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주요 기업 사외이사의 체질 개선이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국내 10대 그룹 사외이사 3명 중 1명의 임기가 내달 만료되며 대규모 물갈이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상법 개정이 이사회의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는 이사의 충실 의무가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되는 등 상법 개정안이 단계별 시행됨에 따라 사외이사 독립성과 책임경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상황입니다. 재계에서도 이사들의 ‘선관주의’(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가 한층 강화함에 따라 사외이사 선임 전략을 단순한 ‘자문가’ 영입 수준을 넘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 확보로 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을지로 마천루 전경. (사진=뉴시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 사외이사 48명 중 올해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는 16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외이사 3명 중 1명인 33%가 교체 혹은 재선임 기로에 놓인 셈입니다.
재계에서는 이번 주총이 단순한 인원 보충을 넘어, 상법 개정 등 규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이사회 체질 개선’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립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되면서 사외이사 역할론이 재정립되고 있는 데다 경영 사항 결정에 대한 사법 리스크도 커지며 사외이사들의 ‘선관주의 의무’도 한층 더 요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되는 1, 2차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정관에 명시하고, 사외이사 과반 구성과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을 통해 이사회의 감시·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여기에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한 3차 상법 개정안까지 입법 속도를 내는 상황입니다.
기업에서는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를 교체하는 한편 개정 상법을 반영하기 위해 사외이사의 독립이사 명칭 변경이나 선임 비율 상향,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 등 이사회 구성이나 운영과 직결된 정관 변경 안건을 다수 상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10대 그룹 중 사외이사 교체 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롯데지주와 한화입니다. 롯데지주에서는 5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4명이 다음달 28일 임기가 만료됩니다.
여기에는 권평오 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 이경춘 전 서울회생법원장, 김해경 전 KB신용정보 대표이사 사장, 박남규 서울대 교수가 포함됐습니다. 앞서 롯데는 지난해 말 진행한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자 20명을 교체하는 등 대대적인 물갈이를 단행한 만큼 사외이사진에도 쇄신을 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화에서는 이석재 서울대 교수, 권익환 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 변혜령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 부교수, 이용규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부교수 중 이용규 사외이사를 제외한 3명이 오는 같은 달 28일 임기 만료를 앞뒀습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현재 한화는 사업군별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한화솔루션·한화생명 등 방산과 조선·해양, 에너지와 금융을 존속법인에 남기고 한화비전·한화모멘텀·한화세미텍·한화로보틱스 등 테크 분야와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아워홈 등 라이프 부문 계열사는 신설법인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로 분할을 추진 중인 만큼 사외이사진 또한 인적 분할에 맞춰 꾸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신제윤 △김준성 △허은녕 △유명희 △조혜경 △이혁재 등 6명의 사외이사 모두 임기가 남아있는 상태며, 준법 경영 감시 독립 기구인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도 연임된 이찬희 위원장을 중심으로 4기를 꾸릴 예정입니다. 오는 5일 공식 출범하는 4기 준감위에는 이 위원장을 비롯해 권익환·홍은주·한승환 위원이 연임됐고, 김경선 전 여성가족부 차관과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새롭게 합류합니다.
SK는 지난 2023년 3월29일 선임된 박현주 법무법인 세종 선임외국변호사가 올해 3년의 임기가 끝나며 현대차의 경우 7명의 사외이사 중 장승화 서울대 법대 교수와 최윤희 건국대 법대 교수의 임기가 같은 달 22일 종료됩니다.
이 밖에 LG는 조성욱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와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같은 달 26일 임기가 만료돼 4명의 사외이사 중 절반을 재선출해야 합니다. 포스코홀딩스도 같은 달 24일 열리는 주총에서 김준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사외이사 재선출을 결정합니다. HD현대(장경준 전 삼일회계법인 고문), GS(한덕철 신정회계법인 고문), 신세계(최난설헌 연세대 교수)도 각각 1명의 사외이사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올해 정기주주총회에 개정 상법의 실질적 이행 여부와 이사회 책임 강화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사회가 총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는 데다 산업재해와 같은 지속가능성 관련 리스크 관리에 대한 이사회의 책임도 부각되고 있어섭니다.
류호정 서스틴베스트 의안분석 파트장은 “올해 정기주주총회는 개정 상법의 취지와 이사회 책임 강화가 실제 기업 지배구조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구현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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