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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0일 12:2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공급망을 보유한 국내 대기업들이 인권경영에 주목하고 있다. 구성원과 이해관계자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고 있어서다. 최근 해외 투자자들은 인권경영 강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수준이 미흡한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다. 국제 무역에서도 인권 문제가 분쟁의 불씨로 번지면서 인권경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한때 추상적이던 개념은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제도화되며 점차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다. 다만, 국내 인권경영은 이제 막 구축 단계를 넘어선 수준으로, 앞으로 확산과 정착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IB토마토>는 인권경영이 주목받는 이유와 선도 사례, 향후 확대 가능성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선도적으로 인권경영 체계를 구축 중이다. 다만, 아직 체계 구축 초기 단계인 까닭에 향후 인권경영 고도화로 나아가려면 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보호해야 할 인권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과정, 갈수록 복잡해지는 양상을 띄는 인권 이슈를 체계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프로세스 정립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사진=포스코그룹)
대기업 주도로 체계 구축 중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인권경영의 시스템화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으로 포스코그룹(
POSCO홀딩스(005490)),
현대차(005380)그룹 등 대표적이다. 해당 기업들은 인권경영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현재 활발히 인권영향평가 등 인권실사를 진행 중이다.
이는 해외 선진국의 인권경영 의무부과 법제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인권경영 체계 수립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현재 제정된 ESG 관련 법률 중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되는 독일 공급망 실사법(2021년 시행) 시기와 일치한다.
포스코그룹은 매년 인권영향평가 범위를 넓히고 있다. 2022년 포스코 및 해외 제철소 3곳을 대상으로 시작된 인권영향평가는 2023년 태국과 인도 냉연 생산 법인을 추가했고, 지난해는 일부 해외 가공센터로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철강사업 내 안전관리, 임직원 복지 활용 현황 등 자료를 체계화했다.
지난 2월 포스코그룹은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및 포스코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 명의로 인권경영선언문을 발표했다. 향후 인권실사 확대 시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인권경영의 주체를 그룹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로 정하고, 지주사 차원에서 인권경영의 대원칙을 구축한다면 인권경영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
현대모비스(012330)도 지난해부터 국내외 사업 현장에서 인권실사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인권영향평가는 회사 구성원의 인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를 파악하기 위한 사전조사 절차다. 올해도 인권영향평가가 계속 진행 중이며, 향후 인권영향평가 대상을 지역사회, 협력업체 및 소비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인권경영 체제 구축에 나선 기업의 공통점은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한 기업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국내뿐 아니라 해외 사업현장의 인권경영체제 고도화가 목표가 된다. 현재 법제화된 인권경영 의무 법안이 해외 사업까지 다루고 있는 경우가 다수다. 다만, 아직 인권경영 체계가 초기 단계인 까닭에 향후 꾸준히 발전시켜야 할 과제가 다수라는 평가다.
체계 구축 초기…다수 과제 산적
아직 인권경영 체제는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아예 체계 구축 과정에서 여러가지 난관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인권영향평가 과정에서 가장 난관으로 꼽히는 것은 인권의 정의다. 인권의 정의를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을 경우 인권경영 체계의 방향성이 실종될 수 있다.
현재 인권경영 체계를 구축한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무엇을 보호해야 할 지, 누구를 보호해야 할 지를 정하는 과정에서 애로사항을 겪었다. 가령 단순 다툼으로 인한 고충과 직장 내 조직적인 배제에 따른 고충은 보호 중요도 측면에서 다른 가치를 지닌다.
회사 내 특수성에 따라 중요도를 가지는 인권 이슈는 다를 수 있지만, 보통 기업들은 국제적으로 보편성을 지닌 UN인권선언과 기업과 인권이행 지침을 가이드라인 삼아 주요 과제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안전한 근무환경, 불합리한 차별 금지, 결사의 자유 등이 포함된다.
또한 조직내 다양성 및 포용성 현황을 파악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성별, 인종 등에 따른 소수 집단 구성원은 인권보호 과정에서 익명성을 보장받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소수 집단이 적극적으로 평가 과정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는 잠재적인 인권 리스크로 직결된다.
구성원 인식도 개선과제다. 기업 내 인권영향평가 및 실사의 필요성을 회사 내 구성원들에게 납득시키는 것도 과제다. 업계에 따르면 인권영향평가 피평가자는 인권영향평가를 실태 파악보다 문책성 조사로 인식하는 경우도 잦다고 전해진다. 더불어 인권 실무 담당자의 지표 지향적인 업무도 개선 대상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인권경영의 초기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라고 보고 지속적인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인권경영이 고도화 단계로 넘어가려면 꾸준한 원칙 및 관행 확립을 통한 체계 정착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분야에서 앞선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지난 2019년 인권디렉터 직책을 도입했고, 해외 법인에서 인권문제 발생 시 실사를 제도화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인권경영 체계 수립 과정에서 발생하는 효율성 개선 등 과제는 기업 자체의 통합 계획 수립 등을 통해 점차 효율성을 갖추며 정착할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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