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제이비어 브런슨, '대장' 또는 '중장'
주한미군사령관의 무리한 행보와 그 배경
2026-03-16 05:00:00 2026-03-16 05:00:00
미국 육군 대장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최근 태국에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와 태국군 총사령부가 주관한 아시아태평양지역 최대 다국적 훈련 '코브라 골드' 기간 보인 행보는 더욱 그렇다. 상급 제대가 주관하는 훈련에 예하 부대 지휘관이 참관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브런슨 사령관이 태국을 공식 방문한 기간은 지난 2~3일이다. 이 기간은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프리덤 실드·FS)' 시작 일주일 전이자 위기관리훈련(CMX)이 진행되던 시기다. 자신이 주관하는 대규모 연합연습이 실질적으로 시작됐는데 정작 자신은 남의 훈련을 참관한 것이다. 게다가 이때는 미국의 이란 공습이 시작된 직후다. 전쟁이 시작됐는데 주요 지휘관이 자리를 비운 것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브런슨 사령관이 태국에서 한 발언과 동선은 더욱 '문제적'이다. 코브라 골드 훈련은 사실상 미국의 중국 압박용 훈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 핵심은 상륙 훈련이다. 미국이 중국을 상정해 다국적군과 상륙작전을 펼치는 형국이다. 이런 훈련에서 브런슨 사령관은 연합사령관 자격으로 한국 해군의 상륙모함 역할을 한 '노적봉함' 찾아 사실상의 현장 지도를 했다. 브런슨 사령관이 해외에서 훈련 중인 한국군을 현장 지도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에는 한국과 미국·호주 등이 참여한 '탈리스만 세이버' 훈련 기간 중 호주를 찾아 한국 해병대의 상륙작전 능력을 직접 점검했다. 한국 방위는 한국군이 주도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동맹 현대화를 넘어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한 주한미군의 한반도를 벗어난 군사작전에 한국군을 끌어들이고 이를 주도하겠다는 의도로 읽힐 수도 있는 부분이어서 우려된다.
 
브런슨 사령관은 한국 정부의 9·19 군사합의 일부 복원, 비무장지대(DMZ) 관리권 요구 등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주한미군 F-16 전투기들을 대거 서해상 중국 방공식별구역 인근으로 출격시켜 중국군과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의도적으로 한국 정부와 긴장 관계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브런슨 사령관의 의지일 수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뜻일 수도 있다. 자칫 동맹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일이다. 델타포스 출신이 훌륭한 지휘관인 브런슨 사령관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 '왜?'가 남는다.
 
군 안팎에서는 브런슨 사령관의 불안정한 지위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떠돈다. 미군의 인사 시스템상 대장은 특정 보직을 수행할 때만 유효한 임시 계급의 성격이 강하다. 주한미군사령관과 같은 대장 직위에 보직되더라도 3년 이상 복무하지 못하면 이전 계급인 중장으로 퇴역하게 된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2024년 12월 대장으로 진급해 주한미군사령관에 임명됐다. 2027년 말까지 주한미군사령관으로 복무하거나 다른 대장 보직으로 자리를 옮겨야 대장으로 퇴역할 수 있다. 흑인인 브런슨 사령관은 미국 민주당 정부의 주요 정책이었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의 수혜자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인 커스틴 브런슨 예비역 육군 대령 역시 이 정책의 상징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미국 육군 최초의 흑인 여성 군판사라는 타이틀 때문이다. 미국 전쟁부는 지난해 11월 공식 문서에서 브런슨 사령관을 중장으로 소개한 적이 있다. 단순한 행정적 착오라고 해명했지만 미군 장군수 감축, 트럼프 행정부의 DEI에 대한 불편함, 주한미군 위상 축소 등과 맞물리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브런슨 사령관도 알 것이다. 자신이 이상하다고 느낄 만큼 무리한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해 중장이 아닌 대장으로 퇴역하고 싶은 게 아니냐'는 말이 이미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것을.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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