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철강소재 및 산업용 기자재 업체
삼영엠텍(054540)이 자산 규모가 두 배 이상 큰 중견 자동차부품사
동아화성(041930) 인수를 추진하면서 재무 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신설 자회사 설립, 메자닌 발행, 자사주 매각, 단기차입에 더해 최대주주의 주식담보대출 계약 연장까지 드러나며 그룹 전반의 유동성 부담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모회사 삼영엠텍이 자회사 삼영파트너스가 발행한 500억원 회사채에 대한 연대보증까지 하면서 업계에서는 '새우의 고래 인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영엠텍은 10월15일 신규 설립한 100% 자회사 삼영파트너스를 통해 동아화성 주식 666만4802주(지분 42.18%)를 1333억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는 지배회사 삼영엠텍의 9월말 연결기준 자산총액인 1466억원과 유사한 수준으로 사실상 회사 전체 자산과 맞먹는 덩치의 딜을 종속회사에 실어 추진하는 구조입니다.
삼영엠텍은 9월말까지 누적으로 매출액 854억원, 당기순이익 7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현금성자산이 200억원 수준에 그쳐 여유가 크지 않으며, 부채비율은 84%로 무난한 수준이지만 전체 차입 중 단기차입금 비중이 95.5%에 달해 차입 구조가 과도하게 단기에 몰려 있습니다. 반면 동아화성은 현대차·기아·글로벌 가전업체에 고무부품을 공급하는 중견 제조업체로, 9월말 기준 자산총계 3171억원, 누적 당기순이익 212억원, 현금성자산 434억원으로 삼영엠텍 대비 규모와 재무 체력이 모두 높습니다.
인수대금 마련 과정에서 삼영엠텍은 사실상 동원 가능한 모든 조달수단을 사용했습니다. 27일에는 9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47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연달아 발행했고, 20일부터 28일까지 보유 중이던 자기주식 87만주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에스엔시스(0008Z0)와 매니폴드 마스터 펀드에 약 136억원에 매각할 예정입니다. 이 자금은 모두 자회사 삼영파트너스 증자에 투입되며, 삼영파트너스는 해당 자금을 동아화성 주식인수 대금으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삼영엠텍 최대주주 전창옥 대표의 주식담보대출 계약 역시 유동성 논란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전 대표는 9월10일 기존 주식담보대출 계약 일부를 재체결하며 담보기간을 12월 말까지 연장했습니다. 담보 설정액은 31억5000만원, 실제 차입금은 20억원입니다. 공시상 목적은 '회사 주식 취득'이지만, 자사주 매각·메자닌 발행·단기차입 등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회사 차원의 조달이 집중된 시기와 맞물려 조정된 만큼 시장에서는 "최대주주의 유동성 확보 흐름과 그룹 자금 구조가 연결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 회계 전문가는 "BW나 CB 같은 메자닌은 발행회사의 이자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장에서는 주가를 띄우기 위한 투기적 목적으로 활용된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대주주가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해 주가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게 되면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투자위험이 과도하게 커진다"며 "메자닌과 주식담보대출이 동시에 존재하는 회사는 기본적으로 리스크가 높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딜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지점은 자회사 삼영파트너스가 발행하는 500억원 규모 회사채입니다. 전체 인수대금 가운데 500억원을 회사채로 조달하는 과정에서 삼영엠텍이 전액 연대보증을 서며 자기자본 742억원의 67%에 달하는 보증부담이 새로 발생했습니다. 회사채는 동아화성 구 대주주 측과 에스엔시스가 250억원을 각각 인수하는 구조로 배분됐습니다.
이에 기존 중국 종속법인 대련삼영두산금속제품유한공사에 대한 120억원 보증까지 포함해 삼영엠텍의 전체 채무보증 잔액은 620억원으로 늘어난 상태입니다. 이는 자기자본의 약 83%에 달하는 규모로, 자회사를 앞세우고 있지만 실제 차입·보증 위험은 대부분 모회사에 집중되는 구조입니다.
공정성 논란도 불거집니다. 자기주식 매수자와 회사채 채권자로 동일한 에스엔시스가 등장하면서 특정 투자자에게 조달 구조가 집중됐기 때문입니다. 동일 투자자가 자기주식 매입과 회사채 인수를 동시에 담당하면, 인수자금 조달 과정에서 우월한 정보나 조건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반면 회사채 500억원 전액을 연대보증하는 삼영엠텍과 소수주주들은 대규모 위험을 부담하는 구조여서 이해관계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동아화성 구 대주주는 지분 42.18%를 통째로 넘기며 주당 2만원대 경영권 프리미엄을 확보하지만 기존 소액주주는 공개매수 기회 없이 시장에 남겨집니다. 인수대금 중 500억원을 회사채로 조달하는 과정에서는 구 대주주 측이 250억원, 에스엔시스가 250억원을 각각 인수하는 구조가 짜여지면서 특정 투자자와 매도인 간에 자금 조달이 집중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런 배분 구조는 양측이 사실상 안전장치를 확보한 반면, 모회사 삼영엠텍과 기존 주주는 500억원 전액 보증 부담을 떠안는 형태여서 거래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자산 규모가 작은 회사가 무리하게 레버리지를 일으켜 큰 회사를 인수할 경우, 오히려 인수 대상 기업까지 경영 불안이 전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좋게 보면 해당 기업이 그만큼 사업적 매력을 높게 평가해 무리해서라도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인수하는 측에서도 상당한 모험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주주의 주식담보대출이 존재한다는 점 역시 리스크 요인"이라며 "금액 자체는 크지 않지만 주식담보대출은 대주주가 상장사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대출을 갚지 못하면 회사 주식을 잃을 수 있어 대표적인 위험한 거래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에스엔시스와의 투자 관계, 자회사 삼영파트너스를 통해 인수를 진행한 배경, 기존 주주에게 공개매수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이유 등을 확인하기 위해 삼영엠텍에 연락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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