부 5명의 선고는 다음달 21일 진행될 예정입니다.
 
정주현 기자 give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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