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중소형 보험사들이 올해 규제 강화와 업황 악화가 겹치며 생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자본 여력이 뒷받침되는 대형 보험사와 달리 유상증자나 우량 영업이 쉽지 않은 중소형 보험사들은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50% 규제가 새롭게 도입됩니다. 내년 3월 말 기준 보험사 기본자본 킥스가 50%에 미달할 경우 보험사별로 기본자본 '최저 이행 기준'을 부과합니다. 1년이 지난 시점에도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경과 조치를 종료하고 적기시정조치를 내립니다.
킥스는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을 합산해 산출합니다. 기본자본은 자본금과 이익잉여금 등 손실흡수성이 높은 자본이며 보완자본은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등 상대적으로 손실흡수성이 낮은 자본을 의미합니다. 기본자본 킥스 규제 도입은 보험사들에 보다 우량한 자본 확충을 요구하는 조치로 해석됩니다.
기본자본 킥스 규제는 중소형 보험사에 가장 큰 악재입니다. 기본자본을 확충하려면 손해율이 낮고 수익성이 높은 우량 계약을 늘리거나 모회사의 유상증자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보험업 특성상 중소형 보험사들은 계약 확보를 위해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상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데다 자본 여력도 부족해 기본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소형 보험사들의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50%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기본자본 킥스는 △
흥국화재(000540) 42.1% △KDB생명 32.4% △하나손해보험 9.4% △iM라이프 –5.2% △
롯데손해보험(000400) –16.8% 등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들 보험사는 내년 3분기까지 기본자본 확충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번 규제가 보험사 전반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규제 도입에 따른 보험사의 사업 및 재무 안정성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신용도 평가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 역시 "기본자본비율 규제의 영향과 이에 대한 보험사의 대응 역량을 핵심 평가 요소로 삼을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보험사들은 보험 영업보다 고객 자금을 활용한 자산운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규모 자체가 작은 중소형 보험사들은 자산운용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규모를 키우기 위해 매력적인 상품을 앞세워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지만, 이는 손해율 악화로 이어지고 다시 공격적인 영업을 반복하는 악순환 구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소형 보험사들은 전산·모니터링·교육 시스템에 대한 투자 여력과 인력이 부족해 회계 기준이 추가될 때마다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본자본 킥스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보험사들의 경영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소비자 보호와 불완전판매 근절·민원 관리 강화 기조 역시 중소형 보험사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형 보험사들은 기본자본 킥스 규제에 따른 부담을 상당히 크게 느끼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경기 악화로 보험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중소형 보험사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공격적인 영업을 이어가는 보험사는 구조적으로 생존하기 어렵다"면서 "과거 부실 보험사들이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을 지속 투입했음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올해는 중소형 보험사들의 생존이 가려지는 해가 될 것"이라며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향후 영업 환경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사진은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롯데손해보험 외경 모습. (사진=각 사)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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