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균형발전 기대…관건은 인력 남방한계선”
정부, 대규모 투자 단행…반도체만 800조
인재들 남방 우려? 전문가 “성과급이 바꿔”
전력·용수 확보 과제…‘인프라’ 확충도 시급
“지역 생태계 구축, 소부장·학계와 연계해야”
2026-06-29 17:12:56 2026-06-29 17:21:18
[뉴스토마토 안정훈·이명신 기자] 삼성그룹과 SK그룹이 이재명정부의 ‘대한민국 대도약’ 기조에 발맞춰 호남과 충청, 영남 등 지방을 중심으로 한 2000조원 규모의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밝혔습니다. 피지컬AI에 더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까지 AI 인프라 전반을 아우르는 생태계 구축을 통해 한국형 AI 산업혁명’을 이뤄내겠다는 것입니다. 정부와 한국의 두 대표 기업이 협업해 만들어낸 메가프로젝트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역균형 발전에 대한 기대를 표명하면서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아울러 전력과 용수 등 기반시설 구축이 적기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발표 대로 인재 유치를 위한 해당 지역의 정주 여견 개선이 급선무라고 조언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29일 발표된 ‘3대 메가프로젝트’의 핵심은, 기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당초 완공 시기보다 앞당겨 조성하고 서남권에 800조원을 투자해 메모리 팹 4기(삼성전자 2기·SK하이닉스 2기)를 구축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충청권은 반도체 패키징 공정 거점으로 만들고, 동남·대경권에는 소부장 거점을 구축해 전국 단위 반도체 벨트를 조성한다는 구상입니다.
 
"남방한계선? 성과급이 바꿔놔"
 
전문가들은 우선 이번 대규모 투자로 핵심 산업의 분산 및 지역 발전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최기영 반도체공학회장은 “현재 반도체 산업은 너무 수도권 중심인데, 그것 때문에 용수와 전력 같은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지역 균형 문제도 있었다”며 “투자가 적으면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려운데, 그런 규모를 넘어선 투자액이다. 이번에 균형발전 같은 문제가 잘 해소되길 바라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초고밀화된 수도권 집중에 비춰 대규모 지방 투자가 실제 진행되더라도, 인재의 이동이 이뤄질지에 대한 우려도 적잖습니다. 반도체와 AI 분야 종사자들이 정주 여건이 갖춰진 수도권을 벗어나기를 꺼리는, 이른바 ‘남방한계선’ 문제입니다.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청주의 SK하이닉스와 천안·아산의 삼성전자가 위치한 충청권을 남방한계선으로 보지만, 정부가 제시한 투자 지역은 호남과 영남까지 확대돼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거와 달라진 산업 환경을 고려하면, 인재 이동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란 반론도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벌인 역대급 ‘성과급 잔치’가, 지역과 관계없이 근무를 선택할 수 있는 동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전체적으로 성과급 이슈로 (반도체 업계로) 오고자 하는 인력들이 많이 있어서, 이제 설령 호남에 가더라도 인력들이 어디로든 많이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29일 경기 용인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부지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재 유치 위한 “인프라 구축 시급”
 
이를 위해 인재들이 정주할 수 있도록 교육, 의료 등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최 회장은 “(구성원들이) 자녀를 교육할 수 있는 학교도 필요하고, 병원도 필요하다. 정부가 이런 부분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일회성으로 되는 게 아니라, 꾸준한 계획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습니다.
 
정부 역시 인재 유치를 위한 정주 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정부는 지방 산업단지 인근에 수도권 수준의 생활환경을 조성하고, 지역 거점 국립대와 연구기관을 연계해 인력과 기술이 지역 내에서 공급되도록 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인프라 확충과 인재 양성을 지원해 지역 생태계 자립을 돕는 한편, 기업 경쟁력 확보를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
 
전문가들은 기업 유치가 이뤄진 만큼, 지역 기반시설 조성이 속도감 있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초고압 송전선과 용수 확보 문제를 둘러싸고 지역사회와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지역 맞춤형 인프라 구축도 필요합니다. 유봉영 한양대 재료화학공학과 교수는 “전력 문제에서는 호남이 강점을 가진다. 재생에너지가 갖춰져 있어 RE100(100% 재생에너지 전환) 달성에도 유리하다”면서도 “호남에 공장이 많지 않아 용수는 개발이 덜 됐기 때문에 용수 개발이 필요하다. 섬진강 등 강은 충분한 만큼 농업용수를 활용하는 등 용수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부터)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 단위 투자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전력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민 갈등도 해결 과제로 꼽혔습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재생에너지 사용이라는 방향성 자체는 적절하다”면서도 “용인 클러스터를 그대로 둔 채 호남에 클러스터를 짓는 데다, 동남권 데이터센터 역시 기가와트(GW) 단위의 전력을 먹는다고 한다. 국토 전력의 밑그림을 완전히 다시 그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송전망을 어떻게 운영하고, 지역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지 명확한 해법이 없는 상태에서 가는 게 아닌가 고민이 든다. 전력만 이야기하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했습니다.
 
소부장·산학도 와야…관건은 생태계
 
전문가들은 반도체와 AI 산업 경쟁력 강화, 지방 균형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에서 자생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대기업과 소부장, 대학과 연구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 교수는 “대기업은 방향성을 정해주는 역할”이라며 “대기업이 기술 로드맵을 제시하면 소부장이 그 개발을 실행하고, 또 연구개발을 학교와 연구 인력들이 맡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대만 국립대는 대부분 수도 타이베이에 있지만, TSMC가 있는 신주 단지에 칭화대 등 주요 학교가 있다”며 “엔지니어링과 특화한 학교는 다 기업의 옆에 있고, 지방에 있다. 한국 포항공대도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정부가 지역 인프라를 활용한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상승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경덕 포항공과대학교 물리학과·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전국적으로 이런 방향(균형발전)이 확대되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이라며 “소부장은 구미 특화단지, 피지컬AI는 경북 포스텍, 경남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 등 학계와 산업계가 가진 역량을 활용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급하게 밀어붙이지 않고 합리적으로 체계적으로 추진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안정훈·이명신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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