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리츠 축배와 지산의 비명
2026-05-12 10:02:48 2026-05-12 10:02:48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극단으로 쪼개졌다. 완벽히 다른 두 개의 세계다. 한쪽은 리츠다. 밸류업 훈풍을 탔다. 서울 핵심 권역 프라임 오피스를 쓸어 담는다. 연일 축배를 든다. 반대편은 지식산업센터(지산)다. 수도권 외곽과 지방 거점에 흩어져 있다. 수분양자들의 비명과 줄소송이 넘쳐난다.
 
단순한 수익률 차이가 아니다. 투입된 자본의 질이 다르다. 리츠에는 기관 투자가들의 '스마트 머니'가 몰린다. 철저하게 펀더멘털을 좇는다. 우량 임차인을 품고 자산 가치를 높인다. 반면 지산은 저금리 시절 빚으로 쌓은 모래성이다. 한때 '수익형 부동산의 총아'로 불렸다. 분양가의 80~90%까지 대출이 나온다는 말에 자본력이 취약한 개인들이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다.
 
화려한 조감도 뒤에는 함정이 있었다. '산업집적법'이라는 엄격한 실사용 규제다. 지산은 법으로 정해진 업종만 입주할 수 있다. 하지만 수분양자에게 전달된 정보는 부족했다. 어쩌면 탐욕이 정보를 가렸을지도 모른다. 고금리가 덮치고 공실이 터졌다. 지자체의 불법 임대 단속까지 겹쳤다. 퇴로가 막힌 수분양자들은 집단 소송을 택했다. "기망에 의한 계약 취소"를 주장하며 잔금 납부를 전면 거부하고 있다.
 
실물 경제 끝단에서 터진 부실은 파국을 불렀다. 잔금이 들어오지 않으니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상환이 막혔다. 지역 건설사들은 자금줄이 말라 멈춰 섰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자본과 공간의 끔찍한 양극화다. 자본시장의 온기는 철저히 서울 핵심 권역에만 갇혀 있다. 거대한 '수도권 블랙홀'이다. 이익은 수도권 우량 자산을 선점한 자본이 독식하고 있다.
 
지방의 현실은 참혹하다. 실수요 기업이 찾아갈 리 없는 외곽에 지산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공급 주도형 지역 발전'이라는 명목은 허울이었다. 실상은 맹목적인 투기 수요가 빚어낸 난개발이다. 지금 지방 지산은 흉물이 됐다. 공실 건물과 악성 채권만 덩그러니 남았다.
 
묻지마식 레버리지의 실패 충격은 엉뚱한 곳으로 향한다. 지역 건설사들의 연쇄 도산 우려를 키운다. 지역 경제 생태계와 서민 금융망이 그 폭탄을 떠안고 있다.
 
지식산업센터 사태는 단순한 투자 분쟁이 아니다. 가짜 지역 개발과 극단적인 자본 양극화가 부른 구조적 참사다. 자본의 수도권 편중은 지방 소멸을 더 가속하고 있다. 부동산과 자본시장에 왜곡된 자금 흐름을 직시해야 한다. 근본적인 정책 궤도 수정이 시급하다.
 
  
이재영 자본시장정책부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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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합니다. 아쉬운 점은 심층 취재를 통한 분석 기사가 이어졌으면 하는 겁니다. 구체적인 사례도 조사하고 숫자로 제시하면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2026-05-12 10:31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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