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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5일 10:5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연쇄 중대재해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포스코그룹이 경영평가 체계를 손질하며 안전관리와 수익성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부터 포스코홀딩스(
POSCO홀딩스(005490))는 임원 성과 지표에 ESG·안전 항목을 새로 편입하고 매출과 주가 관리 비중을 높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동시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한 가운데 정량평가에서는 외형과 시장가치 비중을 확대해 장인화 회장을 포함한 임원진들이 성장과 안전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압박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앞둔 그룹에서 새롭게 바뀐 평가체계 개편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안전' 항목 임원평가에 추가…영업이익 비중 축소
25일 포스코홀딩스에 따르면 그룹 이사회는 '성과평가 및 임원보상체계' 개선을 통해 임원 평가 지표를 대폭 개편했다. 정량평가와 정성평가 모두 구조가 크게 바뀐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포스코홀딩스는 재무성과에 따른 정량평가(60%)와 정성평가(40%)를 기준으로 임원 성과 평가 및 상여금을 산정해왔다. 지난해까지 정량평가는 영업이익(20%), 영업현금흐름(10%), 매출액(10%), ROA(10%), 주가(10%)로 구성됐다. 올해는 영업이익(15%), 영업현금흐름(5%), 매출액(15%), ROA(10%), 주가(15%)로 비중이 재조정됐다. 외형 중심의 성장성과 시장평가 요소를 강화한 개편이다.
성장 지표에 대한 접근 방식도 달라진다. 영업이익 비중이 기존 20%에서 15%로 낮아지고 영업현금흐름도 10%에서 5%로 감소한 반면 매출액과 주가는 각각 10%에서 15%로 확대됐다. 수익성과 현금창출력보다 외형 성장과 시장 평가를 보다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된 셈이다.
정성평가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기존 ESG(10%), 비즈니스(15%), 투자·기술(10%), 인재(5%) 구조에서 올해는 ESG·안전(10%), 비즈니스(15%), 투자·기술(10%), 사람(5%)으로 조정됐다. 가장 큰 변화는 안전 관리가 독립된 평가 지표로 격상된 점이다. 기존에는 ESG 항목 내에서 포괄 평가했으나 올해는 ESG·안전으로 별도 처리해 안전관리 비중을 높였다.
지난 2022년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포스코홀딩스가 계열사 리스크 관리를 총괄하면서 전략적 투자 판단과 실행력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의지가 이번 개편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개편 취지가 실제 효과를 보이기도 전에 포항과 광양 등 포스코 내 핵심 생산거점에서 중대재해가 연이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성과지표 충족도뿐 아니라 안전관리 책임 여부가 이번 연말 인사에서 주요 판단 기준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포스코그룹은 전통적으로 12월 초중순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해온 만큼 올해 인사에서도 새 평가체계와 안전사고 영향이 일정 부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중대재해가 연속적으로 발생한 시점에서 평가체계까지 새로 바뀐 만큼 임원 인사에 안전 평가가 어떻게 반영되는지가 시장의 핵심 관심사가 될 것”이라며 “그룹이 안전을 단순한 정성평가 항목이 아니라 실제 인사 책임과 연결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포스코그룹 측은 <IB토마토>에 “주주가치 및 성장성 제고를 위해 주가와 매출액 평가항목의 비중을 5%씩 확대 했고, 기존 ESG 평가항목에도 안전 항목을 포함해서 정성평가 했으나 올해부터 세부 안전 평가항목을 보다 강화했다"면서 "보다 안전 관리에 대한 책임 경영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부진 동반 악화…성장과 안전 모두 부담
포스코그룹은 올해 주요 사업장에서 안전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가 잇따르며 그룹 차원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포스코와 포스코이앤씨, 포스코DX,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등 핵심 계열사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반복됐고 포항·광양제철소 등 주요 현장의 안전관리 체계에 구조적 결함이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대통령이 직접 공개적인 질타를 했고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7월 장인화 회장 직속의 그룹안전특별진단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전사 안전점검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개선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사고가 지속하며 내부 대응력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실적 면에서도 뚜렷한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3분기 누적 매출은 52조25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조8144억원으로 12.69% 줄었다. 철강 업황 둔화와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성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영업현금흐름은 39.81% 감소했고 ROA 역시 하락세다. 지주사의 자금 운용 능력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라는 점에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IB토마토>에 "임원평가에 안전 항목을 명시적으로 포함시키고 영업이익 비중을 낮춘 것은 단기 실적보다 지속가능한 성장과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려는 신호"라면서 "다만 정성평가에서 안전 비중이 10%에 불과하고 구체적인 정량지표가 제시되지 않아 실제 안전역량을 개선하는 효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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