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 창구가 다시 열렸지만, 고금리가 계속되고 정부의 부동산 후속 대책 발표를 앞둔 탓에 소비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는 모습입니다. 전문가들은 대책이 발표되면 대기 수요가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주담대 금리 고공 행진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지난 연말 꽁꽁 닫아놓은 주담대 문을 활짝 열었음에도 시장은 다소 한산한 모습입니다. 한때 주담대 상담을 받기 위해 대기표가 필요했던 분위기와 확연히 달라진 풍경인데요. '오픈런'까지 있었던 인터넷전문은행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 매매 시장 자체가 워낙 침체돼 있고 갭투자도 어려워 대출 재개 이후에도 창구가 붐비는 특이 사항은 찾기 어려워 보인다"며 "주담대 금리도 4~5%대로 상대적으로 높다 보니 최소한 2월 말까지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습니다.
일부 은행은 이미 주담대 금리 상단이 6%를 웃도는 곳도 있는데요. 주담대 금리 상승은 시장금리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 강화로 은행들이 대출 수요 쏠림을 차단하기 위해 금리 문턱을 높인 영향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금융당국이 올해도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은행들이 보수적인 대출 운용을 이어갈 경우 주담대 금리 상단이 7% 선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입니다.
다른 관계자는 "주담대 금리보다 신용대출 금리가 낮기도 하다 보니 증시 활황과 함께 투자 자금 마련 목적으로 신용대출을 받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며 "주담대 고객은 아직 몰리지 않은 상황인데 3월 이사철이 되면 수요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습니다.
은행이 폭리를 취한다는 것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하에서 물량 조절 대신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수요를 억제하면서 이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행태를 의미한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뉴시스)
내 집 마련에 있어 소비자들이 집값 흐름 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이자 부담입니다. 서울 주요 지역을 제외하면 집값 상승으로 대출 부담을 완충하기엔 어렵다는 판단도 깔려 있습니다.
은행권 대출금리 폭리 수준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내내 기준금리가 인하 기조였음에도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024년 10월, 11월 그리고 2025년 2월과 5월 총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습니다. 반면 은행들은 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를 이유로 들며 주담대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했습니다.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금리를 가장 손쉬운 자체 규제 수단으로 활용해왔다는 지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금리 체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담보가 있는 주담대 금리가 무담보 신용대출 금리보다 높아지는 이례적인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날 기준 KB국민은행의 주담대 5년 주기형 금리는 연 4.19~5.19%인 반면, 금융채 6개월 기준 신용대출 금리는 3.81~4.81%로 나타났습니다.
신한은행의 경우 주담대 금리가 4.07~5.48%인데 신용대출 금리는 4.19~5.20%였습니다. 하나은행은 주담대 4.12~5.37%, 신용대출 4.32~4.92%, 우리은행은 주담대 4.08~5.28%, 신용대출 4.20~5.20%로 확인됐습니다. 농협은행도 주담대(5년 주기형) 금리가 3.89~6.19%까지 올라간 반면, 금융채 6개월 기준 신용대출 금리는 3.78~5.08% 수준입니다.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기에도 높은 대출금리를 유지하면서 순익 역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2조14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넘게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인상해 주담대 금리가 신용대출보다 높아지는 현상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담보대출 금리가 무담보대출보다 높은 구조는 금융 원칙을 왜곡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서 교수는 "총량 규제하에서 대출 쏠림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 가능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은행 수익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동하면서 폭리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동산 대책 불확실성 가중
주담대 시장이 극도의 관망세를 보이는 기저에는 정부의 부동산 공급 대책 발표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이달 말 추가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전했습니다. 김 장관은 "늦어도 1월 말까지 발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공급 대책의 윤곽이 곧 드러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앞서 이재명정부는 지난해 9월 2030년까지 수도권에 총 135만호를 착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공공 주도 주택공급 대책을 담은 '9·7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그러나 비현실적인 조치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매수 심리를 잠재우지 못했습니다.
당분간 부동산 시장은 금리, 대출 규제, 부동산 공급 정책 방향성이라는 변수에 동시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 교수는 "현재 대출 정체는 고금리 부담과 함께 1월 말 추가 주택공급 대책 발표를 앞둔 정책 대기 수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공급 대책이 구체화되면 관망세가 일부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새해 은행 대출 창구가 다시 열렸지만 주택담보대출 시장은 은행권 폭리 논란과 정부의 부동산 후속 대책을 기다리는 관망 심리가 맞물리며 움직이지 않고 있다. 서울 시내 공인중개사에 매물이 안내되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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