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계룡건설, 자기자본 넘는 PF 보증…물류 회복에 베팅
'조건부 채무인수' 부담…보증 누적액 1.6조
물류센터 회복 흐름 속 PF 부담 감내 수준
관급 수주 덕에 재무 안전판 유지 평가
2025-12-16 06:00:00 2025-12-16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2일 14:4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계룡건설(013580)산업이 이천 호법 안평지구 물류센터 신축사업에 참여하면서 계약과 동시에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보증을 부담하게 됐다. 보증 누적액이 이미 자기자본을 넘어선 상황에서, 최근 물류센터 시장의 회복 조짐을 반영해 해당 사업에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업만 해도 자기자본의 20%에 해당하는 규모지만, 관급·민자 도급 중심의 수주 포트폴리오가 재무 변동성을 흡수하며 PF 리스크를 일정 부분 상쇄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계룡건설 사옥(사진=계룡건설)
 
PF 노출 1.6조 시점에 이천 물류센터 1834억 배팅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계룡건설은 최근 이천 호법 안평지구 물류센터 신축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1112억원 규모이며, 계약 상대는 비에프로지스틱스제1호일반사모부동산투자유한회사다. 공사는 2025년 12월 22일부터 2027년 11월 21일까지 진행되며,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안평리 111-1 일원(2025년 6월 건축허가)에 들어선다. 계약금·선급금 없이 기성불 지급 조건으로 체결됐다. 기성불 지급 조건은 공정이 진행된 만큼만 공사비를 지급받는 방식으로, 현금흐름이 선급금·계약금이 있는 계약 대비 다소 촘촘하고 보수적으로 흘러가는 구조다.
 
이 계약과 동시에 계룡건설은 1834억원 규모의 조건부 채무인수(PF 보증)를 부담했다. 계룡건설 자기자본(9174억원, 지난해 기준)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준공만 제때 이뤄지면 보증은 소멸하지만, 일정 지연이나 인허가 변수가 발생할 경우 시공사가 잔여 대출원리금을 인수하도록 설계된 구조다. 준공 리스크를 시공사에게 배분해 PF 안정성을 확보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공시에 따르면 계룡건설의 PF 신용보강 규모(약정 기준)는 올해 3분기 말 7297억원(지난해 말 기준 3665억원)으로 집계됐다. 단독 사업분이 886억원, 컨소시엄 참여 사업분이 6412억원이며, 이 가운데 5281억원이 특수관계자(PFV·자회사 등)에 대한 신용보강이다. 사업장별 실제 대출잔액을 기준으로 집계한 PF 보증 잔액(노출도)은 1조 6958억원에 이른다. 이는 책임준공·연대보증·조건부 채무인수 등 각 사업장 형태별 약정이 실행된 금액을 합산한 것으로, 자본총계 대비 약 1.85배 수준이다.
 
사업장별로 뜯어보면, 수원당수피에프브이를 제외하면 대부분 물류센터·산업단지·지식산업센터 등 산업형 PF로 구성돼 있으며, 구조 역시 준공 이행을 전제로 한 조건부 보증 비중이 높다. 
 
보증 잔액 중에는 자회사가 시행을 맡는 사업도 포함된다. 업성개발PFV(2124억원), 시흥거모PFV(505억원), 고삼하이파크(756억원) 등이 대표적이며, 이들 사업장은 계룡건설이 50% 이상 출자한 구조여서 연대보증 제공이 통상적이다. 시행사 자본력이 얇은 PFV 구조에서는 시공사가 책임준공과 보증을 함께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기타사업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에스앤에이치제일차'는 서울권 지식산업센터 PF로, 계룡건설이 3055억원 규모의 연대보증을 부담하고 있다. 인허가·분양 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존재해, 전체 보증 노출도에서 무게 중심을 이루는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이천 호법 안평지구 물류센터 PF에 적용된 조건부 채무인수는 연대보증보다 부담이 한 단계 낮은 구조다. 준공을 제때 마치기만 하면 즉시 소멸하고, 실제 대출 인수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어 금융권은 이를 '준공 관리 범위의 리스크'로 본다. 시공사의 실행 리스크가 아닌 운영 전 리스크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관리 가능한 부담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계룡건설이 물류센터 사업에 참여한 데는 최근 산업용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 변화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3~2024년까지만 해도 공급 과잉으로 공실률이 높았던 물류센터 시장은 올해 들어 흡수 속도가 개선되기 시작했고, 이 중에서 이천·용인 물류벨트는 다시 투자 회복 구간인 것으로 분류되고 있다.
 
신탁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물류센터는 지난 2년간 과잉 공급으로 가장 먼저 가격이 무너졌던 섹터지만, 최근에는 임대 문의와 흡수 속도가 분명히 개선되고 있다"며 "특히 이천·용인 라인은 물류기업의 관리비 절감과 배송 효율을 동시에 맞출 수 있는 입지여서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고 말했다.
 
 
공공·관급 2조원대 일감 확보…PF 변동성 흡수하는 방파제
 
계룡건설은 공공수주가 탄탄한 건설사로 잘 알려져 있다. 공공사업은 경기 변동에 덜 흔들리고, 선투입 부담이 작으며, PF 리스크와 무관하게 매출이 순환되는 구조다. 최근 기타사업에서 PF 보증이 늘었지만, 공공 물량이 재무 완충 장치로 작동한다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방파제처럼 리스크 흡수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공시에 잡힌 계룡건설의 공공수주 실적만 2조원이 넘는다. 이는 공시 의무가 발생하는 규모만 취합한 수치로, 실제 전체 수주를 더하면 이보다 많을 가능성이 크다. 세종 4-1BL·6-3BL, 위례 A2-6BL, 고덕강일 5BL, 인천검단 AA6, 동탄 A51·52·55 등 LH·지자체 발주 공공분양 단지들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최근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중심의 민간참여 공공주택 물량이 몰렸다. 광명시흥 S1-10BL·B1-3BL, 과천갈현 A-1BL, 의왕군포안산 A1-3BL 등이 연달아 수주되면서 대규모 패키지형 공공 프로젝트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바로 이 견고한 공공 수주 포트폴리오가 PF 리스크가 부각되는 와중에도 계룡건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평가받는 배경으로 꼽힌다.
 
매출 구조를 뜯어봐도 '공공 중심 체질'이 그대로 드러난다. 올해 3분기 기준 건축·토목 등 도급 부문 매출은 1조6836억원으로, 전체 매출(2조643억원)의 약 82%를 차지한다. 이들 대부분이 공공 발주 물량이거나 LH·지자체 기반 공동영업 참여 사업장이다. 
 
계룡건설 관계자는 PF 보증 규모 확대에 대한 시장 우려와 관련해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대부분이 발주처(SPC·PFV 등)에 대한 시공사 연대보증, 책임준공 기반의 조건부 채무인수, 수분양자 중도금대출 보증 등 통상적인 보증성 거래"라며 "이어 “동종 업계와 비교해도 PF 보증 잔액은 무리 없는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