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성 피부염의 핵심 비밀 풀렸다
프랑스 연구진, 가려움증·염증조절 '두 개의 신경회로' 발견
'펩티드성 신경' 염증 억제…'비펩티드성 신경' 가려움·상처치유
부작용 줄인 혁신적인 피부 질환 치료제 개발 길 열려
2026-05-20 10:01:04 2026-05-20 10:01:04
피부에 신경을 분포하는 통각수용체의 세포체를 촬영한 형광 현미경 사진. 녹색 점들은 활성화된 비펩티드성 통각수용체의 RNA를 나타낸다. (사진=Lilian Basso/Inserm)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세계 인구의 약 20%가 앓고 있는 흔한 피부 질환인 '접촉성 피부염'은 극심한 가려움증과 염증을 동반해 환자들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립니다. 그동안 의학계에서는 피부에 분포한 감각 신경세포인 '통각수용체(Nociceptor)'가 뇌에 통증과 가려움 신호를 보낸다는 점은 알려져 있었으나, 이 신경들이 정확히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염증과 가려움증을 동시에 처리하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었습니다.
 
최근 프랑스의 권위 있는 연구기관들이 이 신경학적 비밀을 밝혀내며, 피부 질환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INSERM),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툴루즈 대학 공동 연구팀은 세계적인 학술지 이뮤니티(Immunity) 최신호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접촉성 피부염 발생 시 서로 다른 두 가지 감각 신경세포가 염증과 가려움을 각각 독립적으로 조절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두 개의 신경회로가 가려움과 염증 독립 제어
 
니콜라 고덴지오(Nicolas Gaudenzio)와 릴리안 바소(Lilian Basso)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생쥐 모델을 활용해 피부염이 발생했을 때 피부에 분포하는 신경세포들을 세포 단위로 분리한 뒤, 유전자(RNA) 서열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활성화 방식이 완전히 다른 두 종류의 통각수용체인 '펩티드성(Peptidergic) 통각수용체'와 '비펩티드성(Non-peptidergic) 통각수용체'를 식별해냈습니다. 연구팀이 두 신경세포의 기능을 개별적으로 억제해 본 결과, 놀라운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우선 펩티드성 신경 억제 시에는 가려움증은 완화되지 않은 채,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가 급증하면서 피부 염증이 오히려 크게 악화되었습니다. 즉, 이 신경은 염증을 억제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입니다. 반면에 비펩티드성 신경 억제 시에는 염증 악화 없이 극심했던 가려움증이 극적으로 감소했습니다.
 
환경에 따라 변하는 신경의 '반전'과 상처 치유 능력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펩티드성 통각수용체'의 뜻밖의 움직임입니다. 그동안 이 신경은 아토피 피부염이나 건선 등 다른 피부 질환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접촉성 피부염 모델에서는 반대로 염증을 가라앉히는 상반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에 대해 릴리안 바소 박사는 "펩티드성 신경은 자신이 활성화된 면역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한다"며 "면역 세포인 호중구(Neutrophil)의 활동이 몸에 이로울 때는 염증을 촉진하고, 해로울 때는 억제하는 방식으로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연구팀은 가려움을 유발하는 '비펩티드성 신경'이 손상된 피부 조직을 회복시키는 '상처 치유' 기능도 함께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논문의 제1저자인 티펜 부아쟁(Tiphaine Voisin) 연구원은 "피부 상처가 아물 때 가려움증이 동반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이번 연구는 그 가려움증이 사실 비펩티드성 신경이 피부 조직을 치료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차세대 치료제 개발 청신호
 
이번 연구는 가려움증과 염증이라는 두 가지 증상이 하나의 통로가 아닌, 서로 다른 두 개의 신경회로를 통해 독립적으로 조절된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연구를 총괄한 니콜라 고덴지오 박사는 "이번 연구는 피부 질환에서 신경세포가 가진 가변성과 복잡성을 고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라며 "가려움과 염증을 유발하는 신경회로를 정밀하게 타깃할 수 있게 된 만큼, 앞으로 접촉성 피부염을 비롯한 다양한 피부 질환 환자들을 위한 부작용 없는 혁신적인 치료 전략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명했습니다.
5월 12일 학술지 이뮤니티(Immunity)에 발표된 ‘피부 염증과 가려움 반응은 서로 다른 통각 수용체 하위 집합에 의해 독립적으로 조절된다’는 논문의 연구 모형도 (사진=Immunity)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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