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이 대출 영업 확대를 위해 공동대출에 나서고 있습니다. 가계대출뿐만 아니라 기업대출 영역까지 연합전선을 넒히고 있는데요. 지방은행 입장에선 소비자에게 잘 알려진 인뱅의 비대면 채널을 빌려 영업망을 전국구로 확대하고, 인뱅 입장에서는 지방은행의 지역 특화 신용평가 모델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입니다. 다만 두 은행 모두 연체율 상승 등으로 건전성 지표를 관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라 리스크 분담을 통한 관리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대출까지 공동대출 모색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323410)와 부산은행은 최근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상 공동대출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기존 공동대출이 급여소득자 중심의 개인신용대출에 집중돼 있던 것과 달리 이번 협약은 적용 대상을 기업금융까지 확장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두 은행의 협업은 서로의 장점을 보완하는 구조입니다. 카카오뱅크는 2700만명에 달하는 고객 기반과 비대면 플랫폼과 데이터 분석 역량을 바탕으로 대출 모집과 실행, 고객 접점을 담당합니다. 반면 부산은행은 지역 기반 기업금융 인프라와 대면 중심의 심사 체계와 현장 실사 역량을 맡는 구조인데요. 카카오뱅크와 부산은행은 대출 자산을 50대 50으로 나눠 계상하고 자금도 절반씩 분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카카오뱅크와 부산은행은 최근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 대상 공동대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카카오뱅크 사옥 (사진=카카오뱅크)
이 같은 상호 보완 구조를 기반으로 공동대출 모델은 확산하는 분위기입니다. 앞서 토스뱅크와 광주은행이 선보인 '함께대출'은 출시를 시작으로
케이뱅크(279570)와 부산은행, 카카오뱅크와 전북은행 등으로 협업이 확산되며 인뱅 3사 모두 지방은행과 공동대출 모델을 운영하거나 준비하는 상황입니다.
인뱅과 지방은행이 각각 갖고 있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됩니다. 인뱅은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에서는 빠르게 외형을 확대했지만 법인대출이나 본격적인 중소기업 대출에서는 기업 분석, 현장 확인, 관계형 영업 측면에서 제약이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지방은행은 기업금융 경험과 지역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지만 전국 단위 고객 유입과 디지털 채널 경쟁력 확보에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는데요. 인뱅은 강력한 플랫폼 유입력과 간편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지방은행은 축적된 여신 심사 노하우와 리스크 관리 능력으로 건전성 관리를 뒷받침하는 구조입니다.
대출 차주 입장에서도 이득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두 은행이 역할을 분담하면 단일 은행 대비 조달 비용 부담이 낮아질 수 있고 각 은행의 신용평가모형(CSS)이 결합되면서 차주 선별이 보다 정교해질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금리 경쟁력이 확보되거나 대출 한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공동대출 상품은 단독 상품 대비 상대적으로 최도 0.5%포인트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지방은행은 상대적으로 소비자 인지도가 높은 인터넷은행의 비대면 채널을 빌어 전국구 영업망 확대를 노리고 있다. 부산은행 사옥 전경.(사진=부산은행)
기업대출 리스크 분담 관건
다만 담보가 확실한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의 경우 부실 리스크를 동반하는데요. 두 은행 간의 리스크 관리가 공동대출 안착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모집과 실행을 담당하는 인뱅, 심사와 실사를 담당하는 지방은행 간 역할이 분리되는 구조에서 사후관리까지 분산될 경우 연체 관리와 부실 대응 과정에서 책임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근 금융권 전반에서 연체율이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공동대출을 통해 취급된 기업대출이 부실화될 경우 리스크가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지방은행 연체율을 보면 전북은행 1.46%, 광주은행 1.02%, 부산은행 0.87%, 경남은행 0.90% 등으로 주요 시중은행 평균(약 0.3%)을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인뱅 연체율도 0.6~0.9% 수준입니다. 이처럼 업권 전반에서 자산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는 흐름 속에서 공동대출을 통한 기업대출 확대가 부실 리스크를 추가로 키울 경우 자산 계상 비율에 따라 특정 은행에 부담이 집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제도 환경 역시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그간 공동대출을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 간 상생 모델로 보고 제도권 실험을 허용해 왔지만, 최근 가계대출 총량 규제와 신용대출 한도 제한 등 대출 규제 강화 기조로 돌아서면서 기조가 달라진 상황입니다. 기업대출 쏠림현상이 심화될 수 있어 건전성 위험이 부각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카카오뱅크 측은 "현재 사업은 구상 단계로 자산 계상과 사후관리 주체를 50대 50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운영 구조는 향후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대구은행(현 iM뱅크)와 같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방식은 당장 어렵기 때문에 타 기관과의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며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신용평가 모델을 통해 건전성 관리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인뱅과 지방은행의 기업대출 협업은 플랫폼과 전통 금융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금융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다만 이 모델이 지속 가능한 구조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순한 역할 분담을 넘어 책임 구조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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