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북극항로, 해운업계 셈법은 제각각
컨테이너 부담·LNG 대안·벌크 제한
시범 운항 민간 참여, 관건은 채산성
2025-12-24 14:17:30 2025-12-24 16:05:56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정부가 내년 북극항로 시범 운항을 추진하며 부산~로테르담 노선을 제시한 가운데, 해운업계에서는 동일한 항로를 두고도 선종과 화물 특성에 따라 계산이 다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항로 거리 단축이라는 공통의 장점이 있지만, 정시성의 의미와 리스크를 흡수하는 방식, 인프라 의존도가 선종별로 달라 사업성을 둘러싼 셈법도 엇갈릴 전망입니다.
 
차세대 쇄빙연구선 조감도. (사진=해양수산부)
 
2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3000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을 투입해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시범 운항에 참여할 국적 선사를 공모할 계획입니다. 쇄빙선 등 극지항해 선박을 건조할 경우 최대 110억원을 지원하고, 항만시설 사용료 감면 등 혜택도 제공할 방침입니다. 2030년까지 쇄빙 컨테이너선 건조 기술을 개발하고 극지 해기사를 양성하는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북극항로를 바라보는 사업성 판단에는 선종별 온도차가 감지됩니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북극항로 활용에 따른 제약 요인이 상대적으로 크게 거론됩니다. 컨테이너 해운은 정기 노선과 글로벌 환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운영돼, 단일 항차의 지연이 전체 스케줄과 얼라이언스 운항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기상 변수로 인한 일정 차질 가능성 자체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북극항로를 운항하려면 쇄빙선까지는 아니더라도 유빙에 견딜 수 있도록 선체가 보강된 아이스 클래스 선박이 필요하고 국제 기준에 맞는 설계와 인증이 필수”라며 “현재 유럽 노선에는 1만8000~2만3000TEU급 초대형 선박이 투입되지만 북극항로 운항이 가능한 선박은 4000~5000TEU급에 그친다”고 했습니다. 컨테이너 해운은 대형 선박을 여러 척 동시에 운용하며 인력과 비용을 분산시켜야 수익성이 나는데, 소형 선박을 투입하면 같은 원가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채산성이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LNG선의 경우 북극항로 활용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LNG 운송은 장기 계약과 직항 운송 비중이 높아 일정 지연이 발생하더라도 계약 조건이나 비용 조정으로 리스크를 흡수할 여지가 있어서입니다. 컨테이너선처럼 네트워크 전반이 흔들리는 구조가 아니여서 북극항로를 ‘대안 루트’로 검토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극항로. (그래픽=뉴스토마토)
 
 
북극항로 운영·쇄빙선 운용의 실질적 컨트롤 타워인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은 지난 5월 로이터 보도에서 지난해 북극항로를 통한 화물 운송량이 약 3800만톤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LNG와 원유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고 밝혔습니다. LNG선이 극지 운항 경험과 저온·빙해 대응 기술을 상대적으로 많이 축적해왔다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습니다.
 
벌크선의 경우 특정 화물에 대해 제한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철광석·석탄·곡물 등 벌크 화물은 항로 단축에 따른 연료비 절감 효과가 기대되지만, 북극항로의 계절성과 항만·보급 인프라 부족이 상업적 활용의 걸림돌로 지적됩니다. 벌크선은 항만 이용 빈도와 중간 보급 의존도가 높아 인프라가 제한적인 북극항로에서는 반복 운항 부담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국제해사기구(IMO)와 북극이사회 산하 북극해양환경보호 실무그룹(PAME)이 지난 5월 공개한 ‘북극 해운 현황 보고서’는 북극해 운항 확대를 위해 기후변동성에 따른 항로 불확실성, 극지 환경 특성에 따른 사고 위험, 보험·보급·구난 체계의 제약 등 복합적인 리스크가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핵심은 운항 채산성에 대한 보전”이라며 “버스 노선도 이용객이 적을 경우 운임을 보전해 운행을 유지하는 것처럼 북극항로 시범 운항 역시 당장 마진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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