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경영을 찾아서)꽃피는 아가씨들 : MZ세대와 다양성(DEI) 중심의 인재 육성[HRM]
11 / 관계의 총체성으로 쓰는 프루스트의 비즈니스 서사
2026-04-17 13:31:15 2026-04-17 14:11:36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제2부 「꽃피는 아가씨들의 그늘에서」의 무대인 발베크 해변에는 화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작은 무리(la petite bande)'가 등장한다. 그들은 당시 프랑스 주류 사회를 대표하는 사교계와 전혀 다른 리듬으로 움직이는 소녀들이다. 화자는 처음에 그들을 개별적인 인격체가 아닌, 해변을 가로지르는 한 떼의 갈매기나 역동적인 하나의 풍경처럼 인식한다.
 
"그들은 마치 움직이는 하나의 점묘화 같았다. 처음에는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으며, 오직 그들이 뿜어내는 젊음의 활기와 자유분방함만이 하나의 집단적 인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 모호한 윤곽 속에서 알베르틴의 고집스러운 턱과 앙드레의 지적인 눈매가 서서히 분리되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중
 
이 문학적 묘사를 경영학에 접목하면 현대 인사관리(HRM)가 직면한 거대한 전환점이 보인다. 과거의 경영이 인재를 '표준화한 부품' 혹은 '집단적 노동력'으로 보았다면, 현대 경영은 그 흐름 속에서 개별 인격체의 고유한 색채를 발견하고 그 고유성을 조직의 에너지로 전환하는 다양성의 시대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인적 자본 개발에 집중하는 상위 25%의 기업은 하위 기업보다 경제 위기 국면에서도 수익성을 유지하는 회복 탄력성이 3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삼성그룹 공채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종업원에서 인적 자본으로
 
경영학에서 인력을 바라보는 관점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크게 세 단계로 진화했다. 20세기 초 산업화 시대의 이른바 노무 관리에서는 인간을 기계의 부속품인 '일손(Hands)' 혹은 '종업원'으로 취급했다. 이때 관리의 핵심은 엄격한 통제와 규율이었으며, 인건비는 최소화해야 할 비용에 불과했다. 이후 1980년대 들어 데이브 울리히(Dave Ulrich) 등에 의해 인적 자원(Human Resource)이라는 개념이 정립되었다. 인력을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보며 효율적 배치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다만 여전히 조직의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객체로 본다는 한계가 뚜렷했다.
 
21세기 지식 경제 시대에는 인적 자본(Human Capital)이라는 개념이 부상한다. 경영학자 헨리 민츠버그(Henry Mintzberg)는 현대 경영에서 치명적인 오류 중 하나가 사람을 자원으로 부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자는 사람이자 인격체이지, 자원이 아니라는 관점이다. 자본은 투자할수록 가치가 증대되며 스스로 이윤을 창출하는 주체적인 엔진이 된다. 
 
민츠버그는 "조직은 사람들을 틀(조직도상의 칸(Box))에 끼워 넣는 것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함께 모을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We don’t create organizations by putting people into boxes; we create them by bringing people together)"거나 "경영은 사람을 통제하는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Managing is not about controlling people. It is about helping people to work together)"라고 강조했다. 인적 자원 관리가 효율에 집중한다면 인적자본 관리는 육성과 가치 증대에 집중한다.
 
맥킨지(McKinsey & Company)가 2022년에 발표한 보고서 'Human Capital at Work: The value of experience'는 민츠버그의 주장을 수치로 뒷받침한다. 전 세계 400만명의 인력을 분석한 결과, 개인의 생애 소득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인적 자본 가치 중, 약 40~46%가 직무 경험을 통해 축적된 인적 자본의 성장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인적 자본 개발에 집중하는 상위 25%의 기업은 하위 기업보다 경제 위기 시 수익성을 유지하는 회복 탄력성이 3배 높았으며, 장기적으로 업종 평균보다 높은 수익 성장성을 기록하며 사람이 곧 수익임을 증명했다.
 
프루스트의 소설 속 화자가 관찰한 소녀 무리는 당시 보수적인 프랑스 사회가 요구하던 수동적 여성상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그들은 자전거를 타고 거침없이 웃으며 달리고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즐거움을 우선시했다. 오늘날 기업이 마주한 MZ세대의 모습과 닮아 있다. 이들에게 직장은 때로 단순한 생계 수단일 때가 있는가 하면 때로 이 수준을 넘어 자신의 삶을 가장 효과적으로 투자하고 증명하는 인적 자본의 포트폴리오의 성격을 띤다.
 
무분별한 세대론의 함정
 
사회심리학자 앙리 테이펠(Henri Tajfel)이 주창한 사회적 정체성 이론은 인간이 왜 그토록 쉽게 편을 가르는지 설명해 준다. 테이펠은 1970년대에 수행한 '최소 집단 패러다임(Minimal Group Paradigm)' 실험을 통해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어쨌든 기준을 만들어 집단으로 나누기만 해도 인간은 자신이 속한 내집단(In-group)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리고 외집단(Out-group)을 차별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정치 선동가에겐 유익한 패러다임이겠지만, 경영자에겐 시험대가 된다. 리더가 젊은 직원들을 '요즘 애들' 혹은 'MZ세대'라는 하나의 외집단으로 묶어 범주화하는 순간, 그들은 그들만의 내집단으로 변해 경영자나 리더를 외집단화해 배척할 수 있으며 개별적 창의성 또한 거세 가능성에 놓인다.
 
"그들의 개별 얼굴은 나중에야 하나씩 내게 나타났지만, 사실 그 집단적인 힘은 각자의 개성이 서로에게 스며들어 만들어낸 일종의 유기적인 결합체였다. 그들은 서로를 닮았으면서도, 결코 서로가 될 수 없는 고유한 우주들이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중
 
소설의 화자가 바닷가 소녀 무리를 관찰하며 얻은 깨달음이다. 진정한 인재 육성은 발베크의 화자가 그랬듯, 작은 무리 속에서 알베르틴이라는 고유한 매력을 발견해 내는 시력에서 시작된다. 소설에서야 알베르틴과 화자의 만남이 비극적인 결말을 맺지만 조직과 기업에선 다를 수 있다. 테이펠의 이론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이러한 내집단 편향을 인지하고, 경계를 허물어 포용적인 정체성을 형성해야 함을 시사한다.
 
DEI의 심화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는 오늘날 경영의 핵심 표준이 되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장 이후 핍박에 직면했으며 여전히 세 개념 사이의 혼동 또한 존재한다. 많이 활용되는 DEI의 파티 비유는 개념의 부분적 오해를 감수한다면 직관적 이해를 돕는다.
 
다양성(Diversity)은 모두를 파티에 초대하는 단계를 의미한다. 인종, 성별, 연령, 전공 등 배경의 차이가 공존하도록 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마케팅 팀에 경영학 외에 철학이나 예술 전공자를 일정 비율 이상 배치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공정성으로도 번역되는 형평성(Equity)은 모든 이가 파티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경사로를 설치하는 것에 비유된다. 단순한 평등(Equality)이 모두에게 똑같은 크기의 의자를 주는 것이라면, 형평성은 키가 작은 사람에게는 더 높은 발판을 주는 공정함을 뜻한다. 육아기 직원에게만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하여 미혼 직원과 동일한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는 것이 구체적인 사례다. 포용성(Inclusion)은 초대된 이들이 파티장에서 함께 춤을 추게 하는 단계다. 이질적인 존재들이 조직의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문화로, 신입 사원의 제안이 임원 회의에서 가감 없이 논의되고 실행되는 분위기를 말한다.
 
DEI는 1960년대 미국의 민권 운동에서 유래하여 1990년대 글로벌 기업의 다양성 관리로 진화했고, 최근 ESG 경영의 확산과 함께 기업의 필수 생존 전략이 되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를 필두로 한 보수 진영에서는 DEI가 능력주의를 훼손하고 역차별을 낳는다며 강력한 반대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일론 머스크 역시 DEI를 "단어 그대로의 차별"이라 비판하며 관련 부서를 축소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DEI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인력의 30% 이상을 차지할 Z세대는 직장 선택의 주요 조건으로 다양성 존중 문화를 꼽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맥킨지의 2020년 보고서 'Diversity wins'가 제시한 "다양성이 높은 기업의 수익성이 25~36% 높다"는 수치에 대해서는 주의 깊은 해석이 필요하다. 최근 학계에서는 맥킨지가 사용한 데이터가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하며, 성공한 기업이 다양성을 확보할 여유가 있는 것일 수 있다는 상관관계의 오류를 지적했다. 그럼에도 다양성이 풍부한 조직이 복잡한 시장 환경에서 더 넓은 인지적 지평을 갖는다는 점은 여전히 강력한 경영상의 장점으로 꼽힌다.
 
구글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
 
구글은 2012년부터 약 4년에 걸쳐 최고 성과를 내는 팀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Project Aristotle)'를 수행했다. 180개팀을 정밀 분석한 이 프로젝트의 결과는 경영자들을 놀라게 했다. 팀원의 지능지수나 명문대 학벌은 성과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핵심은 팀원들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와 상호작용의 방식에 있었다. 
 
구글이 찾아낸 5가지 핵심 요소 중 압도적 1위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었다. 나머지 4개는 신뢰성(Dependability), 구조와 명확성(Structure & Clarity), 일의 의미(Meaning), 일의 영향력(Impact)이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에드먼드슨(Amy Edmondson) 교수가 정립한 이 개념은 팀원들이 업무와 관련하여 어떤 의견을 내거나 실수를 고백해도 조롱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의미한다.
 
발베크 해변에서 소녀들이 거침없이 자전거를 타고 서로 장난치며 대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 무리 안에서는 어떤 행동을 해도 배척당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심리적 안전감이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안전감이 확보될 때 비로소 다양성은 불협화음이 아닌 창조적 혁신으로 승화한다.
 
진정한 인적 자원 관리는 인종, 성별, 출신지역 등과 상관없이 한 명의 고유한 인간을 그 존재 자체로 대우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사진=뉴시스)
 
'머무름'에서 '몰입'으로 대전환
 
전통적인 인사관리는 인재를 조직에 묶어두는 리텐션(Retention, 유지)에 급급했다. 그러나 소설에서 나중에 알베르틴이 화자의 집을 예고 없이 떠나버리듯, 통제 중심의 유지는 인재의 마음까지 잡을 수 없다. 인재가 자발적으로 조직에 헌신하게 만드는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몰입)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포용적 리더십(Inclusive Leadership)이 필수적이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델로이트(Deloitte)는 2016년 대규모 연구를 통해 포용적 리더의 6가지 핵심적 특성을 발표했다. 리더와 구성원의 관계를 다루는 이론을 현대적으로 확장한 것이다. 첫째는 다양성을 우선순위에 두는 진정성 있는 헌신(Commitment)이며, 둘째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현상 유지를 거부하는 용기(Courage)다. 셋째는 자신의 무의식적 편향에 대한 인식(Cognizance of bias)이고, 넷째는 타인의 관점을 배우려는 개방적 태도인 호기심(Curiosity)이다. 다섯째는 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적응력인 문화적 지능(Cultural Intelligence)이며, 마지막 여섯째는 팀원 개개인의 역량을 끌어내어 하나로 묶는 협업 능력(Collaboration)이다.
 
이러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실행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넷플릭스처럼 직원 개인이 연봉과 주식 옵션 비율을 선택하게 하거나 워케이션 등 유연한 근무 형태를 제공하는 맞춤형 가치 제안(EVP)이 한 예다. 또한 명품 브랜드 구찌는 2015년 마르코 비자리 회장 취임 이후 35세 미만 직원들로 구성된 '그림자 이사회'를 운영하는 리버스 멘토링을 통해 젊은 층의 폭발적 지지를 끌어내며 브랜드 부활을 이뤄냈다. 파타고니아처럼 기업의 존재 이유가 직원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의미 중심 경영을 실천할 때 인력 유출률은 혁신적으로 낮아진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일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다고 믿는 직원의 업무 몰입도는 그렇지 않은 직원보다 약 4배나 높다.
 
[안치용의 Critique: 다양성의 물신화와 진짜 사람의 목소리]
 
오늘날 많은 기업이 DEI를 외치지만, 그것이 단지 ESG 보고서를 채우기 위한 보여주기식 태도에 그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야 한다. 프루스트 소설의 화자가 발베크의 소녀들을 관찰할 때, 그는 그녀들의 신분이나 재산을 먼저 묻지 않았다. 그녀들이 발산하는 생명력의 본질, 그 눈빛에 담긴 진실을 포착하려 애썼다. 최근 맥킨지의 데이터가 학계의 혹독한 검증대에 오른 것 역시, 우리가 다양성을 살아있는 인간의 호흡이 아닌 차가운 성과 지표로만 취급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진정한 인적 자원 관리는 인재를 데이터가 아니라, 한 명의 고유한 인간으로 대우하는 인본주의에 뿌리를 둬야 한다. MZ세대가 원하는 것은 화려한 사내 카페테리아가 아니라, 자신의 의견이 존중받고 자신의 성장이 조직의 성공과 맞닿아 있다는 진정성 있는 연결이다. 경영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며, 그 마음은 오직 포용이라는 따뜻한 그늘 아래에서만 만개하기 때문이다.
 
안치용 ESG비즈니스리뷰 발행인 겸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