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용산 대통령실 시대가 막을 내리며 다시 청와대 시대가 열립니다. 그간 청와대는 민심과 괴리된 공간이라는 비판 속에 '구중궁궐'로 불려 왔는데요. 이재명정부는 소통 강화를 핵심 기조로 내세우며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구상입니다. 대통령과 3실장(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실장)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한국형 웨스트윙' 구상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청와대 이전 마무리 수순…여민관 중심 재편
21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이재명정부는 청와대 이전을 거의 마쳤습니다. 현재 청와대 일대 경비도 이전보다 강화됐습니다. 대부분의 직원은 입주를 마무리했고, 이재명 대통령을 맞을 준비도 거의 끝났습니다.
청와대 복귀는 용산 대통령실 시대 이후 약 3년7개월 만입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사용하는 공간인 본관과 업무동인 여민관(구 위민관), 행사 등에 사용하는 영빈관, 기자실이 위치한 춘추관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역대 정부처럼 이재명정부 역시 본관에는 대통령 집무실이 마련됐습니다. 다만 본관은 주로 국가 정상회담이나 국가 행사 등을 위한 용도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여민관 건물엔 비서관실과 수석실을 배치했습니다.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과 핵심 참모 등과 물리적 거리가 멀다는 점을 고려한 위치 선정입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청와대로 복귀하면 여민 1관에서 이 대통령과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한 건물에서 집무를 볼 예정입니다. 3실장과 물리적 거리를 줄여 각종 국정 현안과 정책 방향 논의를 신속하게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아울러 수석·비서관실과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 등도 여민관 3개 동에 분산 배치됩니다.
이는 박근혜정부와 문재인정부의 청와대 배치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박근혜정부는 본관에만 대통령 집무실을 뒀습니다. 여민 1관에는 비서실장실이, 2관에는 정책실장실이, 3관에는 국가안보실장실이 각각 위치했는데요. 당시 청와대 본관과 여민관 간 직선거리는 약 500m로, 대통령과 3실장 간 소통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습니다. 해당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박근혜씨도 여민관에 별도의 보고 공간을 마련했지만, 실시간 소통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문재인정부에선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장실을 여민 1관에 배치했습니다. 이어 여민 2관엔 정책실장실을, 3관엔 국가안보실장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간 제약은 여전했습니다. 정책실과 산하 수석실 등이 여민관 이곳저곳에 나뉘어 자리를 잡았기 때문입니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로 옮기는 이사 작업이 착수된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바라 본 청와대. 성탄절 전후로 이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
전문가 "운영 방식에 따라 실질적 변화 체감"
이재명정부는 과거 전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소통도 더 강화할 방침인데요. 강훈식 비서실장은 지난 7일 "청와대 이전 후에는 온라인 생중계 등을 더 확충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이번 참모진 배치를 두고 이재명정부가 청와대를 '권위의 상징'이 아닌 실무 중심의 국정 컨트롤 타워로 재편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앞선 정부의 소통 한계를 보완해 핵심 참모 간 상시 협의를 전제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국정 현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라는 겁니다. 역대 정부와 달리 핵심 참모진과 상시 소통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른바 한국형 웨스트윙 시도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는 겁니다.
다만 기자실까지 한 공간에 마련된 미국 백악관의 '웨스트윙'과는 구조적 차이가 있습니다. 미 백악관 웨스트윙 1층에는 대통령 집무실(오벌오피스)과 부통령실, 비서실장실 등 대통령 핵심 참모 사무실이 모두 모여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현재 추진 중인 세종 집무실에선 이 같은 물리적 소통 한계 등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청와대 이전과 참모진 배치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놨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이전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는 "청와대 참모 배치 개편에 대해 물리적 거리 축소가 곧바로 소통 강화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신 교수는 "청와대 복귀와 여민관 중심 배치 역시 실질적 변화라기보다는 소통 강화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에 가깝다"며 "실제 효과는 앞으로의 국정 운영 과정에서 입증돼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노무현·문재인정부에서도 여민관에서의 소통 시도가 있었던 만큼, 해당 방식이 확대·유지되면 청와대가 '구중궁궐'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구조적 한계를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대통령과 참모진 간 물리적·심리적 거리가 좁혀지면 소통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운영 방식에 따라 실질적 변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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