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롯데그룹이 롯데캐피탈을 매각하지 않고 살려둘 방침입니다. 이미 2019년 롯데손보와 롯데카드를 내다 판 롯데그룹이 현금 확보를 위해 마지막 남은 금융계열사인 롯데캐피탈을 매각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졌지만, 결국 안고 가기로 했습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5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캐피털이 여신을 잘하고 있고, 캐피탈 시장이 엄청 침체되는 등 매각이 필요한 이유도 있지 않다"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롯데캐피탈)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확인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2024년 이후 줄곧 유동성 위기의 단골 주체로 거론됐습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의 실적 부진으로 주력 계열사들의 수익성이 흔들리면서 그룹 전반의 재무 체력에 대한 시장 우려가 켜졌습니다.
시장에서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롯데그룹이 유일한 금융계열사인 롯데캐피탈을 매각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왔습니다. 최근 렌탈 사업 계열사인 롯데렌탈 매각을 추진하며 현금 확보에 나섰다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를 넘지 못해 거래가 무산된 점도 롯데캐피탈 매각설 근거가 됐습니다.
롯데캐피탈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부산은행이 7.40%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약 92.6%는 롯데파이낸셜(51%), 호텔롯데(32.59%), 특수관계인을 통해 롯데그룹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룹의 금융 사업 축을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로 꼽힙니다.
지난 1월 투자은행(IB)업계에서 롯데캐피탈 매각 재추진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도 롯데 측은 "매각은 사실이 아니며 검토한 바도 없다"고 공식 부인했습니다.
롯데그룹이 유동성 압박에도 불구하고 롯데캐피탈만큼은 끝까지 지키려 하는 건 단기적인 현금 확보보다 그룹의 금융 사업 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그룹은 과거 금산분리 정책 기조 속에서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 등을 잇따라 매각해야 했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계열사 매각 당시 신동빈 회장은 상당한 아쉬움을 표했다는 이야기는 업계에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손보와 롯데카드를 매각할 당시 신 회장이 매우 안타까워했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았다"고 전했습니다.
롯데캐피탈 역시 매각설이 현실화할 뻔한 전력이 있습니다. 2019년 KB금융이 롯데캐피탈 인수 의지를 보이며 적극적인 검토 단계에 돌입했지만, 롯데 측이 돌연 매각을 철회하면서 거래가 무산됐습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KB금융 관계자는 "롯데캐피탈 인사 담당자가 먼저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는 농담을 건넬 정도로 분위기가 거의 확정적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또 다른 캐피탈 업권 관계자도 "롯데와 KB캐피탈이 연합 실사팀을 꾸렸다는 이야기가 돌 만큼 인수가 유력했다"고 전했습니다.
롯데캐피탈 대표이사 자리에 지주 출신 재무통을 앉혀 롯데캐피탈의 자본력을 끌어올리는 데에 집중하는 점도 당분간 매각 검토할 가능성이 적은 이유로 지목됩니다. 롯데그룹은 2022년 지주에서 재무혁신실장을 지냈던 추광식 전무를 롯데캐피탈 대표이사 전무로 선임했습니다. 그는 지주에서 2006년 재경팀장, 2012년 재경부문장을 거쳐 2017년 롯데지주 재무1팀장, 2021년 재무혁신실장을 역임한 재무통입니다. 그룹 내 '캐시카우'인 롯데캐피탈 재무 안정화에 방점을 둔 인사였고, 추 대표 체제 아래 롯데캐탈은 유동성비율이나 자기자본비율 등을 견인하며 내실 경영에 집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다만 주력 계열사의 실적 회복이 지연될 경우 롯데의 선택지가 점차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동시에 제기됩니다. 캐피탈업권 관계자는 "시장에서 매수하고 싶은 이들이 있는 것 같은데, 이번에 롯데렌탈 매각도 불발되고 하니까 롯데캐피탈 매각 얘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롯데그룹 사옥과 롯데캐피탈 간판. (사진=롯데, 챗GPT 합성)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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