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8일 실시한 일본 중의원 선거는 자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자민당은 198석에서 316석으로 의석을 대폭 늘렸다. 개헌 발의를 하려면 전체 465석 가운데 3분의 2인 310석이 필요하다. 즉, 자민당 단독으로 전쟁과 군사력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을 개정하는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되었다. 자민당과 연립하고 있는 일본유신회도 36석을 얻었다.
반면에 제1야당격인 공명당과 입헌민주당이 결합한 중도개혁연합은 167석에서 49석으로 축소되어 사실상 폭망했다. 내용을 봐도 지역구 7석, 비례대표 42석이니 도대체 지역에서는 자민당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노조의 지지를 받는다는 점에서 성격이 비슷한 국민민주당은 27석에서 28석으로 변해 제자리에 머물렀다. 극우파인 참정당은 2석에서 15석으로 약진했으나 모두 비례대표다. 공산당은 8석에서 4석으로 줄어들었다. 작년 10월21일에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승부수는 적중해 정책 추진에 동력이 붙게 되었다.
앞으로 일본이 어디로 갈 것인가를 알아보려면 무엇보다도 다카이치 총리의 생각이 중요하디. 정권이 출범하기 직전에 자민당과 일본 유신회는 연립 합의서를 작성했다. 그 내용을 보면 패전 이후 지금까지 금기로 되어있던 안보 관련 정책을 강화하고 사회의 보수화를 촉구하려는 의도가 명백하게 드러나 있다.
우선 안보 관련 정책으로는 ①스파이방지법 제정, ②대외정보청 창설이 있다. 이는 인권 침해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리고 ③구난·수송·경계·감시·기뢰 제거에 관련된 다섯 유형의 무기 수출만 허용하는 정책을 철폐하고 무기 수출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④방위력의 발본적 강화는 방위비를 GDP의 2% 이상으로 확대하고 원자력잠수함 보유를 추진하며 안보에 관련된 정부의 견해를 수정하는 내용이다. 핵무기의 생산, 보유, 사용을 금지하는 ‘비핵 3원칙’의 유지도 의심되고 있다.
⑤는 헌법 개정이다. 전력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 2항을 삭제하고, 집단 자위권 행사를 전면적으로 용인하며 ‘국방군’을 보유하자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⑥은 일본의 국가를 상징하는 문장, 휘장을 파손하는 행위를 처벌하자는 내용이다. ⑦‘황실 전범 개정’은 천황이 남성으로 이어지는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남성 황족을 양자로 들일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겸 자유민주당 총재가 지난 1월 26일 도쿄 일본기자클럽(JNPC)에서 열린 여야 7개 정당 대표 토론회에 참석해 '책임 있는 적극 재정으로 대전환'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⑧은 일본에서 여성이 결혼하면 남편의 성을 따르도록 되어 있는 제도를 수정해 사회생활에서 필요하면 본래의 성도 사용할 수 있게 하지는 구상이다. 여기에는 부부가 각자 자기의 성을 사용하는 ‘부부 별성제’의 도입을 원천 봉쇄하려는 의도가 있다. ⑨‘외국인 정책의 엄격화’는 외국인의 토지 취득, 일본 국적 취득을 보다 엄격하게 규제하자는 제안이다. 이는 외국인과의 ‘공생’이 아니라 외국인 관리의 ‘질서’를 강조하는 정책이다.
연립 합의서에 등장한 정책 구상은 사실상 보수 논객들이 오랫동안 주장한 것이다. 상당한 부분은 이미 추진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거 회귀적 발상에 대해 제동을 걸 수 있는 세력이 취약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전후 일본 사회에서 축적되어온 평화, 민주주의, 인권, 다문화 공생 등의 가치가 현실적으로 부정되고 있다. 2월 8일 선거에서 압승한 자민당은 사실상 과거의 자민당이 유지해온 전후 일본의 기본 질서인 비무장 통상국가를 포기하고 있으며, 침략전쟁에 대한 집단적 반성에서 나온 ‘평화와 민주주의’라는 가치관도 부정하고 있다. 지금부터 한국도 새로운 일본을 상대로 새로운 한일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무엇보다도 외국인에 대한 단속과 관리를 강화한다니 재일동포가 걱정된다.
이종구 성공회대 사회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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