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지난해 4분기 가계빚 잔액이 2000조원에 육박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6·27 대책', '10·15 대책' 등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여파에 가계대출 증가폭이 다소 꺾였지만, 국내 주식시장 활황에 '빚투(빚내서 투자)' 등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오히려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부동산 규제에 주담대 증가폭 둔화…비은행 '풍선 효과'도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5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78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6조1000억원(2.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증가율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금리 인하로 가계빚이 급속히 늘었던 2021년(7.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이용액(판매신용)을 합친 포괄적인 가계의 부채를 의미합니다.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을 뺀 가계대출만 보면, 지난해 말 가계대출 잔액은 1852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1조1000억원 늘었습니다. 전분기(11조9000억원) 증가폭과 비교하면 소폭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 등의 여파로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축소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주담대 잔액은 1170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7조3000억원 증가했습니다. 작년 3분기 12조4000억원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크게 줄었습니다. 증가폭은 2023년 1분기(4조4000억원)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10월15일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시가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을 제한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이혜영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담대 증가폭 축소는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예금은행의 주담대가 막히자 상호금융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주담대가 늘어나는 '풍선 효과'도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4분기 예금은행의 주담대는 4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10조9000억원)보다 크게 줄었지만, 비은행권 주담대는 6조5000억원으로 전분기(4조7000억원)보다 오히려 상승했습니다.
이 팀장은 "비은행권 주담대가 늘어난 부분은 은행이 대출 총량을 관리하면서 일부 수요가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집단대출 취급 확대 영향도 있고, 연말에 은행권이 총량 관리를 강화하면서 2금융권으로 일부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증시 '빚투'에 가계빚 증가…기타대출 '껑충'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여파에 주담대 증가세는 꺾였지만, 기타대출은 늘었습니다. 지난해 4분기 기타대출은 전 분기보다 3조8000억원 늘어난 682조1000억원으로 증가 전환했습니다. 예금은행의 신용대출이 늘고 보험·여신전문회사의 대출 감소 폭이 축소된 데 따른 것입니다.
실제 증권사 등 기타금융중개회사의 신용이 2조9000억원 급증했는데, 주식시장 활황에 따른 '빚투' 증가로 해석됩니다. 이 팀장은 "신용대출이나 보험 약관대출, 카드론 등이 어떤 용도로 쓰여졌는지 파악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3분기에 신용대출이 연 소득 이내로 제한되면서 감소했던 것에 따른 기저효과가 있고, 증권사 신용공여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어 주식시장 영향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부연했습니다.
한편 한은은 가계신용 증가세 둔화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9.3%로 전 분기보다 0.4%포인트 낮아졌는데, 2019년 3분기(88.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이 팀장은 "지난해 가계신용 증가율은 2.9%였고, 3분기까지 누적 명목 GDP 성장률은 3% 후반 수준"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올해 가계신용 전망에 대해서는 "올해도 정부가 연초부터 은행권 주담대 위험 가중치 하한을 조기에 상향 조정하는 등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를 지속하고 있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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