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수도권 교통망 확충을 위해 추진돼온 대형 교통 인프라 민간투자 사업들이 잇따라 난관에 봉착하고 있습니다.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정부는 민자사업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공사비 급등과 각종 리스크 누적 탓에 건설사들이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서면서 정책 방향과 현장의 온도차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부선 도시철도는 지난해 9월 현대엔지니어링과 GS건설이 컨소시엄에서 이탈한 이후 1년이 넘도록 새로운 시공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은평구 새절역에서 관악구 서울대입구역까지 15.6㎞를 연결하는 이 사업은 정부가 건설공사비 급등을 반영한 특례를 적용해 총사업비를 642억원 증액했음에도 건설사들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 공사 여건을 고려하면 수익성 회복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GTX-A 서울역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역시 2년 넘게 착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1년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됐지만 공사비 산정을 둘러싼 이견으로 실시협약 체결 이후에도 착공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자재비와 인건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당초 책정된 사업비의 현실성이 떨어졌고, 정부와 사업자 간 조율이 길어졌습니다. 내년 3월 대한상사중재원의 판단을 통해 일부 보전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실제 상승분 전부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여전합니다.
이미 위례신사선은 민자 방식 추진이 좌초되며 재정 사업으로 전환됐습니다. 민자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물가 특례 제도가 적용됐음에도 사업성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에서, 대형 민자 철도사업 전반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장기간 자금을 선투입하고 운영 수익으로 회수해야 하는 구조 자체가 고물가·고금리 환경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들의 민자사업에 대한 시각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안정적인 장기 수익원으로 평가받던 민자사업이 이제는 공사비 부족, 강화된 안전 규제, 정책 변경 가능성까지 감안해야 하는 고위험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건설사는 조직 개편을 통해 민자 관련 조직의 비중을 낮추거나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교통 인프라 확충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민간이 체감하는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사업 표류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조정 방식, 위험 분산 구조를 보다 현실적으로 재설계하지 않으면 민자 활성화 기조가 현장에서 힘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과거에는 안정적인 장기 먹거리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리스크에 비해 보상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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