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공공 인프라로 규정하고 대주주 지분율을 15~20%로 제한하는 방안과 은행 주도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민간의 자율적 혁신으로 성장해온 디지털자산 산업을 사후적으로 통제하는 과잉 규제라는 주장입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4일 성명서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과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민간 혁신을 위축시키고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 같은 규제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협회는 대주주 지분 제한이 '신뢰 보호의 원칙'과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은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스타트업이 위험을 감수하며 형성해온 산업입니다. 시장이 자리 잡은 이후 지분 강제 매각을 요구하는 것은 사후 규제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합법적으로 취득한 지분을 처분하도록 강제하는 방식은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으며 국가 법질서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습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주주 지분 제한은 '갈라파고스 규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배구조가 정책에 따라 강제로 변경될 수 있다는 인식은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중대한 정책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벤처캐피털과 전략적 투자자들의 투자 회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협회는 "창업자의 리더십과 신속한 의사결정이 중요한 글로벌 디지털 금융 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실성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대형 가상자산거래소의 기업가치는 수조 원대에 달하는 만큼 대주주 지분을 단기간에 시장에서 소화하기 어렵습니다. 강제 매각 시 기업가치 급락과 소액주주 피해, 경영 불확실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지분을 15% 수준으로 제한할 경우 창업자의 경영권 방어가 사실상 어려워져 외국 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취약한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협회는 "은행이 과반 지분을 보유해야만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는 혁신을 가로막는 기득권 보호 정책"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스테이블코인들은 비은행 혁신 기업이 주도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협회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보통신(IT) 기업과 거래소 등 다양한 민간 주체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입니다.
협회는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사용처가 디지털자산 거래라는 점에서 거래소를 배제하는 구조는 시장 형성과 확산에 치명적인 제약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고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국한할 경우에는 국내 혁신기업들이 생태계의 핵심 주체로 성장할 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는 겁니다.
끝으로 협회는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정책 전면 재검토 △소급 규제 중단을 통한 신뢰 보호 원칙 준수 △은행 중심이 아닌 민간 혁신기업의 스테이블코인 시장 참여 보장 △스타트업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 균형 잡힌 정책 마련 등을 금융당국에 요구했습니다.
협회는 "민간이 일군 혁신의 성과를 존중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디지털자산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정부의 현명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시황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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