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케이블TV 3위 사업자 딜라이브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케이블TV 산업 전반의 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유튜브·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변화한 시청 행태로 케이블TV 가입자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고, 플랫폼 경쟁력 약화에 더해 '호황기 때 만들어진 규제가 여전히 유지되는 기형적 구조'가 산업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업계에선 "딜라이브는 시작일 뿐"이라며 정책 개입 필요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25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시청점유율에 따르면 상반기 케이블TV 전체 가입자는 상반기 1209만1056명으로 집계됐습니다. 5년 전인 2020년 상반기 대비 128만7686명 줄었습니다. 연평균 25만명 넘게 가입자가 감소한 셈입니다. 2018년 상반기 이후 가입자가 줄곧 감소했습니다. 업계의 오랜 규모의 경제 기준이었던 1300만 가입자는 이미 무너졌고, 1200만선 붕괴도 가시권에 들어왔습니다.
가입자 감소는 곧바로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케이블TV의 핵심 수익원인 수신료 매출은 2015년 9386억원에서 2024년 5719억원으로 39% 넘게 급감했습니다. 지난해 전체 케이블TV 업계 영업이익은 149억원에 불과했고, 38개 사업자가 영업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딜라이브는 현금흐름 악화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대금 지급 연기라는 조치를 발표했고, 1·2위 사업자인
LG헬로비전(037560)과 SK브로드밴드는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비용 절감에 나선 상태입니다.
(이미지=챗GPT생성)
산업 위기가 장기화되는 배경에는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제 구조가 자리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케이블TV 업계는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으로만 250억원을 납부했습니다. 전체 업계 영업이익보다 많은 수치입니다. 방발기금은 방송·통신 진흥을 위해 사업자들이 납부하는 기금으로, 케이블TV는 2017년부터 방송서비스 매출액의 1.5%를 의무 납부해왔습니다.
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공적 기여를 이행하는 사업자에 대한 합리적 감면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며 "방발기금이 단순한 징수가 아니라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지역사회 기여를 촉진하는 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규제 완화를 포함한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김용희 선문대 교수는 "편성 자율권 제약, 지역채널 의무, 재난·선거방송 의무 등은 인터넷(IP)TV가 등장하기 전에는 의미가 있는 규제였지만, 지금은 OTT·유튜브까지 등장해 경쟁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규제가 경쟁력을 심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위기가 장기화되고 고착화되는 상황에서는 개별 기업의 자구 노력이나 시장 기능만으로는 회복이 어렵다는 점에 착안, 정책적 개입 없이는 산업의 존속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김 교수는 "전국 단위의 이원 인프라를 갖춘 유료방송 플랫폼인 케이블TV가 지역 균형 발전과 미디어 공공성을 실현할 수 있는 핵심 기반인 만큼 산업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도 정책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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