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예지 기자] 삼성SDS가 2차 개정 상법 시행 전 마지막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임기를 '3년'에서 '3년 이내'로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업체는 임기를 다변화해 업무 공백을 줄이기 위한 취지의 결정이라고 설명하지만, 이번 제도가 사실상 경영권 방어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삼성SDS는 18일 서울 송파구 삼성SDS 캠퍼스에서 제41회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사내·외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액 승인 등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출처=삼성SDS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 인포그래픽 제작=뉴스토마토)
이날 주총의 쟁점은 이사 임기의 단축입니다. 정관 변경 의안 중 이사 임기를 기존 '3년'에서 '3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변경'하는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는데요. 삼성SDS 측은 공시를 통해 이사 임기를 다변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명시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결정이 2차 개정 상법의 영향력을 사실상 희석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는 실정입니다. 소액주주가 이사 선출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커지자, 우회적으로 이사 임기를 유연화해 이를 견제하려는 장치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개정 상법에 따르면, 오는 9월10일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대규모 상장회사는 집중투표제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합니다. 집중투표제는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각 주주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 수에 선임할 이사 수를 곱한 만큼의 의결권을 갖는 제도입니다. 1주당 후보 1명에게 1표씩만 던질 수 있는 단순투표제와는 달리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어, 소액주주도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뽑을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지게 됩니다.
물론 이날 주총에서 삼성SDS는 기존 정관의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는 변경안도 상정했습니다. 하지만 이사 임기를 유연하게 해 주주가 선출한 이사의 임기를 짧게 하고 퇴임 시점을 분산할 경우 집중투표제의 효과는 자연스레 떨어집니다. 주주 친화 제도를 도입을 공식화하는 동시에, 이를 약화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병행 적용하는 셈입니다.
앞서 지난 16일 삼성SDS 소액주주 연대는 삼성SDS 이사회 구성원 및 신임 이사 후보자 전원에게 주주가치 제고를 촉구하는 질의 서한을 발송한 바 있습니다. 연대는 이사회가 이사 선임 시점을 분산해 소액주주의 유일한 견제 수단인 집중투표제를 약화하려 한다며 정관 변경안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주주들로부터 회사 경영을 위임받은 이사의 임기를 경영진이 임의로 정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일 수 있다"며 "이사 규모 슬림화도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삼성SDS 관계자는 "이사 임기를 다변화해 업무 공백을 완화하려는 목적"이라며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이날 주주총회도 큰 이슈 없이 마무리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삼성SDS는 18일 제41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삼성SDS)
허예지 기자 ra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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