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한국회계기준원이 차기 원장으로 곽병진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를 선임하면서, 회계업계에서는 "회계 판단 정상화 신호"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가 아닌 곽 교수가 최종 낙점되면서, 이번 인선이 기존 회계 권력 구조에서 일정 부분 벗어나려는 금융당국의 의지를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도 제기됩니다.
한국회계기준원은 19일 2025년 제5차 회원총회를 열고 곽병진 교수를 제10대 원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습니다. 곽 원장의 임기는 2026년 3월1일부터 2029년 2월28일까지 3년입니다. 한국회계기준원 원장은 회계기준위원회(KASB) 위원장과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위원장을 겸임하며, 국내 회계기준 제정과 국제회계기준 대응,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논의를 총괄하는 핵심 보직입니다.
이번 선임 과정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원장추천위원회 평가에서는 한종수 교수가 더 많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회원총회 표결 결과에서는 곽 교수가 최종 선임됐기 때문입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통상 1위 후보가 그대로 원장으로 선임되는 관행과 달리, 이번에는 최종 단계에서 판단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곽 원장은 1965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텍사스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퍼듀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회계 전공으로 학계 활동을 이어왔으며, 미국공인회계사(AICPA) 자격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제회계기준과 재무보고 체계에 대한 이론적·실무적 이해를 함께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선을 삼성생명 일탈회계 논란과 연결해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가 국제회계기준(IAS) 1.19 일탈회계 적용은 공정한 표시 원칙과 자산·부채 정의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잠정 결론을 내리면서, 국내에서 확산됐던 이른바 '일탈 무제한 허용' 해석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과의 연결 고리 의혹이 제기된 인사가 아닌 곽 원장의 선임은 금융당국이 일탈회계 논란을 포함한 주요 회계 이슈를 원칙 중심으로 정리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선은 삼성생명 일탈회계를 바로잡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며 "그동안 기업 부담이나 충격 완화를 이유로 회계 판단이 유연하게 적용돼왔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이제는 국제 기준과 원칙을 보다 명확히 따르겠다는 신호로 읽힌다"고 말했습니다.
19일 제10대 한국회계기준원장에 선임된 곽병진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 (사진=카이스트)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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