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22대 국회 후반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위원장 자리를 누가 맡느냐에 따라 농협 개혁 향방이 갈릴 전망입니다.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도입, 경제사업 재편 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 과제는 모두 농해수위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요. 정부가 연내 완료를 목표로 농협 개혁 로드맵을 내놓은 가운데 후반기 농해수위가 사실상 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 후반기 상임위에 달린 농협법 개정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후반기 농해수위원장 후보로는 서삼석·송옥주 민주당 의원과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농해수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농협 개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개혁 방식과 속도를 두고 여야 시각 차이가 크다"면서 "위원장이 누구냐에 따라 후반기 농협법 처리 일정은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서 의원이 전반기에도 농해수위원장 후보군으로 거론된 바 있고, 송 의원의 경우 전반기 농해수위 예산결산심사소위원장을 맡은 만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국회 상임위 위원장 배정은 규정 등에 따라 여야 몫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관례상 여야가 주고 받는 방식입니다. 그동안 농해수위원장은 여야 협상 결과에 따라 배분돼 왔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농협 개혁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민주당이 농해수위를 확보하려 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농업 정책뿐 아니라 농협 구조개혁을 뒷받침할 법안 처리가 후반기 국회의 핵심 과제이기 때문입니다.현재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는 농협법 개정안 9건이 계류 중입니다. 중앙회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강화, 중앙회장 선출방식 개선, 중앙회 권한 축소 등을 담고 있습니다.
당초 정부 여당은 지방선거 이전 농협법 개정안 처리를 목표로 했지만, 정치 일정과 농협 내부 의견 조율 등이 맞물려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논의하고 있는 농해수위 상임위장이 여당 몫이 된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농협 개혁 입법은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상임위원장은 여야 간사들과 조율을 거치지만 전체회의, 법안소위, 공청회 등 안건과 일정을 사실상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반기에는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았지만 후반기에는 원 구성 협상 결과에 따라 야당으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국민의힘에서 농해수위원장을 맡을 경우 개혁 속도는 더뎌질 것으로 보입니다.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만희 의원 등 국민의힘에서는 그동안 농협법 개정에 반대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특히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확대와 중앙회 권한 축소 등을 둘러싼 반대 집회에도 참석한 바 있으며 농협 개혁에 대해 "특정 정치세력이 농협을 장악하겠다는 의혹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야당을 비롯해 농협 조직 안팎에서는 농협의 공공성과 협동조합 특성을 감안하면 지나친 정부 주도의 구조개편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야당에서 농해수위원장을 맡을 경우 충분한 의견수렴과 공청회 등을 거치면서 법안 심사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22대 국회 후반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농협 개혁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농해수위 전체회의가 열리는 모습. (사진=뉴시스)
2차 개혁까지 '산넘어 산'
농협 개혁은 아직 미완인 상태입니다. 정부는 지난 3월 농협법 개정안을 통해 중앙회장 선거제도 개편과 감사 체계 독립을 골자로 한 1차 개혁안을 발표했습니다. 1차 개혁안의 핵심은 차기 농협중앙회장을 현재 대의원 간선제가 아닌 전체 조합원이 직접 선출하는 직선제로 전환하는 내용입니다. 중앙회장의 대표성을 높이고 일부 대의원 중심 선거에서 발생했던 금품 선거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독립된 농협감사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현재 감사 기능은 중앙회 조직 내부에 있어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정부는 중앙회와 지주회사, 계열사, 지역조합까지 모두 감사할 수 있는 외부 독립 감사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농협중앙회와 일부 조합장은 중앙회장 직선제에는 원칙적으로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외부 감사위원회 설치에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감사 기능이 외부로 분리될 경우 협동조합 자율성이 훼손되고 조직 운영비용도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게 반대 논리입니다. 정부는 현재 수준인 연간 약 500억원 안팎의 예산으로 운영이 가능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양측의 견해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농협중앙회의 비대한 권한 분산과 계열사 지배구조 개편을 핵심으로 한 '2차 농협 개혁'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2차 개혁은 농협중앙회 지배구조 개선과 경제사업 활성화, 조합·조합원 제도 개선 등이 주요 내용으로 하는데요. 경제사업 인적분할 가능성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인적분할은 현재 중앙회가 보유한 지주회사 주식을 지역농협이나 조합원에게 배분해 중앙회의 직접 지배력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정부 목표대로 2차 개혁안이 최종 이행되기 위해서도 입법 과정이 최대 변수로 꼽힙니다. 정부는 7~8월 최종 개혁안을 발표하고 9월 정기국회에서 농협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1차 개혁안조차 반년 가까이 정부와 농협 간 이견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해수위 관계자는 "2차 개혁은 중앙회의 권한 축소와 지주회사 지배구조 개편, 조합원 권한 확대 등 농협 조직 전체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사안인 만큼 사회적 합의 과정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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